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아이들의 언어 세계와 동화, 동시에 대하여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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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코르네이 추콥스키는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린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오래된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구소련이 막 태동을 할 때이며, 추콥스키는 막심고리키의 권유로 아동문학을 시작했다고 하니 정말 아동문학의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추콥스키의 40년간의 연구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이 책은 단순히 아동문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어린이들의 언어와 그에서 발생한 문학적 토양 그리고 어른이 어린이들의 언어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매우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두 살쯤이 되면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다.
말이라는 것은 언어 - 즉 뜻을 가진 단어들을 문법에 맞게 나열하여 의사를 전달한다는 매우 복잡한 의사소통행위이므로, 돌전아기가 옹알이를 하는 것과 아빠, 엄마,를 말할 줄 알게 되어 소리지르는 것은 말을 이해한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물론 아기들도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겠지만, 아직 언어체계에 대해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시기를 두 살에서 다섯 살 까지, 스폰지처럼 말을 흡수하는 시기를 규정한다.
그리고 그 시기에 발전하는 아이들의 놀라운 언어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시기에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것은 세계를 배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언어를 이해함으로서 세상과 가까워지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아기들은 매우 제 멋대로이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아기들만큼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존재도 드물다. 아기들은 정확한 시간에 자고 정확한 시간에 젖을 먹고 밥을 먹고 놀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 생체 시간을 파악하고 백일쯤 되면 자기의 시간표를 짜기 시작한다. 엄마가 굳이 젖먹이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 낮잠자는 시간을 규정해주지 않아도 아기는 알아서 자기 몸에 맞게 시간표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어른들은 그 아기의 시간을 잘 조정해주거나 이해해주고 서포트해주면 될 일이다. 그런 아기들이 언어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도 바로 규칙의 발견이다.
어떤 언어든, 모든 언어는 규칙이 있다. 주어가 앞에 오고 뒤에 오고 하는 것들로 시작하여 언어는 규칙적이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언어는 파괴된다. 아기들이 언어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그 규칙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규칙을 중심으로 유희를 하고 파괴를 한다는 것.
그리하여 현실세계에 접근하게 되고 현실세계를 이해하면서 반동적으로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를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상의 세계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함으로 아이들은 현실과 허구를 구분해낸다는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책에 따르면 동화책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어떤 동화책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흠칫 놀라게 되는데, 뭐 대강 이런 거다.
늑대는 어린 양을 잡아먹었어요, 늑대가 할머니를 덥썩 집어 삼켰어요. 라는 내용.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래동화에는 분명히 그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댓가가 있을 것이다. 문학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뭔가가. 그러나 섣부른 어른들은 어 - 이것은 잔인하다 이것은 비교육적이다 이것은 어린이를 몽환의 세계로만 인도한다. 라고 판단하고 차단시켜 버리는 것이다.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는 속담이 바로 이런 데에 적용되는 것이다.
내려오는 전래동요, 전래동화, 놀이민요등에는 다 까닭이 있다는 것.
추콥스키는 엉망진창 시, 전래동요등의 매력을 한껏 파헤쳐준다.
그리하여, 어른들이 정말 아이들과 얼마나 얼마나 많이 다른가를 강조해준다.

 

아직 아이의 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지 않았는데, 전집으로 살 것인가 단행본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중요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놀이와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아이들에게 동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지, 그리고 한 참 말을 배우는 아이들의 꼬치꼬치 캐묻는 습관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서, 어떤 책을 골라 읽혀야 할지까지 결정하게 해준다. 물론 이 책은 가이드 북이나 육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일러주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잘 읽어보면 어떻게 아동문학에 접근해야 할 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2006.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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