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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재구성 - 쓰레기통에서 다시 집으로, 생명을 되찾은 물건이야기
연정태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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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재구성은 재활용품 디자이너인 연정태씨의 글이다.  

그가 직접 만든 가구들과 재활용건축물등의 재구성-탄생의 과정을 담고 있고 사진컷도 풍부해 직접  따라해 볼 마음이 나기도 한다. 책의 말미에는 적당한 에세이를 담아 재활용디자이너로 일하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뭔가 상큼한 아이디어를 엿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재활용 쓰레기를 몰아서 버리는 날인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파트 단지는 한 판의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금요일 낮이 되면 엄청난 크기의 덤프트럭이 몰려와 그 쓰레기들을 담아간다. 수없이 내버려지는 물건들, 그 물건들은 모두 정말 버려져야만 하는가. 과연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가. 작가는 이런 물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 일으키는 호모파베르이다.  

리폼이나 DIY가 각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실 만드는 것보다 경제적인 이유에서건 기술적인 이유이서건 그냥 하나 사는 게 낫지 - 하는 물자 풍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고. 버려지는 것들이 아깝다. 그런 것들을 실력부족으로 재탄생 시킬 수 없다 한들, 작은 아이디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버려지는 물건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라도 갖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버려진 삽으로 만든 수도꼭지 가림막이 인상적이었다. 쓰레기에 대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소중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책이 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물건들, 그 물건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눈길. 그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2010.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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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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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런 책들을 좋아한다. 미술사에 대한 거창한 분석말고 적당한 에세이와 적당한 설명이 곁들여진 책. 게다가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으니 이보다 내 구미에 맞아 떨어지는 책을 찾을 수 있을까.  

묵직한 책들을 읽다가, 혹은 의무감에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읽다가 나는 이런 책들을 꺼내 읽는다. 서점에 들르면 주저없이 한 권씩 사들고 돌아오는 책들은 대개 이런 책들이다. 무거운 책들은 고심을 하고 리뷰를 읽고 독서의 순서를 정해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해 읽는 반면, 서점에 가서 가져 오고 싶은 책들은 이런 책들이다.  

이 책은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79년생이자 조선일보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곽아람이 기억하고 있는 책들과 그 책들에 대한 상념과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그림들을 한 편씩 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부터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도 다양하고 그리고 모나지 않았다.  

하루 저녁 느슨한 자세로 앉아 이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었다. 뭐가 어찌됬건간에 나에겐 좋은 휴식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다음 번에 또 미술에 대한 휴식같은 책을 고르라면 그녀의 다른 책도 또 읽어보리라 생각하면서.  

201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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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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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주도 사진작가로 알려진. 김영갑 작가가 투병중에 쓰고 발간되었던 에세이집이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경위는, 알라딘 할인판매였다.

나는 김영갑. 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가 제주도를 찍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

얼마 전 의사에게 제 사진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라고 했더니 의사는 김영갑씨 사진 같겠네요. 라고 답했다.

그 안엔, 하나씨도 있고, 하나씨의 가족들도 있겠죠. 라고 덧붙였다.

 

그 이후에 나는 이 책을 샀다.

 

책이 도착한 다음 바로 읽으려고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책을 미루게 되었다.

그제부터 난해한 책들을 읽어서 오늘을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들었다.

이 사람은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사진에 미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서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의 밥을 먹이며 책을 읽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잠이 든 사이, 책을 다 읽고 흐느꼈다. 

다행히 집엔 남편이 없었고, 나는 맛있는 밥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는 밥솥이 내는 전자음을 들어 밥을 뒤집으면서 울었다. 

 

따뜻한 밥 한 공기 못 먹고 간 사람. 김영갑. 

세상의 모든 것을 깨달아서 일찍 떠난 것일까, 이어도를 보았기 때문에 미쳐버린 것일까.

그는 이어도를 보았고 그리고 우리에게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한없이 내가 부끄러워지고 내가 먹은 밥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오늘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 

2009. 12. 21.


<2005년 투병중,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사진>

+ 사진작가 김영갑은 1957년생 충남 부여 생으로 이십대에 제주도에 홀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한다. 

