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소년한국일보 이사 김병규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뚱뚱왕국과 빼빼공화국>의 추천글입니다.


'다름'은 아름다움과 힘의 원천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의 생일 때, 축하 말을 쓰고 그 아이의 얼굴까지 그려 넣은 예쁜 카드를 선사해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듣습니다. 또 노래를 잘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의 생일잔치에서 축가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고, 주인공으로부터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자랑스러워."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자, 내 생일잔치에서 그림 잘 그리는 친구로부터 예쁜 카드를 받고,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와서 멋진 축가를 불러 주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누가 가장 고마운 친구일까요? 성격, 취향이나 당시의 상황에 따라 여러 경우로 생각할 수 있을 테지요.


― 카드는 나만 봤고, 노래는 여럿 앞에서 불렀잖아. 축가를 불러 준 친구가 더 좋아.

―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카드를 정성껏 그려 준 친구가 더 고마워.

―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주인공인 나보다 더 돋보였어. 그래서 찜찜해.


이런 생각들을 자꾸 하다 보면 어느새 엇길로 번져서 전혀 엉뚱한 쪽으로 꼬리를 물고 번지는 수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의 동화 <뚱뚱왕국과 빼빼공화국>을 살펴봅시다. 더블 씨 가족은 두 패로 갈라집니다. 좀 뚱뚱한 엄마와 장남 에드몽(10세), 그리고 말라깽이인 아빠 더블 씨와 작은아들 티에리(9세)가 짝을 이루지요. 하루는 더블 씨가 두 아이를 숲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여기서 동굴을 발견한 에드몽과 티에리는 움직이는 계단을 따라 지하나라에 들어갑니다. 에드몽은 뚱뚱왕국으로, 티에리는 빼빼공화국으로 가게 됩니다.


뚱뚱왕국 사람들은 매시간 음식을 먹고 15분간 잠잤습니다. 게으르지만 친절하고 화를 내지 않고 남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빼빼공화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몇 분 몇 초 단위로 시간을 지켰지만, 계산적이고 샘이 많고 야심이 컸습니다. 에드몽은 퉁퉁게걸 총리의 비서가 되고, 티에리는 빼빼버럭 의장의 비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형제는 전혀 다른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뚱뚱왕국과 빼빼공화국은 평화를 원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섬의 이름이었습니다. 뚱뚱왕국 사람들은 뚱뚱빼빼 섬, 빼빼공화국 사람들은 빼빼뚱뚱 섬이란 이름을 고집했습니다. 서로 양보하지 않아 결국은 전쟁이 터졌습니다. 그 결과 빼빼공화국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빼빼공화국 사람들이 자꾸 뚱뚱왕국 사람들을 닮아 갔습니다. 음식을 즐겨 먹고, 시간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지하 세계 연합 왕국으로 통합을 이룹니다. 뚱뚱왕국의 비만 왕이 연합 왕국의 왕에 오르고, 빼빼공화국의 헌법은 그대로 유지된 채 빼빼버럭 의장이 연합 왕국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인 섬의 이름은 국왕에게 맡겼습니다. 국왕이 찾아간 그 섬은 꽃이 활짝 핀 복숭아나무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 섬을 핑크 섬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이 말을 들은 빼빼버럭 총리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폐하, 저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저는 정말 바보에 죄인입니다."


동화 <뚱뚱왕국과 빼빼공화국>을 읽은 아이들이라면, 생일잔치 때 예쁜 카드를 준 친구와 축가를 불러 준 친구 가운데 "누가 가장 좋은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것입니다.


― 둘 다 가장 좋은 친구다. 아니, 생일잔치에 온 모두가 가장 좋은 친구다.

― 가장 좋은 친구는 여럿일 수 있다. 생일잔치에 못 와도 좋은 친구다.


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대답입니까?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너그럽게 대할 때, 그래서 다름은 나쁘거나 틀린 게 아니라 나름대로 뜻이 있으며 그것이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움과 힘을 갖게 됨을 깨달을 때, 우리는 그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참된 용기이자, 다른 사람도 나를 이해하게 이끄는 매력이지요. 이 동화를 읽을 적에 장 브륄레르가 그린 그림도 자세히 보세요. 글에 나오지 않는 여러 가지 내용도 인상적인 그림으로 곁들여 놓아 상상력을 길러 주고 작품의 이해도 돕습니다. - 김병규(동화작가, 소년한국일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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