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평론가 김현숙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튼 동물기>의 추천글입니다.
그림책 <시튼 동물기>만이 갖는 특별함들
그림책을 펼치면 이야기와 그림을 만나는데, 그림책 <시튼 동물기>에는 특별함이 더해있다. 고은의 글이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해 동시로 짠 것이기 때문. 그러니까, '시튼 동물기'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 이야기를 모녀의 대화가 감싸고, 이 전체를 한 편의 동시로 정리했다는 말이다.
어린 차령이는 책을 좋아하는데 '시튼 동물기'를 읽고 또 읽는다. '시튼 동물기'는 이렇게 흥미로운 책으로 소개되면서 그 내용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동물 이야기를 들어 생명과 삶을 되짚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 중 '시튼 동물기'가 멋진 책으로 꼽히는 까닭은, 이리 왕 로보와 회색 곰 와프 이야기 덕분. 그림책 <시튼 동물기>도 주저 없이 두 동물 이야기로 진입한다. 두 동물의 장엄한 죽음, 그 죽음이 환기하는 당당한 삶을 예서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
'시튼 동물기' 읽기를 끝낸 모녀가 대화를 나눈다. 엄마는 죽음 이야기가 아이를 두렵게 할까 걱정한다. 하여 생명은 다 죽는다고 이른다. "그러자 차령이도 눈을 빛내며 / 나도 알아, 나도 알아." 한다. 간단하나 반복적인 답은, 산 것은 죽는다는 현상은 물론 어떤 죽음과 삶이 당당하고 장엄한지까지 알았음을 보인다.
이 장면을 주목한 것은, <시튼 동물기>가 죽음을 다룬 책으로 다가온 탓이다. 아동문학에서 죽음은 난처한 주제로 취급된다. 쉽게, 부정적이지 않게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삶을 드러내는데 이만큼 요긴한 것도 달리 없다. 고은의 시는 죽음 그리고 죽음과 삶의 관계를 군더더기 없이 그리고 쉽게 이해하도록 처리한다. 허나 여기에 아이가 빠졌더라면 이런 효과가 발생했을까? 어린이의 개입은 또 하나의 잇점은, 이 그림책의 주요독자인 어린이도 죽음을 산뜻하게 이해하리라는 점이다.
한병호는 고은의 동시를 석판으로 처리했다. 부드러운 톤을 간직한 색채들과 야생동물에 어울리는 꾸미지 않은 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 색채와 선의 결합은, 장엄한 죽음이 지나치게 어둡게 다가서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준다. 아울러 '회상', '죽다'와 같은 추상어의 손쉽게 이해하도록 장치들을 아끼지 않았다. 예컨대 죽어가며 삶을 회상하는 와프의 몸에는 산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글은 그림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도록 유인하고, 그림은 글이 간명하게 이해되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림책 <시튼 동물기>는 죽음과 삶의 어울림, 어른과 아이의 소통, 그리고 글과 그림의 조화들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넉넉한 책으로 다가온다. - 김현숙(아동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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