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우구스티누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5
게리 윌스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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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미디아(북아프리카) 타가스테(지금의 수크아라스로 당시 로마의 속지) 출생. 그의 생애는 주요저서라고 할 수 있는 《고백록(告白錄) Confessions》에 기술되어 있다. 아버지 파트리키우스는 이교도의 하급관리였고 어머니인 모니카는 열성적인 그리스도교도였다. 카르타고 등지로 유학하고 수사학(修辭學) 등을 공부하여, 당시로서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로마제국 말기 청년시절을 보내며 한때 타락생활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19세 때 M.T.키케로의 《철학의 권유 Hortensius》를 읽고 지적 탐구에 강렬한 관심이 쏠려 마침내 선악이원론(善惡二元論)과, 체계화하기 시작한 우주론(宇宙論)을 주장하는 마니교로 기울어졌다. 그 후 그는 회의기를 보내며 신(新)플라톤주의에서 그리스도교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편력을 하였다. 그의 그리스도교로의 개종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384년에 만난 밀라노의 주교(主敎) 암브로시우스였다. 

 그는 개종에 앞서 친한 사람들과 밀라노 교외에서 수개월을 보내면서 토론을 벌였는데, 그 내용들이 초기의 저작으로 편찬되었다. 388년 고향으로 돌아가서 수도생활을 시작하려 하였으나 사제(司祭)의 직책을 맡게 되었고, 395년에는 히포의 주교가 되어 그곳에서 바쁜 직무를 수행하는 한편, 많은 저작을 발표하였다. 《고백록》도 그 중의 하나이지만, 대작으로서는 《삼위일체론(三位一體論)》 《신국론(神國論)》 등이 널리 알려졌다. 

 만족(蠻族) 침입의 위험을 직접 당하면서 죽어간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이었으며, 동시에 중세의 새로운 문화를 탄생하게 한 선구자였다. 그의 사상은 단순한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참된 행복을 찾고자 하는 활기있는 탐구를 위한 것으로서, 그가 살아온 생애에서 그것을 떼어놓을 수는 없다. 그 체험을 통하여 찾아낸 결론은 《고백록》의 유명한 구절 “주여, 당신께서는 나를 당신에게로 향하도록 만드셨나이다.

 내 영혼은 당신 품에서 휴식을 취할 때까지 편안하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말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인간의 참된 행복은 신을 사랑하는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신을 사랑하려면 신을 알아야 함은 물론, 신이 잠재해 있다는 우리의 영혼도 알아야만 한다. 그 때문에 아우구스티누스가 철학의 대상으로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신과 영혼이었다.

 신은 우리 영혼에 내재하는 진리의 근원이므로, 신을 찾고자 한다면 굳이 외계로 눈을 돌리려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영혼 속으로 통찰의 눈을 돌려야 한다. 윤리에서는 모든 인간행위의 원동력이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결코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이며, 윤리적인 선악은 그 사랑이 무엇으로 향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하였고, 마땅히 사랑해야 할 신을 사랑하는 자가 의인(義人)이고, 신을 미워하면서까지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악인(惡人)이라고 하였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성 아우구스티누스 - 한 때는 타락한 청년기를 보냈었고 마니교의 신봉자였으나 그리스도교로 귀의해 사제를 지내고 다양한 집필활동을 펼친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시기 최고의 철학/사상/종교가라고 알려진 성인.

 

이 책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2차적 평전이다.

2차적 평전이라는 이야기는 일단 기본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지식이 적절하게 보유된 사람이 읽기 편한 책이며, 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뭔소리를 하는 지 애매모호한, 심도깊은 책이라는 것.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매우 애매모호한 상태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라 일부는 이해하고 일부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럴 때는 옮긴이의 글이나 다른 서평을 조금 읽어보고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책은 반나절이면 충분히 읽을 정도의 가벼운 분량이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용단어들을 끄집어 내어 그의 대표작이 "고백록"이 아니라 "증언"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라틴어의 재해석부터 시작해 매우 심도깊은 이야기들을 펼쳐간다.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시기에 아프리카 출신의 한 남자가 마니교에 빠졌다가 기독교의 사제/주교가 되기 까지, 그 과정에 있어서 그가 표현했던 사상과 철학에 대해서 지엽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어찌 보면 미시사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통론적인 개념보다는 한 개인의 역사, 그 역사중에서도 아주 지엽적인 부분을 깊이 있게 고찰하는 접근법이 2차적 평전이라는 소개를 할 수 밖에 없게 한다.

