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즈의 눈물 - 세계 문호들의 개 이야기
로제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달에는 책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다음달에도 다다음달에도 집에 사다놓고 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을 때까지 책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습관처럼 대형서점이 있으면 괜히 화장실 핑계라도 대고 한 번 들어가게 되고, 그래서 화장실만 가려고 했는데 결국 한 권 집어들고 나왔다. 양장본에 싸지 않은 가격 11,000원을 주고 책 한권 달랑 사가지고 오려니 그 또한 새삼스럽더라. 

 그렇게 본능처럼 집어들고 온 책은 "세계 문호들의 개이야기"라는 매력적인 부제때문이었다.

직업이라는 것때문에 (반려동물 용품 수입상입니다)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사서. 읽.어.야.만.하.는. 책.이.다. 라고 므하하;; 

 아무튼.

200여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일종의 수필집 내지는 명상집, 혹은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블로그처럼 읽힐 수도 있다. 저자는 "섬"을 썼던 장 그르니에와 헷갈릴 수 있는 동성(同姓)의 로제 그르니에로, 프랑스의 단편소설 작가라고 한다. 그가 율리시즈라는 개를 키울 때 읽었던 책들 그 때 생각했던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펴낸 책이라고 하는데, 독특한 프랑스 문학 문체의 맛을 오랫만에 만날 수 있는 담담한 이야기들이다. 

 로맹가리의 이야기, 동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카르트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 나오는 개의 이야기 등등, 어느 서점이나 고양이에 대한 책은 개에 대한 책보다 잘 팔린다 하더라 하는 잡문과도 같고 낙서와도 같은 이야기들. 

 노작가의 담담하고 편안한 문체가 늦은 밤 아무소리도 나지 않을 때 - 키우는 개마저도 잠이 든 시간  - 을 채우기에 적당한 산문집이 아닌가 싶다. 

 곁에 두고 가끔 다시 꺼내서 들척거려도 아무 가책 느끼지 않을 산문집.

그냥 그랬대..하는 남들의 흘려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책 표지 사진에 혼자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의 뒷모습처럼 아련하다. 

 2006. 2. 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지음, 윤영삼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에 관한 책을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직업때문이다.

그래놓고도 사놓고 약간 부담스러워서 미뤄두었던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강렬하지 않은가. .동물의 역습이라니.

게다가 표지 사진엔 오랑우탕이 담배를 들고 있으며, 책의 두께 또한 만만치 않다.

읽다보니 매우 쉽게 편집되어 있고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런 책은 사실 손에 쥐고서도 약간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마크 롤랜즈는 철학교수로 『동물권리 - 철학적 방어』, 『환경재앙』등의 글을 쓴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Animals Like Us - 우리와 같은 동물들) 동물의 권리와 권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려면 일단 1,2장에서 마크 롤랜즈의 의견에 동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의 주장은 동물에 대한 고대의 인식 "동물은 도구일뿐이다" "동물은 도덕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이다" 라는 데카르트식의 동물철학을 타파하고, 동물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물도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고 고로 통증을 느끼고 슬픔과 기쁨, 욕구를 느낀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두어야 하느냐의 개별적인 문제까지, 한 생명체가 미래를 갖고 그 미래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면 모든 개체는 다르게 대접받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주장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사람과 개가 물에 빠졌다. 둘 중에 하나만 살릴 수 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

예를 들어, 개는 늙어 치매에 걸리고 체력도 악화되어 쓸모없어진 (적어도 용도를 생각하는 인간에게는) 개일 수도 있고, 몇천만원짜리 종견일 수도 있고 (개중에 유난히 유전자 품질이 좋은 개는 씨를 뿌리는 종견역할을 하면서 몇천에서 억까지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고난에 처한 사람을 수없이 구한 사람보다 유용한 능력을 가진 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 미래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일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도 있고, 어린 아기 일 수도 있고 아주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개체의 차이중에 한 존재는 사람이라, 한 존재는 개라서 차별받을 수 있는 명백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 마크 롤랜즈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토대로 해야, 이 주장을 믿어야 이 책을 읽어나가기가 수월하다.

그 어떤 주장을 들어도 동물은 절대적으로 인간보다 하위개념에 있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쉽게 말해, 누군가 이 책을 나에게 다 읽고 나서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에게 쉽게 책을 빌려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이 책으로 인해 동물보호주의자가 되거나 채식주의자로 변모할 수도 있다. 

