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조건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목때문이었다.
인간의 조건, 인간이 되려는 조건이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때문에 존재하는가.
아마 이 책은 작년 12월쯤에 산 책인 것 같은데 한참 동물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그에 반하여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알아보려했던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이 도착했을 때 나는 그 검소한 표지에 놀랬고, 코팅되어 있지 않은 옛스러운 종이에 놀랬으며, 또한 두께에 마지막으로 놀랬다. 책은 장장 50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이며, (최근에 이다지도 두꺼운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게다가 더 경이로운 것은 그 중에 100여 페이지가 앙드레 말로 연구라는 번역가 김붕구 선생의 논문이 실려있었던 게다.
 

앙드레 말로는 소설보다 더욱 경이로운 인생을 산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드골의 흉금을 털어놓을 유일한 친구였다고 한다. 해서 드골이 대통령이 되면서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고 드골이 은퇴하면서 같이 사임을 했다. 대표작으로는 "왕도로 가는 길"과 "인간의 조건"이 있다. 번역자 김붕구 선생역시 서울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재직을 하면서 불문학의 올곧은 학자의 풍모를 지니며 보들레르를 주로 연구했고 르나르의 "홍당무", 스탕달의 "적과 흑", 생 텍쥐베리의 "야간 비행"등을 번역했으며 "불문학 산고"등의 저서도 남겼다고 한다. 이 책은 지식공작소에서 2000년 초판을 2005년에 2판 4쇄로 펴낸 것인데, 다른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없는 모양이기도 하다) 지식공작소 버전은 김붕구 선생의 앙드레 말로 연구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내용은 1927년 상하이쿠테타를 배경으로 한다. 쿠테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테러리스트와 혁명가들이 등장하며 시대배경에 어울리는 자본가, 대학교수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황폐하며 떠돌이고 외롭고 고독하다. 정상적인, 아니 보편적인 가정을 이룬 등장인물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가 때에 절은 옷을 입은 듯, 아니면 고독과 허무에 찌들은 얼굴표정을 했을 만한 인물들만이 등장한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그들은 적절하게 얽혀 있고 그리고 그 인물들의 캐릭터나 세부적 심리묘사 역시 탁월하다. 책을 잡고 내가 4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낸 상하이가 배경이라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셔 그 텁텁한 공기속에 식은 기름냄새가 가득한 바람이 뿌옇게 스모그가 낀 황푸강 위로 마구 불어오는 듯 했다. 책 앞머리에는 상하이 지도도 작게 들어있는데 소설의 배경이 되는 차베이(자뻬이)지역은 소설속의 묘사와 지금의 분위기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아직도 존재하는 아스토리얼(아스토리호텔이라고 나온다)호텔등 작가가 상하이를 언제 방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르포에 가까울 만큼 그 지역에 대한 연구역시 대단했던 것이 틀림없다.

 

소설은 내내 처절하다. 존엄성, 단지 인간의 존엄성 때문에 싸워야겠다는 사람들의 어깨는 모두 늘어져있고 어금니는 앙 다물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개인적인 어떤 희망도 따뜻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혁명 또는 투쟁, 설사 그 방법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더라도 상관없다 하는 절실함이다. 이 것이 아니면 내 목숨은 필요없고 설령 나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내가 죽게 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미 죽음에 이른 어쩌면 한 번쯤 죽었다 살아난 한 맺힌 유령같은 인간들이 가득하다. 인생을 발목잡는 조건들, 가난, 육아, 가족, 자존심, 욕망등이 길거리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쌓여있는 시체들처럼 잔인한 모습으로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주인공들은 전멸한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조차 그다지 희망적인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저 그렇게 살던 사람들이 다 죽었고 다른 곳에서는 아무일도 없이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만족스러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다르게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마지막에 소설 속 한 인물이 말한다.

