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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앞으로 조금씩 사서 읽기로 한 책세상 문고 우리 시대 시리즈.
탁석산은 서울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솔직함이 매력인 철학가라는 특이사항을 네이버 검색에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 책을 말한다의 MC를 보기도 했었다. (책을 말한다는 김미화 장정일 시대를 거쳐 현재 법학을 전공한 왕성한씨가 MC를 맡고 있다 : 개인적으로 미친듯이 책을 읽어댄 장정일씨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함.. 그의 독서일기를 들춰보면 기가 질릴 지경;;)
이 양반은 솔직함이 무기라는 얘기처럼 책도 참 솔직하게 썼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말해주었느냐? 아니, 그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도대체 뭘로 규명지을 수 있는 것이냐, 그건 그저 봐서 저 사람은 한국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납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탁선생의 이야기는 한국인의 주체성에 이어지기 때문에 두 권의 책을 다 읽지 않고 말을 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길 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한다. 대학때 현대문학을 가르치던 선생이 문학은 그 용도가 없는 것이다 (文學是沒有用的) 라고 했었다. 소용도 없고 빵도 구울 수 있는 철학, 그 철학을 하는 탁석산 선생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유성에 대해서, 시원(始原)이 과연 고유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밝혔듯 이 책은 최인훈의 회색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최인훈의 회색인, 글로벌한 시대, 나날이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그리고 탁석산이 이 글을 쓴 지 벌써 6년이 지난 세월동안의 급격한 변화, 우리는 정체성을 찾았는가? 역사는 미시사로 흘러가고 세계는 분할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강조하는 정체성과 얼마전 황우석교수의 사건으로 불거진 민족주의에 대해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은 더 애매모호한 구렁텅이로 빠져가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ㅡ,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저자가 말한대로 정체성을 규명하여준다면, 정체성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우리의 모습도 한국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증권 CF가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흠흠)
2006.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