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리고 연약한 천사들의 거룩한 행진"

<천사들의 행진>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8월 6일 폴란드 바르샤바 거리를 200명 남짓의 아이들이 행진을 한다. 이 아이들은 나라가 보살피지 못하고, 사람들이 내버린 유대인 고아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손에 들고 가장 깨끗한 옷을 골라 입은 채 고아원 깃발을 들고 걸어간다. 행진 대열 맨 앞에는 한 할아버지가 가장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이 할아버지가 '야누슈 코르착'이다. (오늘날 폴란드 고아들의 아버지이자 어린이 인권의 주창자로 추앙받는 야누슈 코르착은 1878년 바르샤바의 유대계 폴란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2년 2차 대전 중 폴란드에 진주한 독일군에 의하여 트레블링카의 집단수용소에서 그가 돌보던 아이들과 죽음을 맞기까지, 의학과 교육 실천과 문필활동을 통해서 평생 동안 어린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이해하는 데 이례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야누슈 코르착과 아이들은 나치 독일이 준비한 트레블링카 행 죽음의 가스열차로 향하는 행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훗날 이 행진을 '천사들의 행진'이라고 불렀다. 초록빛 숲 깃발을 들고 200명 남짓의 아이들이 소풍을 가듯 행진을 한 이 날의 일은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독일군의 학살에 맞서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숭고함을 잃지 않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 <천사들의 행진> 그림 작가 최혜영 님 께서 알라딘에 보내주신 글입니다.


   
  야누슈 코르착 이란 낯선 이름과 함께 짤막하게나마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이름을 되뇌며 그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자료는 많지 않았고, 그러던 중 그에 관한 사이트를
찾게 되었어요. 그의 얼굴, 그와 함께한 아이들, 그들이 지냈던 고아원,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유대인 학살,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림을 그려 낼 수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분노를 통제하기 힘들었고, 이 위대한 인물을 저는
감당하기가 힘들었지요. 극히 개인적 삶을 꾸려나가던 저는
이 숭고함에 압도당하면서 넋 놓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떠올랐던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검은색,
푸른 아이의 얼굴, 죽음의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그의 손이었어요.
그 장면은 다음 장면으로 가는 믿음을 주었지요.
두 눈은 카메라렌즈가 되어 줌, 인을 반복하여,
시대의 암울함과 그때 그들을 만나는 심정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역사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음 작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나눔과 믿음을 실천한
야누슈 코르착의 가르침은 우리의 가슴 깊이 남아 또 다른 실천을 낳게 될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노력이 필요해!"

<친구가 필요해> 박정애 지음,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나쁜 어린이표>, <까막눈 삼디기> 등 주옥 같은 한국 창작 동화를 발굴한 '웅진푸른교실'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머리도 자주 감지 않고 교실에 들어서면 땀 냄새도 풀풀 풍기가 일쑤, 그래서 '지질이'라는 별명을 얻은 3학년 3반 조은애! 친구들이 놀릴 때마다 하나도 기죽지 않은 척, 약 오르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요.

   
  내가 진짜로 지질해 보이나? 내가?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예쁜 구석이 없다. 무지 후지다. 단발머리도 후지고 옷차림도 후지다. 촌스럽다. 나도 좀 세련돼 보일 방법, 없나? 귀 뚫고 염색하고 파마를 하면 어떨까? 옷도 비싼 상표 달린 걸로만 입고 말이지. - <친구가 필요해> 본문 중에서  
   

은애의 이야기를 읽고, 친구를 사귈 때 나는 그애의 어떤 면을 보는지, 또 나는 그애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은애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드러나느냐 그렇지 않느냐. 정도의 차이는 우리 모두에게는 장점이 있고,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대요.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좋은 친구를 사귀는 비결이래요.

"무더운 여름 밤을 한바탕 시원하게 해주는 옛이야기"

<염소 사또 - 철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 여름> 서정오 글, 김성민 그림 / 보리출판사
옛날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이야기판을 벌여 놓고 서로 어울리며 더위를 쫓았어.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드러누워 옛 이야기 한 자리 내놓고 두런두런 끝없는 재미속으로 빠져들었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땅 속 나라 이야기,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돌멩이 이야기,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 이야기, 호랑이가 된 효자 이야기... 절로 더위를 잊을 만큼 신기한 이야기,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넘길 이야기, 밤 하늘 보며 마음껏 상상하기 좋은 이야기가 여름에 들을 만한 이야기지. 무더운 여름 밤에 모깃불 피워 놓고 밤 하늘 쳐다보면서 들었던 재미난 옛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옛날 옛적 어느 곳에 가난한 집이 있었는데, 이 집에는 효성스런 며느리가 남편과 함께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 그런제 시어머니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야.

살림이 하도 가난해서 세 식구 끼니 잇기도 힘드니까, 한번은 남편이 먼 데로 돈을 벌러 갔어. 그래서 며느리 혼자서 눈 먼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됐지. ...

'어머님이 고깃국을 드시고 싶어하시니, 저거라도 잡아다 국을 끓여 드리는 수밖에 없다.'

며느리는 지렁이를 많이 잡아 가지고 집에 갔어. 그리고 씻고 또 씻어서 국을 끓였지. 그 국을 사발에 담아 시어머니께 드렸어. 시어머니는 앞이 안 보이니까 그게 지렁인지 뭔지 알 리가 있나? 한 숟갈 떠 먹어 보니 아주 맛이 좋거든.

"얘, 이건 무슨 고깃국이 이렇게 구수하냐? 이제부턴 날마다 이런 국을 끓여 다오."
"예, 어머님. 그렇게 할게요."

그 다음부터 며느리는 날마다 지렁이를 잡아다가 국을 끓여 시어머니께 드렸어. 시어머니는 맛있다면서 아주 잘 먹지.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까 시어머니가 아주 살이 포동포동 올랐어. 지렁이 국이 맛있으니까 밥을 잘 먹고, 밥을 잘 먹으니까 살이 오르는 거야.

이러구러 세월이 흘러 드디어 아들이 돌아왔어. 아들이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전보다 훨씬 몸이 좋아졌거든.

"아니 어머니, 뭘 드시고 이렇게 몸이 좋아지셨어요?"

어머니가 진작부터 국에 든 고기를 건져다가 말려서 삿자리 밑에 넣어 논 게 있었어. 아들 오면 보여 주려고 말이야. 그걸 꺼내서 보여 줬지.

"우리 며느리가 날마다 이 고기로 국을 끓여 줘서 잘 먹었다."
"아니, 어머니. 그건 지렁이잖아요?"
"뭐야? 지렁이야?"

깜짝 놀라서 소리니치니까 그만 눈이 번쩍 떠졌어.
지렁이 국 덕분에 몸도 좋아지고 눈도 뜨게 된 거지.
그 뒤로도 세 식구가 오래오래 잘 살아서, 그저께까지 살았대
.


- <염소 사또 - 철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 여름>
본문 77~80, '눈 먼 시어머니와 지렁이 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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