 책은 동물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한 워밍업단계로 동물에게 마음이 있는가, 도덕적인 기준, 만물을 위한 공평한 판단의 자리는 어디인지, 삶과 죽음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4개의 장에 걸쳐 기반설명을 하고 그 주장을 토대로 음식으로 먹기 위한 동물사육, 동물실험,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 등 현재 인간과 동물사이에 행해지는 전반적인 행위들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꼽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동물을 도구와 수단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그 잔인함이 얼마나 끝간데가 없는지, 그로 인한 재앙들을 얼마나 무서운지, 이 책은 동물을 보호하지 않음으로 인간에게 미칠 해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기승전결 분명한 논리로 일관되게 해설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 이라든가, 패스트푸드의 제국 이나 제임스 서펠 의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

그러나 동물이 절대적으로 인간보다 하위계급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

또는 지나치게 동물을 사랑해서 가끔 채식주의자가 될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고 읽어야 할 책이라 하겠다.

 

2006. 2.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택의 심리학 - 선택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이들의 심리탐구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선택의 심리학, 유혹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등등..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웬지 그 쉬운 듯한 제목에서는 책의 내용이 별 어려움 없이 대중적으로 접근한 마케팅 기법 서적의 냄새가 많이 난다.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축약해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룰이라면, 이 책의 제목은 좀 잘못지어진 듯 하다. 내용이 쉬워보이는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제목과 달리, 선택의 심리학은 그리 쉬운 책도 아니고 마케팅 전략서도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렇게 하면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라고 하는 마케팅 전략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샀다. 그러나 책은 조금 대중적인 주제를 잡았을 뿐, 소비문화와 넘쳐나는 물건들로 둘러싸인 현대사회에서의 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에 대한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 어떻게 하면 선택하고도 만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철학서의 내용까지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청바지를 사러 한 옷가게에 들어가서 혼란스러웠던 일로 글을 시작한다.

예전에는 "그냥 청바지요"라고 하면 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 스타일도, 워싱 기법도, 색깔도 너무나 다양해져서 청바지 하나를 고르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쇼핑이라는 것 자체에 엄청난 피로를 느낀다. 끊임없이 선택해야하고 끊임없이 흥정해야하는 특히 재래시장의 쇼핑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이제 선택의 컨설던트가 각 개인마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특히 잘 알지 못하는 품목을 고르려면 한숨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친구들의 경우도 캠코더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혹시 최근에 니가 구입을 한 게 있다면 그걸 사려고 한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인 현상은 이 책에서 말한대로 상대방과 동일한 물품을 구입하여 손해를 보더라도 공동손해를 볼 것이라는 보상을 원하는 심리에 기초한다고 한다.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거나, 기대치를 낮추면 사람들의 삶은 행복하거나 풍요로워지기가 매우 쉽다. 영화를 볼 때도 우리는 항상 말한다. 기대하지 않고 보면 재미있다고. 그리고 한 번 구입한 물건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 가격을 묻지 않으며 그 물건을 만족하며 쓸 수 있다고.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그 선택의 심리와 선택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심리작용들에 대해서 저자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선택의 심리작용을 분석해서 우리가 조금 더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재조명하게 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야망을 버리고 항상 기대치를 낮추면서 산다면, 그 역시도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2006. 2. 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 인간의 동반자
제임스 서펠 지음, 윤영애 옮김 / 들녘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동물이나 개의 행동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몇 번씩 눈에 뜨이는 이름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제임스 서펠이다. 제임스 서펠은 영국 리버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펜실베이나 대학의 수의학과에 재직중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과 인간사회 : 달라지는 관점 Animals and Human Society : Changing Perspective》(1994, 공저)《애완견 : 진화, 형태 그리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The Domestic Dog : its Evolution, Behavior and Interactions with People》(1995, 편저)《동반자로서의 동물 그리고 인간 Companion Animals And Us》(2000)등의 저서가 있으나, 들녘에서 펴낸 이 책 외에는 번역되지 않았고 그나마 원서도 인터넷 특별주문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책은 그리 인기가 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 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앞에 소개했던 《닮은 꼴 영혼》이라든가 《개에 대하여》와 사실 그닥 다르지 않다. 대신 조금 더 깊이 문화사적, 역사적 고리를 더듬어 그 깊이를 더했다고나 할까.. 부제처럼 동물과 인간, 그 교감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동물을 대하는 변덕스럽고 다양한 사람의 태도를 다시 꼽씹어 본다. 어쩌면 이 책은 인류학적 관점에서 동물사를 재조명한 책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개는 애완용으로 기르면서 돼지는 식용으로 기르는 인간들의 모순과 애완동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그러니까 사람은 애완동물을 왜 키우는 것이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나 성향은 어떤 것인가, 하는 정말 우리가 궁금해마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도전한다. 그리고 동물을 대해왔던 인간의 착취와 연민, 그 이해의 고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원시부족사회에서부터 애완동물을 키워왔던 그 역사, 그리고 유달리 개와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자리 잡게 되었던 원인, 나이를 먹어 치매에 걸려도 아이로 취급되는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보호본능. 그러나 동물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거나 동물을 잡아 먹는 것에 대해서 외면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려는 인간들의 정신적 행동까지 저자는 이런 저런 각도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해 온 역사를 돌이켜 본다.

