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구스따보의 바보 일기
또노 지음, 유왕무 옮김 / 예림기획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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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생소한 이름의 작가와 제목인 이 책은 스페인의 풍자/해학작가인 또노라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다.

고운 삽화도 함께 들어있는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철학동화라는 이 이야기는 매우 쉽게 읽히면서도 한 박자씩 쉬고 읽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구스따보라는 꼬마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눈으로 비춰본 어른들의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과 어이없는 부조리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구스따보는 모든 것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매일 매일의 세상에 접근해나간다.

학교 선생님들은 뭔가를 가르쳐주지는 않고 계속해서 묻기만 한다는 둥, 흑인을 왜 흑인이라고 부르는지, 키가 작다고 왜 무시를 하는건지, 등등, 읽으면서 큭, 하고 웃게 되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다.

타이틀에 걸린 내용처럼 정말 8세부터 88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읽어도 될 듯. 그러니까 .. 가정에 하나정도 있다면 화장실에 비치해놓고 식구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작가의 독특한 시선 -예를 들어 트럼본은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 - 라든가, 그럴싸한 말로 아이를 유혹해놓고 결국 논리성에서 부족하여 얼버무리고 마는 구스따보 주변의 어른들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해학이 넘친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두고 두고 읽어도 좋을 만한 책.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200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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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그림책은 내 친구 12
레이먼드 브릭스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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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중 특히 영어권 동화는 잘 아는 게 없어서 이렇게 페이퍼의 안내를 받으면서 읽고 있는데, 전문성이 뛰어난 김영욱님의 페이퍼대로 하나씩 읽어볼 예정.

사실 그림이 맘에 들어서 사게 된 책인데, 이 책을 이해할 정도일려면 초등학생쯤 되어야 할 듯 하다. 빠르다면 3학년정도 된 아이들도 이해를 하겠지만 어른들이 봐도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그런 좋은 동화책.

 

동화책에는 어른들은 아무리 봐도 뭔지 이해가 가지 않으나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이 있고 교육적 요소를 군데 군데 포진해놓아 숨은 그림 찾기 처럼 되어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른들이 보고 인생을 반성할 만큼 큰 충격을 주는 것들이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두 책은 맨 후자쯤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두 책은 모두 우연히 찾아온 "손님"에 대해서 말한다.

작은 사람은 단 것을 먹지 못하고 베지테리안으로 살아가길 강요당하는 존이라는 소년에게 찾아온 작은 근육질의 사람과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작고 신기해서 존은 작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성향이 다른 두 인간은 자꾸 부딪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의미심장하게도 "생선과 손님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라는 중국속담으로 시작한다. 작은 사람은 존에게 금기시 되어 있는 것들을 자꾸 부탁하고 존은 작은 사람을 돌봐주는 일에 지치기 시작한다. 둘은 급기야 말다툼까지 하게 된다.

 

곰은 소녀의 상상속에 있음직한 커다란 흰 곰이 소녀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의 이야기이다. 작은 사람과 달리 곰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커다란 몸집으로 잘 숨기까지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곰이 나타난 것인지, 소녀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몽환적이다.

 

잠시 다녀간 두 손님에 대한 이야기 - 말 많은 손님과 말 없는 손님. 그리고 그들의 떠나간 뒷모습에 대하여 오래오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색연필의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과 만화의 양식을 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것.

 

※ 좋은 한국 창작동화 아시는 분 소개 부탁드려요.

 

200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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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동시집 산울림 - 빨간우체통 2 빨간우체통 2
윤동주 지음, 김점선 그림, 박해석 엮음 / 이가서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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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간밤에 내 동생

오줌 싸서 그린 지도.

 

위에 큰 것은

꿈에 본 만주 땅

그 아래

길고도 가는 건 우리 땅.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윤동주의 오줌싸개 지도 이다.

시인 윤동주의 동시집이 화가 김점선의 그림으로 채워져 책이 되었다.

3부로 나뉘어 40여편의 동시와 요즘 문화지대인가..하는 KBS 프로그램에서 "김점선이 간다"를 맡아 그 독특한 어투를 매주 들려주시는 화가 김점선 화백의 그림으로 책이 풍요롭다.

 

넓은 판형도 아니고 두껍지도 않고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 우울했던 윤동주 시인이 (적어도 내 생각엔) 남겨놓은 귀엽고 따듯한 동시들은 아직 말도 떼지 못한 아이들에게 운율을 맞춰 읽어주기에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면서 김점선의 그림을 보고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녀의 그림은 복잡하지 않으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글자를 배워 이 시들을 스스로 읽고 엄마 "동무가 무슨 뜻이야?" 하고 묻게 될 지도 모르겠다.

 

몇 안되는 즐겨보는 오락프로그램 중 하나가 노현정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올드&뉴다.

결혼을 하고 전라도 분이신 시댁어른들께서 "가차와지다", "자식을 여우다" 하는 등의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를 구사하실 때 나는 당황했다. 그 뜻을 하나 하나 이해해가면서 서울 깍쟁이로 살아온 나의 부족한 말들이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올드 & 뉴의 모든 문제를 남편이 훨씬 더 쉽게 맞추곤 한다. 몽니라는 말도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고, 휘뚜루 마뚜루 같은 말도 생소했다.

