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고수산나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욕 전쟁>의 추천글입니다.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에 대한 유쾌하고 진지한 고민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문젯거리가 '욕'이라는 것은 자식을 키우지 않는 사람도 알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흔하게 아이들이 욕하는 것을 듣기 때문이다. 어른이 들어도 민망한 말들을 아이들은 일상용어처럼 서슴없이 내뱉는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든 문제 아이든 상관없이 욕은 이제 아이들만의 유행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쓰는 말이 욕인 줄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에게 좀 더 강해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강도가 세고 험한 말을 쓰기도 한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욕을 하지 않으면 약해 보여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시당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혹은 자연스럽게 욕을 쓸 수밖에 없다. 욕설이 친밀감의 표시이자 결속과 소속감을 느끼는 중요한 수단으로 잘못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욕 전쟁>은 이런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고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하지만 욕을 하면 안 된다는 어른의 훈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심리와 아이들만의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반 아이들에게 충격을 받은, 이름처럼 외모도 재미있는 '김판돌' 선생님은 온갖 벌칙으로 아이들이 욕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욕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가면 씌운 욕'을 만드는가 하면 '욕 탕감'에 '욕 통장'까지 기발하고도 발칙한 방법으로 선생님에게 맞선다. 아이들은 그만큼 욕하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특히 옆 반과 피구 경기를 할 때는 욕이 곧 사기 진작이요, 상대방을 압도하는 무기가 된다. 욕하는 아이들을 교화(!)시키려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재미있지만 아이들끼리 서로를 도와주며 욕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가상하다.

욕설은 폭력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어폭력이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욕설을 배울 수 있었을까.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명쾌한 답변이 바로 이 책에 나와 있다. <욕 전쟁>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욕하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른들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욕을 못 하게 잔소리하거나 윽박지르는 대신, 아이들의 심리와 욕을 하게 되는 상황, 극복 방법까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욕 전쟁'이라는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소재에다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더해져, 거침없이 술술 읽은 후 다시 한 번 곰곰이 곱씹어 보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말씨는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고운 말을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완성되지 않은 인성을 다듬는 일이다. <욕 전쟁>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고 재미있고 진지하게 욕하는 것을 극복해서 아름다운 인격을 갖게 되길 바란다. - 고수산나(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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