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지음, 윤영삼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에 관한 책을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직업때문이다.

그래놓고도 사놓고 약간 부담스러워서 미뤄두었던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강렬하지 않은가. .동물의 역습이라니.

게다가 표지 사진엔 오랑우탕이 담배를 들고 있으며, 책의 두께 또한 만만치 않다.

읽다보니 매우 쉽게 편집되어 있고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런 책은 사실 손에 쥐고서도 약간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마크 롤랜즈는 철학교수로 『동물권리 - 철학적 방어』, 『환경재앙』등의 글을 쓴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Animals Like Us - 우리와 같은 동물들) 동물의 권리와 권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려면 일단 1,2장에서 마크 롤랜즈의 의견에 동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의 주장은 동물에 대한 고대의 인식 "동물은 도구일뿐이다" "동물은 도덕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이다" 라는 데카르트식의 동물철학을 타파하고, 동물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물도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고 고로 통증을 느끼고 슬픔과 기쁨, 욕구를 느낀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두어야 하느냐의 개별적인 문제까지, 한 생명체가 미래를 갖고 그 미래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면 모든 개체는 다르게 대접받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주장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사람과 개가 물에 빠졌다. 둘 중에 하나만 살릴 수 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

예를 들어, 개는 늙어 치매에 걸리고 체력도 악화되어 쓸모없어진 (적어도 용도를 생각하는 인간에게는) 개일 수도 있고, 몇천만원짜리 종견일 수도 있고 (개중에 유난히 유전자 품질이 좋은 개는 씨를 뿌리는 종견역할을 하면서 몇천에서 억까지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고난에 처한 사람을 수없이 구한 사람보다 유용한 능력을 가진 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 미래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일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도 있고, 어린 아기 일 수도 있고 아주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개체의 차이중에 한 존재는 사람이라, 한 존재는 개라서 차별받을 수 있는 명백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 마크 롤랜즈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토대로 해야, 이 주장을 믿어야 이 책을 읽어나가기가 수월하다.

그 어떤 주장을 들어도 동물은 절대적으로 인간보다 하위개념에 있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쉽게 말해, 누군가 이 책을 나에게 다 읽고 나서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에게 쉽게 책을 빌려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이 책으로 인해 동물보호주의자가 되거나 채식주의자로 변모할 수도 있다. 

 책은 동물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한 워밍업단계로 동물에게 마음이 있는가, 도덕적인 기준, 만물을 위한 공평한 판단의 자리는 어디인지, 삶과 죽음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4개의 장에 걸쳐 기반설명을 하고 그 주장을 토대로 음식으로 먹기 위한 동물사육, 동물실험,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 등 현재 인간과 동물사이에 행해지는 전반적인 행위들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꼽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동물을 도구와 수단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그 잔인함이 얼마나 끝간데가 없는지, 그로 인한 재앙들을 얼마나 무서운지, 이 책은 동물을 보호하지 않음으로 인간에게 미칠 해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기승전결 분명한 논리로 일관되게 해설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 이라든가, 패스트푸드의 제국 이나 제임스 서펠 의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

그러나 동물이 절대적으로 인간보다 하위계급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

또는 지나치게 동물을 사랑해서 가끔 채식주의자가 될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고 읽어야 할 책이라 하겠다.

 

2006.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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