(가차와지다 : 가까워지다 라는 단순한 사투리겠지만 여우다: 라는 말은 자녀를 시집 장가보내 여울게 하다..라는 말과 어감이 비슷해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10대들과 우리들이 자꾸 잊어가는 말들은 시에 남아있고 혼불과 같은 소설에 남아있고 백석의 시에 남아있다.

 

얼마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의 시어에 "머츰하다"라는 단어가 있었다.

국어사전을 찾아 그 뜻을 적어놓고 한 참을 읽고 또 읽고 하였다.

아빠의 "뒷자취" 라든가 "해비"라든가 하는 언어들의 맛깔스러움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아직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조금씩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사고 난 다음 운율이 있고 계절에 맞는 동시를 하루에 두 번씩 소리내어 읽고 있다.

 

우리 애기는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가마목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

 

아저씨 해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 봄

 

아이에게 어떤 교재를 사주는 것보다, 숨겨진 아름다운 언어로 이루어진 동시를 찾아 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2006.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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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 책내음 창작 10
이지현 지음, 김재홍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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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책이다. 부산에서 실제일어났던 일을 글로 엮은 것이라 한다.

내용은,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개가 새끼강아지를 찾아 어미로서의 모성을 보여준다는 정말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이고 (울었다;;)

그림이 정말 좋다.

연필 밑그림에 수채화로 그린 삽화가 내용과 정말 잘 어울려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강아지의 모습을 정말 예쁘게 표현해내었다. (사실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우리집 잡종 강아지랑 매우 닮았다 ㅎㅎ)

 책 속의 몽실이는 슈퍼에 사는 잡종개.

밤마다 가게를 지키던 몽실이가 4마리의 새끼를 혼자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아지들을 모두 기를 수 없게 된 주인아저씨가 새끼들을 여기저기로 입양보내고, 새끼를 그리워하던 몽실이는 막내 강아지를 찾아 나선다. 

 우리집에서 키우는 비글이 에미 "루"도 작년 여름 8마리의 새끼들을 낳았다.

마지막까지 입양이 되지 않던 강아지 두 마리 중에 한마리가 입양을 가자 불안해 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마지막 한 마리마저 데려가자 하루종일 울부짖었다.

결국 가장 먼저 입양나간 삼순이가 입양간 집에서 대형사고를 쳐서 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에미 애비 새끼 이렇게 세 마리가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동물은 간혹, 본능에 충실해서 사람보다 더 훌륭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 본능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동물은 모성본능이나 방어본능에 100% 충실하기 때문에,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런 이야기들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

 초등학교 3-5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을 책. 

 200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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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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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엔데 지음 / 한미희 옮김 / 비룡소 펴냄 /
비룡소 걸작선 013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아줌마도 모모같은 사람이 되어버렸어.

모모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미주같은 아이야..

그런데 지금은 내 이야기만 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

 

삼순이의 이 대사 한 마디로 모모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 옛날에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했던 노래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사실 그 때는 어쩌면 모모가 다시 찾아주었던 행복한 시절이었고,

지금이 바로 회색인간들에 의해 모두 시간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행복하게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행복하지 못한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이 있는가를 검토할 때,

그 상대방이 나와 함께 할 시간이 있냐고 물어볼 때,

그럴 때 멋드러진 대답은 이런 것이다.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시간은 마음속에 있는 것. 물론 초당으로 째깍째깍 움직여서 우리를 강박관념속으로 잡아 넣으려는 시계 초침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시간은 모두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살다보면 어느 순간 무엇엔가 쫒기고 가장 짧은 시간이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바들바들 떨게 되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했는가에 더 집중하게 되기 마련이다. 바로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고, 비록 웃음을 잃었더라도, 다시 가난해지고 싶지 않아도 그 대신 함박웃음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은 왠지 바보 같아 보여서 사람들은 회색인간들의 장부대로 움직여준다. 그들이 피우는 시가의 시간을 연장해주기 위해서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중요한 인물이 된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자, 넌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했지? 우리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보자."

 

모모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아이가 당신의 자녀라면, 아이가 일에 지쳐 허덕이는 당신에게 "아빠/엄마는 모두 회색인간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요" 라고 얘기해 줄 지도 모른다.

 

모모는 왜 여자아이였을까.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 모모는 삽화에도 얼굴 한 번 등장하지 않고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어쩌면 모모는 달려가는 시간같은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들을 입고 지나가는 과거처럼, 그리고 존재하지 않으면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처럼, 그리고 우리가 늘 쫓아가려하는 미래처럼 존재하는 그런 아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느리다고 믿고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30분 예지능력, 그리고 그 등껍질에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글씨들, 느리게 갈 수록 더 빨리 도착한다는 반어법등, 모모는 문학적인 메타포로 가득한 훌륭한 문학작품이다.

 

어린이 동화나 소설을 넘어서서 가치가 충분한 이야기,

그리고 아침에 만원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Take Out 커피를 들고 뛰어다니는 우리들을 위한 꼬마 여자아이가 바보같은 옷을 입고 저 앞에 가고 있다.

 

모모에게 가보세요.

우리가 행복한 지 아닌 지, 그 아이에게 하소연하다보면 알게 될거예요.

모모는 모두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아이니까요.

 

200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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