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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간의 동반자
제임스 서펠 지음, 윤영애 옮김 / 들녘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동물이나 개의 행동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몇 번씩 눈에 뜨이는 이름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제임스 서펠이다. 제임스 서펠은 영국 리버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펜실베이나 대학의 수의학과에 재직중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과 인간사회 : 달라지는 관점 Animals and Human Society : Changing Perspective》(1994, 공저)《애완견 : 진화, 형태 그리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The Domestic Dog : its Evolution, Behavior and Interactions with People》(1995, 편저)《동반자로서의 동물 그리고 인간 Companion Animals And Us》(2000)등의 저서가 있으나, 들녘에서 펴낸 이 책 외에는 번역되지 않았고 그나마 원서도 인터넷 특별주문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책은 그리 인기가 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 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앞에 소개했던 《닮은 꼴 영혼》이라든가 《개에 대하여》와 사실 그닥 다르지 않다. 대신 조금 더 깊이 문화사적, 역사적 고리를 더듬어 그 깊이를 더했다고나 할까.. 부제처럼 동물과 인간, 그 교감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동물을 대하는 변덕스럽고 다양한 사람의 태도를 다시 꼽씹어 본다. 어쩌면 이 책은 인류학적 관점에서 동물사를 재조명한 책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개는 애완용으로 기르면서 돼지는 식용으로 기르는 인간들의 모순과 애완동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그러니까 사람은 애완동물을 왜 키우는 것이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나 성향은 어떤 것인가, 하는 정말 우리가 궁금해마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도전한다. 그리고 동물을 대해왔던 인간의 착취와 연민, 그 이해의 고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원시부족사회에서부터 애완동물을 키워왔던 그 역사, 그리고 유달리 개와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자리 잡게 되었던 원인, 나이를 먹어 치매에 걸려도 아이로 취급되는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보호본능. 그러나 동물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거나 동물을 잡아 먹는 것에 대해서 외면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려는 인간들의 정신적 행동까지 저자는 이런 저런 각도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해 온 역사를 돌이켜 본다.
그리고 이제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구상에서 동물과 인간이 같이 걸어야 할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최근들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는 일부계층의 의식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용도와 편의에 따라 동물들을 개량해왔고 사람의 잣대로 재어 기르며 마치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영원히 다루면서 "반려동물"이라는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아침 TV 프로에서 태국의 한 도시에 원숭이떼가 상주하여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도시사람들은 관광수입때문에 그 원숭이떼를 처단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함부로 키우다가 버려대는 개와 고양이가 늘어난다면 굶주림에 지친 들개와 들고양이들로 도시는 넘쳐나게 되어 미래의 어느 도시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들로 공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저자인 제임스 서펠은 "동반자로서의 동물을 인간의 지위로 격상시킬 때, 그들과 공감대를 가지고 그들이 우리와 닮았음을 인정할 때 인간의 도덕적 우월성은 한낱 착각이며 오늘날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위험하고 독선적인 신화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동물 사육의 전단계였던 애완동물 기르기가 인류의 역사를 오늘날과 같은 파괴적인 단계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애완동물이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 그리고 자연과의 생물학적 유사성을 더 많이 인식하게 도움으로써 인류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을 인도해줄지도 모른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최근에 등장한 한 이동통신회사의 생각을 이동하라는 CF가 생각난다.
지구는, 인간만의 장소인가, 만물의 장소인가. 우리는 정답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건방진 인간들은 언제나 자기 멋대로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2006.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