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엄혜숙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의 추천글입니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아와지 섬을 진원지로 한 진도 7.2의 고베 대지진은 인구 150만 명이 살던 아름다운 도시 고베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고베 대지진으로 6,43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고, 43,792 명이 부상을 입고, 주택이 104,906채나 파괴되었다고 하니 대지진 당시 고베 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럴 때야말로 뜨거운 인간애가 발휘되는 법. 고베 대지진 이후, 고베 시 복구를 위해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이 3개월간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이재민의 정착을 도왔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몽땅 잃게 된 사람들을, 일본 각지와 전 세계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던 것이다.


이 그림책은 고베 대지진 자체를 다루고 있지 않다. 대지진 이후 3년 뒤에 열린,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자선행사인 '천 명의 첼로 음악회'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키우던 개를 잃고 나서 첼로를 배우게 된 남자아이. 고베 대지진에서 키우던 새를 날려 보내야 했던 여자 아이. 또 고베 대지진에서 평생 쓰던 첼로마저 잃고, 지금은 죽고 없는 친구의 첼로로 연주를 해야 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일본 각지에서 또 전 세계에서 온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천 명의 첼로 음악회'.


작가는 작중인물인 남자아이의 입을 빌어 음악회장으로 모여드는 사람에게 느꼈던 감동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색색의 케이스를 멘 사람들 행렬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모두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중한 또 하나의 자신을..." 또 연주할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천 개의 첼로가 천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틀림없이 하나의 곡을 이루고 있다. 천 개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된 것이다."


그림책을 만든 이세 히데코는 몸소 '천 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그때의 감동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약한 존재이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잃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자 하는 가슴 뭉클한 모습을 '천 명의 첼로 음악회'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여자아이와 할아버지는 고베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지만, 남자아이는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지 않았다. 그러나 '천 명의 첼로 음악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렇다.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은 사람도,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겪지 않았던 사람도, 함께 첼로를 연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깨달음을 이 작품은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 또한 묵직한 감동과 더불어 놀라운 치유의 힘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엄혜숙(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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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7-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 일본여행 때, 준쿠도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감동의 쓰나미를 경험했었죠.
당시 이세 히데코 책을 많이 출판한 청어람 편집자에게 이 책을 빨리 번역출간해 주기를 당부까지 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감동의 쓰나미에 빠져도 좋을 작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