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현초등학교 교사 정선희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그림자 아이들>의 추천글입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즘 우리 사회가 들썩들썩합니다. 신문과 뉴스에서는 연일 대통령 후보의 모습을 다루고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선거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세상을 들썩이게 할까요? 어떤 사람은 선거 날을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빨간 날(쉬는 날)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 우리가 모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봉건사회에서는 신분제 때문에, 그다음에는 일제의 강점 때문에, 해방 후에는 독재 때문에 자유를 억눌린 채 살아야 했지요.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치가 이만큼 자리 잡은 건 많은 사람들이 눈물겹게 싸워 온 덕분입니다.


이 책 <그림자 아이들>에도 자유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주인공들은 정부가 출산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세상에서 태어났지요. 기근으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한 가정에 아이를 둘만 낳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도 당연히 셋째, 넷째, 다섯째 아이가 태어납니다. 불법 출생자이자 '그림자 아이'라고 불리는 이 아이들은 인구 경찰에 잡혀서 목숨을 잃을까 봐 평생을 전전긍긍 숨어 살아야 합니다. 독재 정치 아래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정부에서 선전하는 말만 믿고 그림자 아이들을 비난합니다. 식량을 축내는 나쁜 존재라고 오명을 씌우지요.


이 책의 주인공 루크도 그림자 아이로 태어나 집 안에만 꼭꼭 숨어 삽니다. 심지어 할머니조차 손자의 존재를 모를 정도예요. 그러다 루크는 이웃집 창문 너머로 수상한 기척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 그 집에 찾아갑니다. 그렇게 자유를 향한 루크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루크와 그림자 아이들은 인구 경찰의 추적을 피해 숨 가쁘게 도망치고, 때로는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합니다. 목숨을 건 무모한 게임을 벌이기도 하고, 자기 안의 두려움과 맞닥뜨리며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극복해 가며 이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용기를 내 행동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 갑니다. 예전에는 그림자 아이라는 낙인에 갇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외톨이로 지냈다면, 이제는 다른 존재와 관계 맺는 법과 우정의 의미도 알게 되지요.


무엇보다 이들이 펼치는 모험은 아주 재미있어서 7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도 읽기가 수월하고 즐겁습니다. 순간순간 헉하고 숨을 멈추게 되는 반전의 묘가 쏠쏠하지요. 그리고 그런 흥미진진한 모험담 속에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들이 숨어 있습니다. 정부가 어떤 존재나 집단을 적으로 낙인찍고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가? 이 책은 한 편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고 모험소설로 읽기에도 재미나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기를 가장 추천하는 바입니다. 책을 읽는 눈과 함께 세상을 읽는 눈도 함께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 정선희(연현초등학교 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