 

사람을 하나 만들려면 아홉달이 걸리지만 죽이는 건 하루면 족하다고 하지만, 한 사람이 완성되려면 60년이 걸리는데, 인간이 완성된 단계에 이르면 결국 죽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리는 완성과 동시에 궤멸하는 존재인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죽음은 인간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건이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접할 수 있는 프랑스 소설들은 대부분 200페이지 내외의 짤막한 소설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가벼운 불문학에 익숙해져서 <"아멜리 노통브"나 "알랭 드 보통"등> 앙드레 말로나 까뮈, 사르트르, 프루스트 따위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제 다시 한 번 대작들을 만나야겠다.

 

2006. 10. 25.


테러 [terror]
[명사]
1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폭력’, ‘폭행’으로 순화.
2 <정치>=테러리즘.


 

테러리즘 :

폭력적인 공포정치 또는 암흑정치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테러(terror)라면 테러리즘을 뜻한다. 테러는 위협 ·폭력 ·살상 등의 끔찍한 수단을 수반하므로, 테러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라는 말들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한다.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와 이견이 있어 왔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관점에 따라서는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일반범죄로 취급하기도 하며, 다른 시각, 즉 특정집단에서는 애중적(愛衆的) ·애국적인 행동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테러리즘에 대한 견해는 합의적 정의를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주장이나 이론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1937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에서 개최된 ‘테러리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회의’는 국제적 차원에서 테러리즘의 개념을 정의하고자 모인 첫 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참가국의 이해(害)가 엇갈려 안건은 채택되지 못하였다. 다만 이때 열린 회의에서 테러리즘을 ‘한 국가에 대하여 직접적인 범죄행위를 가하거나, 일반인이나 군중들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원수의 배우자에 대한 살상, 공공시설 파괴 등을 테러리즘에 포함시켰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으며, 폭력의 사용이나 위협이 따르고, 심리적 충격과 공포심을 일으키며, 소기의 목표나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4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더듬어 보면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약성서 《창세기》 제4장을 보면, 인류의 시조 아담이 나온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카인, 작은아들은 아벨이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한 나머지 동생을 쳐죽였다. 이것이 인류사상 첫 번째 살인으로 기록되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카인을 최초의 살인자이며 테러리스트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후 인류가 집단사회를 이루면서부터 테러리즘은 강한 자의 통솔도구,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테러리즘이란 용어는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주역이었던 J.마라, G.J.당통, 로베스피에르 등이 공화파 집권정부의 혁명과업 수행을 위하여 왕권복귀를 꾀하던 왕당파(王黨派)를 무자비하게 암살 ·고문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자행하였던 사실(史實)에서 유래한다. 즉, 단순한 개인적인 암살이라든지 사적 단체에 의한 파괴 등이 아니고, 권력 자체에 의한 철저한 강력지배, 혹은 혁명단체에 의한 대규모의 반혁명에 대한 금압 등을 일컫는다. 프랑스에서는 자코뱅의 공포정치에 대한 1794년 이후의 테르미도르 반동, 1815년 혁명 후의 루이 왕조에 의한 보나파르트파에 대한 탄압, 1971년 파리 코뮌의 패배 후, 이들에게 가해진 베르사유파에 의한 대량학살 등은 백색 테러리즘의 예이다. 이에 대하여 앞서 예를 든 자코뱅의 강압지배는 적색 테러리즘이라 불리는데, 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강권정치, 반동파에 대한 탄압 등은 1917년의 러시아혁명에서도 자행되었다. 그리고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배확립의 과정, 독재정권 수립 후의 공산주의자 또는 유대인 등에 가해진 잔인한 박해도 테러리즘의 예이다. 이와 같이 테러리즘은 혁명 ·반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현상이다.

 

