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강무홍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도서관의 기적>의 추천글입니다.
온양의 한 작은 마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학교도서관이 있다. 마을에 하나뿐인 초등학교 도서관으로, 후배 작가가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서관은 아이들과 엄마 아빠 들이 함께 이용하는 일종의 마을 도서관으로, 학교가 끝나도 문을 닫지 않는다. 밤 9시까지 마을의 갈 곳 없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작은 마을의 도서관은 밤이 깊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등대처럼 불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따금 그곳에서 쉬어갈 아이들과 어른들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 책 <도서관의 기적>에 나오는 도서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등대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도서관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찾고,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사연을 나눈다. 10년 전 아빠와 이혼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는 주인공 여자아이 시오리도 그 중 하나다.
시오리는 책과 도서관을 좋아한다. 어느 날 도서관의 점자 책갈피에서 손으로 읽은 글귀처럼, 책이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책의 숲과 같은 곳인 도서관에서, 시오리는 이정표를 따라 걷기도 하고 일부러 길을 벗어나 헤매고 다니다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시오리는 마치 "내가 여행가이며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시오리가 책과 도서관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오리가 그토록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것은, 단지 도서관에 책이 많아서가 아니다. 시오리의 말에 따르면, 책도 있지만, 도서관에서는 갖가지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이고 만남이다. 그 만남에서 시오리는 인생을 보고 배우고, 타인과 함께 뭔가를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체득해 나간다. 이 책의 앞 권인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았다면, 그 뒤 권인 이 책 <도서관의 기적>에서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도서관 사람들과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추리 형식으로 담았다. 곧 책벌레인 주인공 시오리와 책 박사들인 사서 미야코 언니와 아마노 선생님이 '책탐정'이 되어, 사고로 다쳐서 의기소침해진 아주머니의 조카가 읽고 싶어하는 책, 어린시절 친구와 함께 읽었던 책을 애타게 찾고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단서를 가지고 저마다 절실하게 찾고 있는 책을 추적해 나가는 형식이다. 덕분에 한없이 조용하고 정적일 것 같은 도서관 이야기는, 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누군가 간절히 찾고 있는 책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아연 긴장감을 띠게 된다, 더불어 그 추리의 끝에는 책을 찾고 있던 사람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오리가 책에서, 도서관에서 '만남'을 통해 성숙해 가는 지점이다.
시오리는 도서관 어린이책 책꽂이로 발걸음을 옮기며 상상한다. '오늘은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10년 만에 만난 아빠가 보내준 자작 소설책 표지를 보며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옛이야기를 떠올린다.
"어느 곳에 아주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고, 그 나무의 잎사귀 하나하나에는 저마다 특별한 말로 이야기가 쓰여 있다. 그곳은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이며 우리는 모두 이야기와 함께 살아간다."
그 이야기는 책 속에, 책의 숲인 도서관에, 그리고 그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 속에 있다. 그래서 <도서관의 기적>은,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고 책을 통한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더욱 반가운 책이 아닐까. 1권 <맑은 날에는 도서관에 가자>에서 도서관의 일상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자연스럽게 도서관 이용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면, <도서관의 기적>은 추리의 재미와 더불어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강무홍(동화작가)
전문가가 선택한 10월의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