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동화 작가 김선정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베오울프>의 추천글입니다.


현대 판타지 문학의 바탕이 된 강인한 영웅, <베오울프>

바야흐로 신화의 시대입니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부터 잊혔던 우리 신들까지 책으로, 만화로, 게임으로, 영화로 우리와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화들도 한때는 말도 안 되는 옛이야기로 취급되어 골방에만 갇혀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괴물과 용이 나오는 신화 속 이야기들은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여겨졌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갇혀 있던 신화들이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신나게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화는 먼 옛날 살았던 조상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비유로 가득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가 갖고 있는 신화를 살펴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신화에는 이러한 힘이 숨어 있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화 속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감동하게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키곤 했습니다.


신화를 뿌리로 삼아 만들어진 영웅 서사시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몸도 마음도 강인한 영웅이 여행을 하며 무서운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용기와 환상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 우정과 명예의 가치 같은 것들을 발견해 냅니다. 최근에 우리가 열광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결국은 모두 이러한 영웅 서사시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영웅이 한 명씩 숨겨져 있어서 마음속의 괴물이든 마음 밖의 괴물이든 사악하고 나쁜 무리를 물리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베오울프>는 지금의 스웨덴이나 덴마크가 있는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배경으로 한 고대의 영웅 서사시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글이 없었기 때문에 노래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베오울프> 또한 이렇게 전해 내려오다가 훗날 한 수도사가 글로 써서 남겼다고 합니다.


<베오울프>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청년 시절의 베오울프가 이웃 나라 데인족의 궁궐을 습격하는 사악한 괴물 그렌델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베오울프를 따르는 무사들, 이웃에게는 관대하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한 베오울프의 모습에서 고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헤오로트 궁전에 잔인한 괴물 그렌델이 모습을 드러낼 때 숨 막히는 긴장감도 느끼고, 베오울프와 그렌델이 한판 승부를 벌일 때는 무서움에 고개를 돌리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고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두 차례나 받은 찰스 키핑의 어둡고 거친 삽화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더 실감나게 합니다. 또한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를 연상하게도 합니다.


두 번째는 노년의 베오울프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시무시한 용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까지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베오울프의 모습은 죽어서도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해에 묻어 달라고 했다는 신라 문무왕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왕을 만난 백성은 참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양에서 생각하는 용과 우리가 생각하는 용이 참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서양 신화에서 용은 대부분 무시무시한 괴물, 사악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우리 신화에서는 신령스러운 존재, 왕의 상징으로 나타나니까요. 이렇듯 신화에 나타난 동서양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비교해 보는 것도 신화를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게이트족의 왕자 베오울프가 괴물 그렌델과 싸우고 용과 싸우는 <베오울프>는 한때 별것 아닌 이야기로 여겨져 묻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작가 톨킨이 이 이야기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 <호빗> 같은 작품들도 <베오울프>의 영향을 받아 쓰였다고 합니다. 그 후 화려하게 부활한 <베오울프>는 소설책으로, 그림책으로, 영화로, 게임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이전에 <베오울프>를 알고 있던 어린이들은 대부분 영화나 게임으로 미리 접해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미 영화나 게임으로 이 이야기를 접해 본 독자들도 <베오울프>를 통해 강직하고 타협 없는 영웅의 이야기, 목숨보다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대 전사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오랜 세월을 뛰어넘을 만한 우리만의 신화를 우리 어린이들이 꼭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 김선정(초등학교 교사, 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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