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편집자 이영애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토끼 하늘나라는 어디일까?>의 추천글입니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싶어 한다. 아직 죽음을 이해하기에는 미숙하다고, 죽음에 대해 알기에는 이르다고. 하지만 그러는 사이, 소중한 존재를 다시는 볼 수 없어지는 그 순간은 불쑥, 그리고-어른들의 바람과는 달리-무척 빨리 찾아온다. 어린이들은 가까이에 있는 어른들에게 묻는다. 죽는다는 건 뭐예요? 예닐곱 살짜리 어린아이를 자녀로 혹은 조카로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거나, 곧 경험할 일이다. 어린이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그럴 때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실 직접 맞닥뜨린다면 나조차도 아직은 몰라도 된다고 얼버무릴지 모른지만.


여섯 살 불레도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토끼 펠레가 죽자, 불레는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삐그덕 할머니와 죽은 동물을 매일 보는 정육점 아저씨에게 찾아가 묻는다. 펠레가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부터 무척 놀랍다. 무겁고 버거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죽은 토끼가 어디로 갔느냐는 단순한 질문 속에,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궁금증을 모두 담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꼭 맞는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대답도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불레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위로와 배려를 담아 설명한다. 펠레가 간 곳이 어떤 곳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네 마음대로 상상해도 된다고. 하늘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하느님만 알지만, 하느님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든 있다고.


어른들의 답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과 비슷하지만 훨씬 쉽고 친절하다. 하지만 조금 평범하기도 하다. 역시나 불레는 어른들은 늘 이상한 대답을 한다며 화를 낸다. 죽음을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무리일까 생각할 때쯤, 불레는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두려움을 이겨 낸 끝에 자기만의 답을 찾는다. 어렴풋하게나마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도 한다.


나는 그제야 이 책의 진짜 무게를 깨달았다. <토끼 하늘나라는 어디일까?>에는 죽음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니라, 어린이가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주위 어른들의 진지하고 따뜻한 설명과 나름의 고민, 그리고 이별을 받아들일 마음의 힘이 있을 때 아이들은 죽음을 받아들인다. 불레가 새로운 친구인 검은 개를 만나고, 펠레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떠나보낸 것처럼.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섯 살 불레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조급한 어른들에게 따뜻한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어디에든 있고, 어디에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죽음에 대해서. - 이영애(어린이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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