 

4세기의 철학자가 하고 있는 고민은, 현재 다시 돌아봐도 그리 멀지 않고, 그래서 그를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사람사는 것은 어쩌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모르겠다.

 

카톨릭에 관심있거나 성 아우구스티누스 혹은 미시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만한 교양서.

 

200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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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철학자 - 인류 정신사에 대한 광범위한 지적 탐구
장 프랑수아 르벨 외 지음, 이용철 옮김 / 이끌리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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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양장본, 제목도 승려와 철학자, 단아한 표지, 인류 정신사에 대한 광범위한 지적 탐구.

이 책은 만만한 책이 아니다. 예상했듯이. 

 요즘 지나치게 좋은 종이를 쓰는 책들에 비하면 내지도 약간 거친 듯한 느낌이 들고, 자간도 아주 넓지는 않다. 만만치 않아보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의 매력은 도전하게 하는 갈증이 있다. 뭐랄까, 갈급하게 만드는 것? 아, 뭔가를 느끼고 싶어라, 싶을 때 도전하게 하는 450여 페이지의 방대한 대담. 

 책은 장-프랑수와 르벨과 마티유 리카르라는 두 사람의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티유 리카르는 과학을 전공한 프랑스의 승려이고, 장-프랑수와 르벨은 철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승려와 철학자이고 이 두사람의 관계는 부자(父子)간이다.

철학자의 아들이 과학을 전공하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깎고 승려가 되었다는 말씀.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서 인류 정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10일간에 걸쳐서 이어졌다는 이 대담의 내용은 19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과학연구에서 마음의 탐구로 전환한 마티유의 이야기로부터 그가 귀의한 티벳불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불교에서 이끌어낸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그 철학에 대한 이야기와 생명과 진보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방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배울만큼 배웠다는 두 사람이 만나서 게다가 철학자와 승려로 만나,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로 만나 얼마나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고 그 범위가 끝간데 없겠는가. 

 사실 이 책은 그 모호하고 지리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서 한 번 읽어서는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책은 무슨 성경을 읽듯이 매일 매일 조금씩 읽고 명상하고 곱씹으면 가장 좋겠지만, 어디 그런 독서방법이 쉬운가. 이해 안가면 넘어가고 나중에 다시 들춰보고 줄도 좀 긋고 그렇게 읽는 것 뿐. 

책을 읽으면서 약간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출간하여 대단한 반향을 일으킬 만한 소재가 아니다 싶었더니 이미 IMF 전에 번역이 끝났으나 그 여파로 인해 1999년에 출간이 되었었고, 그 전에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초베스트셀러였다는 역자의 이야기가 붙어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유럽이나 서구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양이나 티벳불교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폭제의 역할을 충분히 하며, 반중국정부의 역할과 동시에 티벳불교에 대한 환상도 심어줄 수 있는, 말하자면 서구사회에서는 일종의 티벳불교입문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만한 책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대단한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중국 유학시절 방학 때 귀가를 준비하던 학생들 중 유럽아이들은 시장에 가서 1위안 짜리 젓가락 20짝를 사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선물하고 좋은 소리 듣는다 했지만, 한국아이들은 사실 사 갈 물건이 없었던 것처럼. - '후져빠진 중국젓가락 뭐하러 사왔노' 라는 타박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던 것이다. -

티벳불교에 대한 환상은 접고라도,

책 중간중간에 펼쳐져 있는 명상을 할 만한 작은 사진과 작은 문구들이 자꾸 리틀티벳이라는 장소에서 그들을 만났던 생각과 만다라를 돌리며 오체투지를 하던 온 몸 바쳐 신앙을 지키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서 갈급증을 해결할 줄 알았던 책이 더 나를 갈급하게 했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런 것일 게다.
 
'이세상의 온갖 분규에 덜 개입할수록, 나와는 상관없이 인간들의 광기가 난무하도록 내버려둘수록, 나는 나를 어지럽힐 위험이 있는 고난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다. 통속적인 표현을 쓰자면 성공적으로 내 차는 옆으로 치워둔 셈이다.'
혹은
'아니다, 우리는 현실을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으며, 현실에 작용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철학의 목적은 어떠한 객관적 상황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우리의 사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정치를 통하여 그 객관적인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장-프랑수와는 이 두 가지 입장을 결합시키고자 한 것이 플라톤이었다고 말했는데, 나에게는 이 두가지 입장중에 하나를 선택하거나 결합하거나 중화하거나 하는 것이 이 책이 남겨놓은 화두일 것이다.
동물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어차피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잡아먹지 않느냐 하는 자연의 질서에 대해서는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이 두 부자는 주로 그런 이야기들을 장장 470여페이지에 걸쳐 나누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여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하고 얼버무릴 문제들, 그 모든 것이 바로 철학이고, 그게 바로 삶을 꾸려가는 방법일 것이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가치있는 도서를 만났다고나 할까.
먼지묵은 헌책방에서 먼지를 탈탈 털어내어 가방 깊숙이 담아 사들고 온 그런 느낌이다.
 