오늘날 테러 공격 형태의 특성으로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고전적인 테러전술의 하나인 폭탄공격(bombing)이 있고, 항공기 납치가 주대상인 하이재킹(hijacking), 그리고 인질납치(hostage seizures)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국제 테러 조직〉 1968년 이후 테러 관여 집단수는 73개국 220여 개 조직에 이르며, 이들 집단의 인적 교류에서 연계된 이합집산(合集散) 추이까지 더하면 그 수는 300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협조 ·연계활동을 통해 능력을 강화하고 국가간에 이념과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에는 적대국에 대한 테러행위를 묵인, 또는 조장 ·방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⑴ 이슬람권의 테러조직:성전(聖戰)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회교지하드(Al al Islam:Islamic Holy War Jihad)는 이란 회교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과격단체로 아직도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3년 4월 18일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폭탄트럭으로 공격, 미국인을 포함한 63명을 살해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1983년 10월 23일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미해병대 사령부와 프랑스군 사령부를 자살폭탄트럭으로 각각 동시에 공격하여 299명의 사상자가 나게 한 다음, 1984년 9월 19일 새로 옮긴 동베이루트의 미대사관에 자살폭탄트럭으로 돌진, 12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하는 등 7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켜 위협적인 테러 그룹이 되었다. 또한 아부 니달 그룹으로 알려진 ‘검은 6월단’은 뮌헨 올림픽 선수촌 테러사건으로 유명해진 ‘검은 9월단’에서 분리, 성장한 테러 집단이다.

 

⑵ 유럽권의 테러조직:① 1910년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위하여 조직된 아일랜드공화군(IRA:Irish Republican Army)은 1969년 북아일랜드 분쟁 때 과격파 ·온건파로 분리되었다. 최근까지 테러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조직은 과격 아일랜드공화군이다. 이들은 살인 ·방화 ·폭파 등을 자행, 영국군과 자주 충돌하고 있다. ② 독일이 통일 되기 전, 미군의 서독 주둔에 반대하는 RZ(Revolutionary Cells) 그룹은 서베를린 근처의 미국 도서관에 폭탄공격을 가하는 등 반미 ·반NATO운동을 벌였다. 1980년대 후반에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신활주로공사 방해와, 중거리 미사일 설치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이 밖에 1세기 전에 일어났던 터키 정부의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학살사건을 잊지 못하는 아르메니아 해방군이 있다.

 

⑶ 분리주의 운동의 테러 조직: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지역인 산 세바스티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스크 분리주의 그룹으로서, ETA(Euzkadi ta Azuktasuna:Basque Fatherland and Liberty), 바스크 분리주의 전사, 이라울차(Iraultza) 등이 있다. 모두 에스파냐에서 독립, 바스크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데 목표를 둔 그룹이다. 또 하나는 1981년 이래 미주지역에서 가장 위협적인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분리주의 그룹으로서, AFNL(Armed Forces of National Liberation)과 AFNR(Armed Forces of National Resistance)가 있다.

 

⑷ 기타 테러조직 단체:이상의 테러 조직 이외에도 각국에는 국제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테러 조직이 많다. 각국의 대표적인 테러 조직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악시옹 디렉트 그룹(Action Directe Group), 팔레스타인의 M-15(May 15 Organization),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Mujaheddin), 터키의 인민해방군 TPLA(Turkish People’s Liberation Army), 콜롬비아의 M-19(April 19 Movement), 독일의 바더마인호프단(Baadermeinhof Gang), 이탈리아의 붉은여단(Brigate Rosse), 일본의 적군파(JRA:Japanese Red Army) 등이 있다.

 

상하이 쿠테타 :
국민당은 1926년 7월부터 장제스를 총사령관으로 한 국민혁명군을 조직하고 제국주의와 봉건군벌의 타도를 위해 북벌을 개시하여 남방지역의 군벌을 차례로 타도하였다. 공산당도 제1차 국공합작하에서 북벌을 혁명전쟁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채택하여 노동자·농민 사이에 급속히 당세를 확대시켜 각지의 해방투쟁을 지도하였다.

