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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주도 사진작가로 알려진. 김영갑 작가가 투병중에 쓰고 발간되었던 에세이집이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경위는, 알라딘 할인판매였다.
나는 김영갑. 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가 제주도를 찍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
얼마 전 의사에게 제 사진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라고 했더니 의사는 김영갑씨 사진 같겠네요. 라고 답했다.
그 안엔, 하나씨도 있고, 하나씨의 가족들도 있겠죠. 라고 덧붙였다.
그 이후에 나는 이 책을 샀다.
책이 도착한 다음 바로 읽으려고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책을 미루게 되었다.
그제부터 난해한 책들을 읽어서 오늘을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들었다.
이 사람은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사진에 미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서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의 밥을 먹이며 책을 읽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잠이 든 사이, 책을 다 읽고 흐느꼈다.
다행히 집엔 남편이 없었고, 나는 맛있는 밥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는 밥솥이 내는 전자음을 들어 밥을 뒤집으면서 울었다.
따뜻한 밥 한 공기 못 먹고 간 사람. 김영갑.
세상의 모든 것을 깨달아서 일찍 떠난 것일까, 이어도를 보았기 때문에 미쳐버린 것일까.
그는 이어도를 보았고 그리고 우리에게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한없이 내가 부끄러워지고 내가 먹은 밥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오늘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
2009. 12. 21.
<2005년 투병중,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사진>
+ 사진작가 김영갑은 1957년생 충남 부여 생으로 이십대에 제주도에 홀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한다.
그러다 결국 제주도에 정착을 하고 이십여년동안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개인전을 매년 서울에서 열다가
1999년 루게릭병을 얻고 만다. 치료를 열심히 받자는 주변의 지인과 형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는 루게릭병 투병 중에 성산읍의 한 폐교를 얻어 갤러리 두모악 (한라산의 옛이름)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결국 그는 투병 6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진은 사진집으로도 볼 수 있고, 갤러리 두모악에서도 만날 수 있다.
www.dumoak.co.kr 로 들어가면 그의 갤러리에 대한 소식과 생전 그의 인터뷰등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