※ 책 보내주신 이대희님 감사드립니다. ^^ 너무 잘 읽었어요.

2006.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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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무엇인가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1
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신행선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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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 Renan, Qu'est-ce qu'une nation?

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 신행선 옮김 / 해제, 에르네스트 르낭 읽기 

 책세상문고의 고전의 세계는 명저들 중 짧고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글들을 모았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 에르네스트 르낭이라는 프랑스의 학자는 예수의 생애,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비판적 역사,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등을 집필했다고 한다. 르낭은 프랑스의 민족주의를 연구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자로 책세상 문고에 실린 두 편의 글은 보불전쟁 발발시에 적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이고 다른 한 편은 18822년 소르본 대학에서 강연했던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이다.  

 르낭은 이 두편의 글을 통해 민족국가가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유럽연합이 그를 대체하리라고 예견하고 있고, 민족이라는 것은 인종도, 언어도, 종교도, 지형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것이며, 언제든지 새로 생겨나고 언제든지 종말할 수 있는 개념일 뿐이라고 한다. 

 책세상 문고에서 고전의 세계와 우리시대총서 두 편 모두 민족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나라이다.

예로부터 외세의 침략이 그리도 많았는데 어떻게 단일민족일 수 있으며 어떻게 피가 하나도 안 섞일 수 있단 말인가. 반동적 근대주의자였던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되었느냐, 아니면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주창해낸 논리인 것이냐, 한국에서 민족이라는 것은 상당히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논쟁점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도 그렇고 사람들은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것을 간과하고 많은 것을 무시한다. 그리하여 얼토당토하지 않은 희생자들만 속출하게 되곤 하는데, 나 자신이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의도에서인지.. 책세상 문고의 시작은 이렇게 피해가고 싶으나 무거운 주제부터 꺼내버렸다. 

 전반적인 개념들이 모두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라 기쁘다고나 할까.

뭐 더 읽다보면 언젠가 워밍업책보다 《예수의 생애》같은 책을 읽게 될지도..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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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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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조금씩 사서 읽기로 한 책세상 문고 우리 시대 시리즈.

탁석산은 서울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솔직함이 매력인 철학가라는 특이사항을 네이버 검색에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 책을 말한다의 MC를 보기도 했었다. (책을 말한다는 김미화 장정일 시대를 거쳐 현재 법학을 전공한 왕성한씨가 MC를 맡고 있다 : 개인적으로 미친듯이 책을 읽어댄 장정일씨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함.. 그의 독서일기를 들춰보면 기가 질릴 지경;;)

 이 양반은 솔직함이 무기라는 얘기처럼 책도 참 솔직하게 썼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말해주었느냐? 아니, 그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도대체 뭘로 규명지을 수 있는 것이냐, 그건 그저 봐서 저 사람은 한국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납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탁선생의 이야기는 한국인의 주체성에 이어지기 때문에 두 권의 책을 다 읽지 않고 말을 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길 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한다. 대학때 현대문학을 가르치던 선생이 문학은 그 용도가 없는 것이다 (文學是沒有用的) 라고 했었다. 소용도 없고 빵도 구울 수 있는 철학, 그 철학을 하는 탁석산 선생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유성에 대해서, 시원(始原)이 과연 고유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밝혔듯 이 책은 최인훈의 회색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최인훈의 회색인, 글로벌한 시대, 나날이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그리고 탁석산이 이 글을 쓴 지 벌써 6년이 지난 세월동안의 급격한 변화, 우리는 정체성을 찾았는가? 역사는 미시사로 흘러가고 세계는 분할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강조하는 정체성과 얼마전 황우석교수의 사건으로 불거진 민족주의에 대해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은 더 애매모호한 구렁텅이로 빠져가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ㅡ,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저자가 말한대로 정체성을 규명하여준다면, 정체성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우리의 모습도 한국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증권 CF가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흠흠)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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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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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최재천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휴머니스트의 지나간 두 권의 대담집 "오만과 편견",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 받다"를 읽은 사람들은 아마 휴머니스트의 세 번째 책을 기다렸을 것이다.