그리고 이제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구상에서 동물과 인간이 같이 걸어야 할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최근들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는 일부계층의 의식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용도와 편의에 따라 동물들을 개량해왔고 사람의 잣대로 재어 기르며 마치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영원히 다루면서 "반려동물"이라는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아침 TV 프로에서 태국의 한 도시에 원숭이떼가 상주하여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도시사람들은 관광수입때문에 그 원숭이떼를 처단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함부로 키우다가 버려대는 개와 고양이가 늘어난다면 굶주림에 지친 들개와 들고양이들로 도시는 넘쳐나게 되어 미래의 어느 도시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들로 공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저자인 제임스 서펠은 "동반자로서의 동물을 인간의 지위로 격상시킬 때, 그들과 공감대를 가지고 그들이 우리와 닮았음을 인정할 때 인간의 도덕적 우월성은 한낱 착각이며 오늘날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위험하고 독선적인 신화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동물 사육의 전단계였던 애완동물 기르기가 인류의 역사를 오늘날과 같은 파괴적인 단계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애완동물이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 그리고 자연과의 생물학적 유사성을 더 많이 인식하게 도움으로써 인류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을 인도해줄지도 모른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최근에 등장한 한 이동통신회사의 생각을 이동하라는 CF가 생각난다.

지구는, 인간만의 장소인가, 만물의 장소인가. 우리는 정답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건방진 인간들은 언제나 자기 멋대로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2006. 2. 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에 대하여 - 생물학과 동물 심리학으로 풀어 본 고양이의 신비 자연과 인간 8
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이언스 북스에서 펴낸 XXX에 대하여의 시리즈아닌 시리즈 중의 한 권.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책 세 권을 사이언스 북스에서 번역하여 펴냈는데, 그 중 한권은 《개에 대하여》이고 또 다른 한권은 《말에 대하여》이며, 《고양이에 대하여》도 있다.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예전 《개에 대하여》에서 소개했듯이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유전과 진화론에 입각한 동물 심리/행동학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 책은 인간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 고양이에 대해서 생물학 / 동물심리학 그리고 문화사까지 총망라하고 있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수 있는 작가의 목소리가 큰 책이다. 

 책의 서두는 매우 흥미롭게 시작한다.

"인명 구조 고양이, 경호원 고양이, 맹인 인도 고양이, 폭발물 탐지 고양이, 마약 탐지 고양이, 범인 색출 고양이......... (중략 : 이만큼 읽고 있으면 어..이런 고양이도 있나? 하게 된다)... 원반을 낚아채 주인에게 가져오는 고양이, 슬리퍼를 가져다 주는 고양이 따위는 세상에 없다."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는 그야말로 "홀딱 깨게 된다". 이게 바로 저자의 기본 마인드이다. 

 고양이는 반려동물이지만, 개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할 수 없는 고양이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해서 저자는 1장 온 세상에 퍼져 나가게 운명지어진 동물 - 에서는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하게 된 문화사를 얘기하고 2장 검은 고양이와 줄무늬 고양이 에서는 고양이의 유전학과 진화론적 접근을 시도하며 3장 고양이 사회의 기묘한 특성 4장 감정표현 에서는 고양이의 동물행동학과 심리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5장 개와 고양이 중 누가 더 똑똑한가? 에서는 사람의 편협한 기준에 따라 외면받는 고양이만의 독특한 세계에 대해서 고찰하고 6장 고양이 성격검사7장 고양이의 문제 행동 고치기 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사실, 고양이나 개를 동시에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양이와 개가 얼마나 다른지.

사람들이 고양이와 개가 원수지간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종류는 상호간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어차피 다르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보다 현명한 점은 이들은 서로간의 다른 점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에 익숙한 사람은 같이 놀아달라고 하거나 어리광을 부리는 개가 귀찮게 느껴질 것이고 개에 익숙한 사람은 훈련이나 유혹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양이의 고집에 지칠 것이다.

고양이와 개를 함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혹은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실상이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개에 대하여》와《고양이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밤새 울어대는 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할퀴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방법을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실용서적에 해당하는 반려동물 관련서적도 누군가에겐 별 유용하지 못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발 한 발 우리는 다른 種을 이해하는 길에 다가가는 것이다. 언어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 동물을 이해하는 길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그래도 인류를 대신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또 발표해주는 학자들에게 고마울 뿐.

고양이를 사랑하거나 아니거나 고양이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고양이만의 독특한 세계를 인정하는 길의 한 부분을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6. 2. 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