1927년 3월 공산군이 난징[南京]을 점령하자 영국·미국·프랑스·이탈리아 및 일본의 함대에서 난징을 향해 일제히 무차별 포격을 가해 공산군 중심의 혁명전쟁 발전을 무력으로 저지하고 거액의 자금을 대주어 국민당 우파의 반공활동을 지원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우파의 실력자 장제스는 같은 해 4월 12일 상하이의 노동자 무장대와 상하이 총공회(總工會)를 해산시켰다. 이 사건은 국공합작을 결렬시키고, 공산당 세력을 구축하였으며, 장제스 정권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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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아이들의 언어 세계와 동화, 동시에 대하여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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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코르네이 추콥스키는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린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오래된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구소련이 막 태동을 할 때이며, 추콥스키는 막심고리키의 권유로 아동문학을 시작했다고 하니 정말 아동문학의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추콥스키의 40년간의 연구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이 책은 단순히 아동문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어린이들의 언어와 그에서 발생한 문학적 토양 그리고 어른이 어린이들의 언어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매우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두 살쯤이 되면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다.
말이라는 것은 언어 - 즉 뜻을 가진 단어들을 문법에 맞게 나열하여 의사를 전달한다는 매우 복잡한 의사소통행위이므로, 돌전아기가 옹알이를 하는 것과 아빠, 엄마,를 말할 줄 알게 되어 소리지르는 것은 말을 이해한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물론 아기들도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겠지만, 아직 언어체계에 대해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시기를 두 살에서 다섯 살 까지, 스폰지처럼 말을 흡수하는 시기를 규정한다.
그리고 그 시기에 발전하는 아이들의 놀라운 언어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시기에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것은 세계를 배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언어를 이해함으로서 세상과 가까워지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아기들은 매우 제 멋대로이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아기들만큼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존재도 드물다. 아기들은 정확한 시간에 자고 정확한 시간에 젖을 먹고 밥을 먹고 놀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 생체 시간을 파악하고 백일쯤 되면 자기의 시간표를 짜기 시작한다. 엄마가 굳이 젖먹이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 낮잠자는 시간을 규정해주지 않아도 아기는 알아서 자기 몸에 맞게 시간표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어른들은 그 아기의 시간을 잘 조정해주거나 이해해주고 서포트해주면 될 일이다. 그런 아기들이 언어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도 바로 규칙의 발견이다.
어떤 언어든, 모든 언어는 규칙이 있다. 주어가 앞에 오고 뒤에 오고 하는 것들로 시작하여 언어는 규칙적이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언어는 파괴된다. 아기들이 언어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그 규칙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규칙을 중심으로 유희를 하고 파괴를 한다는 것.
그리하여 현실세계에 접근하게 되고 현실세계를 이해하면서 반동적으로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를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상의 세계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함으로 아이들은 현실과 허구를 구분해낸다는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책에 따르면 동화책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어떤 동화책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흠칫 놀라게 되는데, 뭐 대강 이런 거다.
늑대는 어린 양을 잡아먹었어요, 늑대가 할머니를 덥썩 집어 삼켰어요. 라는 내용.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래동화에는 분명히 그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댓가가 있을 것이다. 문학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뭔가가. 그러나 섣부른 어른들은 어 - 이것은 잔인하다 이것은 비교육적이다 이것은 어린이를 몽환의 세계로만 인도한다. 라고 판단하고 차단시켜 버리는 것이다.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는 속담이 바로 이런 데에 적용되는 것이다.
내려오는 전래동요, 전래동화, 놀이민요등에는 다 까닭이 있다는 것.
추콥스키는 엉망진창 시, 전래동요등의 매력을 한껏 파헤쳐준다.
그리하여, 어른들이 정말 아이들과 얼마나 얼마나 많이 다른가를 강조해준다.

 

아직 아이의 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지 않았는데, 전집으로 살 것인가 단행본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중요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놀이와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아이들에게 동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지, 그리고 한 참 말을 배우는 아이들의 꼬치꼬치 캐묻는 습관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서, 어떤 책을 골라 읽혀야 할지까지 결정하게 해준다. 물론 이 책은 가이드 북이나 육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일러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잘 읽어보면 어떻게 아동문학에 접근해야 할 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2006.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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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 아이와 부모를 변화시키는 대화의 심리학
율리아 기펜레이테르 지음, 지인혜.임 나탈리야 옮김 / 써네스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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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보는 페이퍼의 추천글로 사서 읽게 된 책.

좋은 육아서라고 하셔서 읽어보았는데 정말. 그러하다.

