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현자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대이동, 동물들의 위대한 도전> 추천글입니다.


<대이동, 동물들의 위대한 도전>(정승원 글, 김대규 그림, 창비 2012)은 생존을 위해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몇몇 동물의 목숨을 건 대이동의 이유와 비밀을 들려주는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시베리아로부터 우리나라까지 장장 4천 킬로미터를 날아 해마다 10월에 금강호로 찾아와 세계 유일의 군무를 펼쳐 보이는 가창오리를 비롯하여, 꽃잎처럼 작고 여린 날개로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무려 5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제왕나비, 순록, 바다거북, 누, 귀신고래 등이다.


이중 귀신고래의 출산 장면과 생존을 위한 이동 과정은 좀 특별하게 읽혔다. 새끼고래를 가운데 두고 보호하며 이동하거나 어른 고래 두 마리가 이동할 경우, 나는 이들이 암컷과 수컷 즉 고래 부부일 거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와 달리 임신을 한 암컷 고래와 임신을 하지 않은 암컷 고래 두 마리가 생존을 위해 서로 유대를 맺는다는 것, 그리하여 1만 5천 킬로미터 혹은 3만 킬로미터를 서로 분신처럼 붙어 도와 가며 이동한다는 것, 임신하지 않은 암컷은 훌륭한 출산 도우미 역할은 물론 베링 해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는 베이비시터(?)까지 한다는 사실이 좀 의외였다. 새끼 고래가 첫 숨을 쉴 수 있도록 두 암컷 고래가 힘을 모으는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첫 숨을 쉬라고 엉덩이를 살짝 때려 울게 하는 우리의 출산 장면이 떠올라 뭉클한 감동이 일었던 부분이다.


대체 귀신고래는 왜 새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걸까? 이동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동행하는 암컷 귀신고래는 무엇 때문에 두 달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는 희생을 자처하는 걸까? 어떻게 해마다 왔던 길을 정확하게 되돌아 갈 수 있는 걸까?


책은 10월에 베링 해를 떠나 12월 멕시코 해변(캘리포니아 반도)에 도착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자지도 않고 1만 5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귀신고래의 여정과, 그렇게 도착한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지내다 1~2월에 출산을 한 후 3월에 멕시코 해변을 출발, 두 달 후인 5월에 베링 해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이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암컷 귀신고래 두 마리의 끈끈한 유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두 암컷 귀신고래의 생존을 위한 유대와 여정은 장엄한 감동, 그 자체다. 눈으로 읽는 글들이 마치 내레이션처럼 와 닿으며, 한편의 장엄한 생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이 책의 취지 중 하나는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제대로 된 관심과 바람직한 공생 추구다. 이야기 끝마다 주인공 동물들이 처한 위기나 현실, 보호 정책 등을 실은 것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배려가 이 책을 훨씬 가치 있게 하는 것 같다. - 김현자(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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