초등학교 교사 박정아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레모네이드 재판>의 추천글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얼음을 띄운 차갑고 상큼한 레모네이드! 그리고 재판! '레모네이드' 정말 시원하고 달콤하죠. 그런데 재판이라니. 여러분은 어떠세요? 두 단어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 않나요? 언뜻 레모네이드에 얽힌 어떤 사건에 대한 재판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의 책 제목이 책의 내용을 짐작케 하거나 압축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사실 이 책의 제목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재미와 감동이 넘쳐서 숨겨진 제목의 의미를 더 깨닫게 됩니다. 과연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 걸까요?
이 책은 오누이 에반과 제시의 이야기 속에 경제와 마케팅에 관한 내용을 쉽게 그려 낸 전작 <레모네이드 전쟁>의 후속작으로, 있을 법한 주인공들의 상황을 재판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각종 법률 용어들을 재미있게 녹여 낸 동화입니다. 주인공 역시 이 둘이죠. 그렇지만 레모네이드를 또 팔거나 직접적으로 레모네이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전작에서 행방을 알 수 없는 잃어버린 208달러가 등장하죠. 그 208달러는 에반과 제시의 공동의 적 스콧과 직결됩니다. 너무나 애써서 벌었는데 한 순간에 사라진 208달러, 그 돈을 가져간 것 같은 얄밉다 못해 미운 스콧, 그 스콧이 또 최신 게임기를 가져서 얻은 폭발적 인기에 대한 에반과 제시의 불타는 복수심. 이제 이 책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충분조건이 생긴 셈이죠! 우리의 똑똑한 제시는 스콧이 208달러를 훔쳐간 것을 우격다짐이 아니라 재판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이 책의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나 분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법과 도덕으로 해결할까요? 성숙한 어른들조차도 하지 못하는 행동을 여기 4학년 O반 친구들이 해냅니다. 어쩌면 스콧을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것이 쉬운 방법일 수 있는데, 정당한 배심 재판으로 스콧의 죄를 밝히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죠. 게다가 모든 정황으로 보아 스콧이 돈을 훔친 것 같은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스콧을 무죄로 판결하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행동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학교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다툼이 있을 때 아이들은 대화로 풀어가거나,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싸우거나 심하면 폭력을 쓰는 것이 더 편하고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내 편이 아니면 싸잡아서 무참하게 상대방을 밟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아이들처럼 진지하면서도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자세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 책이 시사하는 더 큰 의미는 법으로도 풀지 못한 갈등과 스콧의 죄가 에반과 스콧이 서로간의 친구의 감정을 깨닫고 진심으로 화해를 하면서 밝혀진다는 것입니다. 과연 스콧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마지막장까지 펼쳐지는 재판과정 내내 흥미진진함과 아울러 진심과 우정으로 마무리 짓는 달콤한 결말은 '레모네이드'와 '재판'이 얼마나 환상의 조합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제 '레모네이드 재판'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를 여러분이 직접 찾아 볼 차례입니다. 수수께끼 같은 이 책의 세계로 어서어서 들어오세요~ - 박정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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