 

저자인 율리아 기펜레이테르는 모스크바에서 심리학을 공부하신 분으로 그 심리학을 교육학에 접목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교육심리학이나 교육학을 기초로 두고 심리학을 그 주변에 들여놓은 것이 아니고 심리학에서 출발해 육아와 교육으로 그 방향을 뻗쳐나간 경우라 하겠다.

 

이 책은 매우 읽기 쉽게 되어 있고, 명확하게 요점정리도 되어 있으며 중요한 부분엔 칼라표시와 밑줄까지 되어 있는데, 대부분 이다지도 친절한 책들이 지나치게 쉬워 읽는 사람의 김을 새게 하는 통상적인 일과는 달리,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아이 키우기의 심리학이라고나 할까.

 

부모와 아이 - 자 이들은 한 집에 산다. 일반적으로. 물론 한 집에 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건 두 존재들은 서로 대화를 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 몸이거나 한 머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두 존재는 떨어져 있으나 공생하는 매우 묘한 관계라는 것. 게다가, 중요한 것은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다 자란 성인들 사이에서도 원활한 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긴, 하물며, 아이와 부모가 말이 잘 통하리라는 것은 솔직히 우리모두의 로망일 뿐이다. 갓난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해 빽빽 울어대기나 하고 이후 말을 하게 되는데에 수년이 걸리며 수년이 걸려도 아이와 부모의 언어신호체계는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그 두 존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상대방을 만족시키며 살기엔 각자의 인생이 너무 바쁘고 힘들다. 부모도 아이도 서로의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는법.

 

그랬을 때 두 사람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아이보다는 조금 더 오래 살아 훈련이라는 제도에 익숙한 부모가 되겠다. 참는 법과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적어도 아이보다는 노련하니 말이다.

아이는 뭔가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허락하지 않고, 아이는 자기 주장을 하고 그래서 엄마가 화가 났을 때, 이런 경우를 이 책에서는 두 컵에 감정이 그득한 경우라 한다. 한 쪽의 컵이 조금 비어있는 경우엔 감정을 나누어도 되겠지만, 두 컵에 감정이 그득한 경우 건배를 하면 줄줄 흘러버리기 마련.

 

너 그러지 마. 넌 왜 그러니? 라는 말보다는 그런 행동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라는 객관화가 아이에게 덜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양이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너 고양이 그만 괴롭혀. 라고 하지 말고 고양이가 별로 안 좋아할 거 같은데? 라고 돌려 말하는 법. 주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욕심때문에, 아이들의 모든 행동에 앞서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마, 손대지마, 더러워, 저리가 등등. 아이들도 동등한 인격체임을 분명히 인정한다면 그 아이가 왜 그러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아이가 침대위를 딛고 옷장위에 올라가 만세를 부르고 있다면, 부모들은 정말 심장이 나달나달해질 지도 모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것처럼 즐거운 일인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매우 어렵지만, 또 아주 쉽기도 하다. 그 쉽게 가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이 알려주고 있다.

 

박수를 짝짝짝 쳐주고 싶은, 좋은 육아서.

걸어다니기 시작하는 아이부터 중학생을 둔 부모까지 읽을 수 있다.

뒷부분에 페짜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우리 아이는 정말 말을 잘들어. 라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더욱 더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200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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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다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다
박누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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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매우 짧을 예정 -

왜냐하면, ㅎ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인터넷에서 맺은 인연으로 싸이월드가 전국을 재패하기 전에 알게 된 인터넷 친구 (가끔 이런 분들이 있죠) 박누리님의 책에 대한 리뷰이기 때문이다.

누리님과의 역사는 - 어쩌다 내가 웹상에 운영하고 있는(지금은 방치하고 있는) 홈페이지에 방문을 하셨고 그러다 싸이월드에서 다시 일촌이라는 걸 맺고 알고 보니 이 친구가 미술사를 전공했으며 그래서 싸이월드에서 회심차게 만들어낸 페이퍼라는 매체를 통해서 그림을 읽어주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구독신청을 해서 꾸준히 읽었었고

*사실 그 전엔 그녀의 이런 저런 다른 글들도 읽었었고*

그 글들이 책이 되어 나온다고 하여 정말 기뻤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성의 있게 써내려갔던 글들이 책이 된다 하니 마치 내가 책을 내는 것 같았다고 하면 오바이지만 친동생이 책을 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책 언제 나와요, 잘 진행되시나요, 하는 질문들도 가끔 던졌었다.

