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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게 길을 묻다
이덕일 지음 / 이학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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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氏의 주요저서 :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2(이 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함) /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사도세자의 죽음 / 오국사기 등...

필자는 평소 역사학은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학이라고 생각해왔다. 역사라는 거울은 과거분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학은 미래학이 아니라 과거학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는 은연중에 현실에 대한 발언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그 지난한 독재 시대를 지나는 동안 현실에 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발언 대신 역사는 적어도 50년이나 100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할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해왔다. 그리고 역사학자는 연구하는 시대와 시간적으로 분리되어야 객관적,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여 현대사를 외면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역사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와중에 현실에 대한 발언을 외면하는 역사학계 일부의 이런 분위기의 진정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우리 역사학계가 갖고 있는 "원죄"에 있었다. 그 원죄란 바로 일제 시대 일부 사학자들의 행태였다. - 책 머릿말 중에서. 

이덕일씨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라면 따분하거나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 사람의 책을 읽다보면 아.. 역사는 스릴러물이야..라거나, 사람사는 이야기..라거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주요저서중에 역사에게 길을 묻다는 2002년 3월에 출간되었다. 언젠가 KBS에서 하는 독서 프로그램중에 이덕일씨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역사에게 길을 묻다를 추천하는 걸 보고 샀다. 그 전 사도세자의 죽음이나,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특정한 역사의 한 장면을 꼬집어 이야기 하진 않는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있었던 사실을 현재 대한민국과 비교분석하고, 우리가 사극드라마에게 농락당했던 역사의 오해를 풀어낸다. 

역사란 것은 어차피 역사학자들이 기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뭐가 나쁘다 그르다 라는 사실을 빼고 기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이유로 복잡한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 이 책이 규명해준다. 

저자는 더불어 현행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과, 국정교과서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우리가 녹록하게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2001년 한국을 강타했던 사극붐에서 벌어진 우리가 오해할 수 밖에 없었던 저열한 역사 드라마에 대한 비판도 더했다. 개인적으로 여인천하같은 상상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를 오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드라마가 다루는 역사에 대해 검증하거나 숙고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역사와 조선조의 제도권등을 오인할 수 밖에 없는 우매한 대중을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게 길을 묻다"는 적절한 제목이다. 그는 책을 통해 역사에게 우리가 가야할 길, 역사 사관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까지 묻고 있다. 
잘못된 교과서로 배운 역사, 역사 드라마가 그리는 역사와 실제 역사, 우리 역사를 망친 것들, 우리 역사,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였나, 21세기 우리의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렇게 다섯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정교하고 흥미롭다. 

특히, 역사 드라마부분이 가장 쉽게 와 닿았는데, 2001년부터 이어진 여인천하를 자세히 본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런 거다. 말하자면 성공한 쿠데타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 길들여진 우리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라든가, 세조의 단종폐위같은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들어가면서 자라왔다는 것. 그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있는지, 우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뒤주속에서 죽어버린 사도세자에 대한 한맺힌 절규 한중록이 정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한 여인네의 피맺힌 절규였는지, 또는 지금과 다를 바 하나도 없는 정치적 모사였는지. 또한 우리가 배워왔고 철저히 믿어왔던 단 한종류인 역사 교과서. 일본의 교과서를 욕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욕할만큼 당당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책이다. 

책에서 이덕일씨가 말한대로 김영삼 정부 이후 대학과 학문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어 대학에서 국사가 필수아닌 선택으로 물러난 이후, 우리가 대할 수 있는 진실한 역사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또 한명의 실천하는 용감한 지식인 이덕일씨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꼭 생각해 볼 문제이다. 

20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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