대담집이라는 것은 아주 자주 등장하는 형태의 책은 아니지만, 휴머니스트의 지난 두 작품들은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매우 우수했으며,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또 비슷한 대담집이 나오길, 그래서 지적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길 분명히 기다렸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오자 마자 교보문고에서 바로 인터넷 구매를 했는데 (인터넷 교보문고에 거의 매일 접속함)두께의 압박으로 두 달여를 미루고 있었다. 장장 600페이지에 이르는 이번 대담집은 부제 그대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였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황우석 교수의 파문이 있기 전이었는데, 책을 사고 난 다음에 난리가 나기 시작했으며, 그러면서 빨리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욕구곡선이 상승을 하다가 황우석 교수 파문의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책을 외면하고 싶어지는 하강곡선을 타기도 했다. 

 4년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시기를 만났고 그래서 세상에 빛을 봤다.
이만큼 시기적절하게 출판되는 책도 많지 않으리라. 

 영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 도정일, 그리고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최재천 교수가 만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그리고 동물행동학으로 풀어본 사회구조와 동물행동학으로 해명될 수 없는 인간의 이해못할 행동들에 대해서, 신화와 과학의 타협점은 없는가, 이 복잡 다단한 세상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 부터, 우리가 기대하고 혹은 두려워하는 미래사회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동물행동학이나 혹은 신화학, 혹은 인문사회학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사전 상식이 있으면 책을 읽기가 수월할 것이며, 특히 레비-스트로스나 리차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제러드 다이아몬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의 책을 읽었거나 이론을 알고 있거나 혹은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재미가 훨씬 더 할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대담은 과연 미래 사회는 어떻게 될까부터 시작한다.

빅 부라더가 출현할 것인가, 조지 오웰이 예견한 1984년은 이미 지났고, 그의 예견은 너무 빨랐던 반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27세기를 예지했는데 보아하니 21세기 말정도가 되면 인간복제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물론 이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임이 밝혀지면서 뒤로 좀 후퇴한 감이 있긴 하지만. 

 그리하여 우리가 유전공학을 가지고 논 할 수 있는가, 인간복제 줄기세포 운운해도 될만큼 인간이 유전자나 DNA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면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철저히 다윈의 진화론에 의거하여 세상을 풀이한다면 동물행동학이나 진화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들은 어떻게 규명하는가 하는 것들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유인원중에 인간과 보노보만이 마주보는 섹스를 한다는 것, 진화나 번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입양이라든가, 이기적 유전자 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살, 전혀 쓸모없는 예술의 행위 (내가 대학다닐 때도 우리 문학이론 교수가 문학은 쓸모없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었다, 그 말의 뜻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등은 그 어떤 동물행동학으로도 진화론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신화론은 과연 자연스러운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이 초기발생시절 여성폄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처럼, 신화역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 교회의 권력자들이 철저하게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 역할이 더 컸던 창조론 등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까지 간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대담은 절대 외람되지 않고 건방지지 않으며, 어쩌면 이렇게 토론이 자연스럽게 오고 갈 수 있느가에 대해서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 

 진화론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세상은 약육강식과 자연도태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진화론의 원리로 인해 태국의 닭들이 죽어나간다고 전세계가 긴장하고 유럽의 소가 나자빠진다고 전세계가 긴장하는 등 이미 자연도태로 인해 남은 유전자들이 자연스럽게 복제되어 버린 상황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언어와 문화와 습관도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도태되어 가고 있는 현 시대에, 더 이상 인문학은 과학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아 그는 과연 완벽한 인간이었던가) 과학과 예술과 인문의 경계는 인간이 국가를 발전시키고 제도라는 것을 만들면서 경계지워진 바 다시 융합하는 시대의 필요성에 의해서, 학문을 하건 하지 않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철학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휴머니스트의 대담 기획과 같은 도전이 일상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과학책이라면 고등학교 졸업이후 손도 대지 않았던 내가 8개월짜리 태아를 품에 안고 그냥 궁금해서 요즘은 자연과학 / 교양과학 서적을 기웃거리는 것처럼, 이제 모든 것을 두루 아우르지 않으면 우리도 또 "도태"되는 유전자로 가득할 지 모르는 일이니까.

 

200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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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0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