미술책이라는 게 나오는 과정이 예전같지 않고 저작권 문제가 많이 걸려서 힘든 모양이더라.

우여곡절끝에 세상에 나온 누리양의 책은 교보문고에서 메인화면에 걸리기도 해서 더 기쁘더라.

이미 페이퍼에서 읽었던 글들도 있지만, 가장 감성적으로 그림을 읽어주는 아가씨가 아닐까 싶다.

 

미술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편이라고 할 순 없지만, 누리양의 글은 간혹 너무 화려하다 싶기도 한 감성적인 문체에 그 매력이 있다. 정말로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그림에 흠뻑 젖어서 옆에 있는 친구에게 조근조근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보여. 그렇지 않아? 이 그림, 너무 좋지 않니? 이 그림, 너무 슬프지 않니? 하고 말이다.

 

아주 친한 사춘기시절 여자친구, 꼭 앤과 다이아나가 나눌 것 같은 말투로 그녀가 그림을 읽어준다. 선명한 화보와 깔끔한 내지도 맘에 들었다. 게다가 그녀가 읽어주는 그림들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그림보다 숨겨진 작품들, 순수히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들인 경우가 더 많아 그래서 더 쉽게 친근하다.

 

출판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멋진 책을 만들어주신 마로니에 북스와 책을 만들기 전부터 늘 성심성의껏 글을 써온 박누리양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몇 명의 미술전문저술가들처럼, 누리양의 미래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 담긴 소망도 있다.

 

PS. 누리양 책 많이 파세요. ^ ^

 

200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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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아이들 - 새로운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2006년 동아일보 선정 자녀교육 길라잡이 20선
리 캐롤 외 지음, 유은영 옮김 / 샨티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인디고는 남색을 일컫는 말이다. 인디고 블루라고도 한다.

인디고 아이들은 무슨 아이들을 말하는가.

남색의 파장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을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이다.

저자가 말하는 인디고 아이들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째는 휴머니스트 인디고 - 대중들과 함께 일하는 활동적이고 사회적인 부류, 자기 주장이 강하고 책읽기를 좋아한다.

두번째는 개념론자 인디고 - 사람보다 계획에 더 몰두해, 스스로를 잘 다루고 통제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아티스트 인디고 - 키가 좀 작은 예술방면에 관심이 많은 창조적인 아이들을 말한다.

인터디멘셔널 인디고 - 도량이 넓고 새로운 철학이나 종교를 인류에서 선사할 아이들을 말한다.

이들의 사상은 영적 치유나 영적 성장등을 기본으로 하여 색깔을 통한 삶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 분류를 나누었다.

 

일반적인 화법으로 돌려서 얘기하자면, 이들이 말하는 인디고 아이들은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사회부적응 아이들일 수도 있다. ADHD로 분류되거나 ADD로 분류되거나, 난폭한 아이나 자폐아거나.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으로 말했을 때 분명 어딘가가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들, 특히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주 대상은 ADHD나 ADD 아이들로 밀집되는 듯 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데도 ADHD로 오인되고 있고, 그로 인해 바로 약물치료로 직행하고 있고, 그들의 재능과 숨어있는 능력을 억제당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 그리고 그에 대한 변명들을 주장과 사례들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역시, 앞에 소개했던 아기의 비밀과 비슷한 맥락의 관점으로, 규칙이나 제재를 가하는 것보다 사랑과 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부모들이 자기와 다른 아이들의 독특한 돌출행동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디서 그 원인이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명확히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도 변화하고 있는데, 아직 기득권을 가진 성인들은 그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이 틀렸다고 규정짓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대를 인정하는 길만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자연의 순리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도 좋다.

그러나, 자연주의, 인도철학, 노장사상 등에 진절머리를 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가진 넓고 깊은 울림에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르겠다.

 

200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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