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불안정노동에 대한 이야기이며, 연대와 투쟁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우리가 상호문화의 사회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불안정노동과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어교원들은 누구일까.
다수의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착각 몇 가지를 꼽아보자.
1. 한국어는 매우 쉽다.
2.
자음과 모음이 과학적이라 몇 시간이면 한국어를 읽을 수 있다.
3. 거의 모든 한국인은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4. 한국어지도는 국어지도와 같다.
외국인과 영유아, 또는 비문해 성인, 언어습득이 어려운 뇌신경을 가진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봤거나, 문해력이 있는 성인에게 글쓰기를 가르쳐보면 위 네 가지가 모두 오래된 착각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어는 절대 쉽지 않고 불규칙이 과다하게 많고 관습적 표현의 허용범위가 중구난방이고 다수의 한국인은 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하며 다수의 고학력자들은 정확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대충 알아듣는 것이다.
한국어교원은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로, 국어교육과 다르다. 국어는 모국어를 한국어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책의 시작은 한국어교원의 특수성과 위에 언급한 배경때문에 한국어교원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짚어나가면서 현재 한국의 이주민, 유학생 정책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나간다. 현장의 이야기라서 한숨이 그득해지는 게 사실이다.
교육노동자이지만 교육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도 언급하는데 사실 한국사회에서 교육종사자는 대체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소속이 정확한 정규직 외의 교육노동자들은 “좋은 일 하는 사람”정도로 인식되며 어차피 ‘당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 당신이 조금 더 희생하면 될 일’이라고 치부당한다.
빨간소금의 책이 거의 다 그렇듯이 현장의 이야기라서 이들이 한국어교원으로 제대로 된 법적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기 위해 어떤 수단들이 사용하는지 신랄하게 보여준다. 10여년 초중고등학교 외부강사로 일하며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었던 나의 무력감을 상회한다. 나는 그때 ‘언제라도 때려치우면 그만‘인 일로 나의 노동을 내려치거나 복도나 계단, 화장실에서 수업시간까지 대기를 하면서도 ’시민교육을 보급하기 위한 투철한 사명감‘으로 나의 자존감을 올려치면서 불안정한 노동의식을 당연하게 여기고 버텼다. 이 양극단을 오가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그건 내가 떠돌아 다니는 강의를 했기 때문이라 모든 조건이 일괄적이지 않다는 게 썩 유용했는데 여기에 언급되는 한국어교원들은 분명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만 소속되지 않은 형태를 띤다.
한국어교원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프리랜서가 비슷한 형태일 것이다.
이책은,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결속과 연대를 통해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유지하고 내 삶을 지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한다.
더불어,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한국사회에 상호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한국어교원의 처우만 살펴봐도 갈 길이 구만리가 아니라 구천 만리는 남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날로 늘어나는 이주민과 유학생, 이들을 한국사회는 착취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쓴 맛을 명징하게 느낄 때 우리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케데헌의 골든과 세계 빅테크 기업이 주목하는 지금 이 세계에 너무 도취될까 두렵다면, 한국어교원의 이야기를 살펴봐도 좋겠다.
<한국어의 투쟁> 이창용 저 / 빨간소금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