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유은실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3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나랑 화장실 갈 사람?>의 추천글입니다.
위로가 된다. 나만 으스스한 화장실에 공포를 느끼며 1학년을 보낸 게 아니었다. 선진국 프랑스도 학교 앞마당 한쪽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지는 밖에서 떼어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큰일을 볼 건지, 작은 일을 볼 건지 들켜버린다. 문은 위에서 아래까지 다 가려주질 않는다. 염탐꾼의 머리통은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곡예를 한다.
「나랑 화장실 갈 사람?」의 주인공 폴린은 화장실이 무서워서 배가 곧 터질 풍선처럼 느껴져도 꾹 참는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 팀'을 결성한다. 여자아이 넷이 화장실 팀 깃발을 들고 가는 그림에 '걸작들의 행진'이란 제목을 달아주고 싶다. 수지 모건스턴이 아이들 뒤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 같다. 이 장난꾸러기 할머니 작가를 어찌할 것인가.
폴린에게 무서운 화장실이 공포라면 「야호」의 주인공 요나에겐 읽기 수업이 공포다. 「빵점쟁이 자크」의 자크는 수학이 공포다. 왜 1에 0을 곱하면 0이고, 8에 0을 곱해도 0인지 당최 모르겠다. 「엄마 따로 아빠 따로」의 윌리엄에게는 화장실 문제나 책 읽기, 수학 점수보다 좀 더 복잡한 고민이 있다. 엄마 아빠가 따로 사는 것이다.
수지 모건스턴은 학교라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 등보다 큰 가방을 메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본 것처럼 짠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저들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기특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엉뚱하고 사랑스럽다.
공포와 어려움이 해결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윌리엄은 이야기 끝까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문제 속에 머물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그냥 문제 속에 머물러있다. 작가가 "힘들지?". "괜찮아.", "한 번 웃자."하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가는 듯하다. 다독다독 숨결을 따라가다 빵빵 터진다. 역시 수지 모건스턴이다. - 유은실(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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