그러다 결국 제주도에 정착을 하고 이십여년동안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개인전을 매년 서울에서 열다가 

1999년 루게릭병을 얻고 만다. 치료를 열심히 받자는 주변의 지인과 형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는 루게릭병 투병 중에 성산읍의 한 폐교를 얻어 갤러리 두모악 (한라산의 옛이름)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결국 그는 투병 6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진은 사진집으로도 볼 수 있고, 갤러리 두모악에서도 만날 수 있다. 

www.dumoak.co.kr 로 들어가면 그의 갤러리에 대한 소식과 생전 그의 인터뷰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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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그림 - 그림 읽어주는 남자 레스까페의 다정다감한 그림이야기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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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솔직한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진 - 우리가 잘 모르는 화가 소개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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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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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의 표지를 읽는 저 그림은 무도회이후라는 1895년의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Ramon Casas y Carbo)의 그림이다. 책을 읽다가 감상에 빠진 여자로 보이는 그림의 무도회이후라는 것은 아마, 무도회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영혼의 만족을 독서를 통해 얻는 몽환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여성들의 독서에 대한 미술사에 대한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은 여자가 많고, 책을 쓰는 것은 남자가 많다고 한다. 어찌보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성별이 나뉘어 있는 집필출판과 독서의 시스템속에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독서에 대한 역사만 그림을 통해 보고 있다.

여자들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폄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금기시하던 시절, 여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성서에 국한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여자들의 독서가 자유롭게 된 21세기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와 독서의 역사를 고루 알려준다.

 

재미난 것은 이 책에 나온 독서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꿈을 꾸는 것처럼 그 책과 그 글에 푹 빠진 모습들로 형상화 된 것이 많으며, 나체이거나 속옷차림이라 그만큼 여성성의 자유로움이 독서와 같은 맥락을 이룬다는 뜻을 나타낸 그림들이 많다는 것.

 

어쩌다가 세상은 모계사회를 벗어나 남성중심사회가 되어 문명을 이룬 것인가. 여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생활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남자들처럼 어떠한 업적을 이루는 것에 소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남성패권사회에서 여자들이 생각을 하고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남성들에게 도전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여자가 책을 읽게 되면, 가사일에 소홀해지고 (책 읽는 여인 / 피터 얀센스 엘링가 - p76), 자기만의 방탕한 생각에 빠질 수 있으며 (17p 책 읽는 여자 / 앙투안 보두엥), 남자를 쳐다도 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p80  책을 읽고 있는 여인에게 하는 청혼 / 야코프 오흐터벨트) 위협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업주부이면서(하는 일은 너무나 띄엄띄엄있어서 감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책을 읽는 여자인 나의 경우, 책을 읽느라고 육아와 가사를 제껴두는 일도 생기며, 책을 사느라고 생활비를 탕진하기도 하고, 책을 사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외출을 하기도 하고, 남편의 말보다는 책속의 이야기를 더 고귀하게 여기며, 책을 읽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면 혼자만의 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동시에 리모콘을 붙잡고 있거나 다른 책을 읽고 있는 남편역시 고립시키게 되기 때문에,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가 책에 집중한다는 것은 상당히 골치아픈 일일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아 - 내가 책따위는 한 달에 잡지 한 권 읽는 것도 힘겨워하며 TV 드라마에만 올인하고(본인도 TV 드라마에 올인할 때도 많지만), 가사와 육아에 온 힘을 쏟는 자라면 삶이 얼마나 편안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세상이 많이 평등해 지기 전, 남성중심사회에서 책을 읽던 여자들에 대해 들여다 보는 이 책은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조금 더 깊이있게 여성사에 대해서 접근했다면 더 진지해 질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책이 너무 심각해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책을 읽어 위험한 여자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책을 읽어 위험한 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테마별로 묶인 카테고리와 적당한 크기의 그림들, 그리고 책이나 편지를 읽는 여자들이 주인공이 된 매력적인 그림들이 볼만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은 어떠한지 궁금하고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으니까.

 

여성이 자아를 확립할 수록 남자들은 골치아파질 것이다. 그만큼 책과ㅡ, 여성의 자아와 경쟁해야 하므로. 이미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책읽는 여자들은 아직도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패권이 존재하는 한.

 

2007.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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