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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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이승환 공동지음 / HIT 휴머니스트 펴냄
 

일단 이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하려면 저자들의 약력을 알아야하겠다.

 

김용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를 졸업한 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에서 철학석사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레고리안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양 근현대 사상을 연구하고, 사회 문화철학 및 칸트 사상을 가르쳤다. 그는 문화 담론과 인간론을 접목하면서 미래 세계를 구상하는 사유에 몰두하는 한편, 대중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학제적 접근과 일상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전문가를 구체성으로 끌어당기고 독자를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한국어로 쓴 책으로는, 다양한 텍스트를 설득하여 무장 해제 시키고 이를 다시 품에 안는 새로운 사유와 글쓰기로 호평 받은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의 창고이자 창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이 있다.

2002년 2월 그는 환상과 현실, 인간과 지식, 과학과 문화, 시간과 세계라는 테마 아래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환타지, SF등 다양한 문화현상을 텍스트화한 《깊이와 넓이 4막 16장》을 출간해 문화 텍스트 읽기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었다.

 

이승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타이완 대학교 철학 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유주의 정치사상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심층적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양 정치 사상의 정수를 발굴하는 일에 집중해왔다. 또한 유학의 대동사상을 현대 민주주의와 접목시킨 대동민주주의를 구상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적 근대성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 철학적 탐색의 일환으로 '몸'과 '수행'의 의미에 대해 전착하고 있다. 그간 쓴 논문으로는 〈주희 형이상학의 정치 철학적 함의〉〈눈빛 낯빛 몸짓 : 유가적 덕의 표현방식〉등 80여 편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98년 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을 받은 《유가사상의 사회철학적 재조명》,《현대문명과 동양철학상》(공저),《(가제)유교를 둘러싼 담론들》(근간)등이 있고, 역서로는 《인물지》외 다수가 있다. 수묵화에도 조예가 깊어 2001년 가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문인화로 특선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호는 莞堂이다.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서양과 동양의 만남, 서양철학을 전공한 김용석교수와 동양철학을 공부한 이승환교수가 만나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런 책들은 읽자마자 , 책을 내려놓자마자의 감흥이 큰 법이다. 아, 나는 왜 이리 무식한가 하고 좌절하게 하는 인문서적이 아니라 이런 대담집은 생각보다 훨씬 쉬우면서 대담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볼 수 있어서 재미가 더하다. (대담중 흥분하는 과정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휴머니스트에서는 이전 임지헌과 사카이 나오키의 탈식민주의에 대한 대담집을 내놓은 적 있는데, 두 책은 겉표지도 비스무리해서 시리즈물이라는 느낌도 주면서 맥락이 비슷해 다음 출간될 대담집도 기다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은 서양철학의  愛知에 대해서 언행일치를 강조했던 동양철학에 대해서 되짚어보며 우리가 얼마나 혼돈을 겪고 있는지, 얼마나 서양기준에 맞춰져 있는지, 동양철학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방치되고 있는지 두 명의 대담자도 읽는 사람도 다 같이 반성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지식을 사랑하되 폐륜적인 삶을 살았던 수많은 서양철학자들이나, 언행일치를 중시하고 인격을 중요시했던 동양철학의 역사, 그러나 지금은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나락으로 떨어진 동양철학에 대하여, 서구화 되었으나 뿌리깊이 남아있는 동양철학의 원류인 한국사회는 앞으로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다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인인 두 사람이 만나 한국에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우리의 공감도는 더 높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매우 깊다.

 

가끔 뭔가 지식의 갈급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서적일 것이다. 慾과 欲의 차이점, 그리고 愛知의 欲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발화점이 될 것이다.

 

200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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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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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과연 소설로만 말해야하는가, 작가는 글로써만 말해야하는가, 그렇다면 작가의 글이란 주로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그 범위와 한계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의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의 이 책은 매우 짧은 에세이들이 줄지어 있는 편집본이다. 일단 이 책의 감상중의 하나는 책의 편집이 컴필레이션 음반의 편집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스물 셋에 신인상에 당선되어 여태까지 소설을 쓰고 있는 45년생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을 통해 문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깊은 고민과 통찰이 없이 문학이라는 이름을 팔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의 강도가 매우 센 편이고, 마초의 냄새가 풀풀 풍기며(성질이 날 정도로 여성비하적인 발언이 곳곳에 뻔뻔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래 그렇게 말하는 니가 소설을 어찌나 잘 쓰는지 한 번 두고 보자 라는 오기가 생길 정도로 매우 공격적이다. 작가 초년시절에 쓴 글 부터, 최근의 글까지 모아놓고 있는데, 페이지를 넘겨도 작가의 사상은 변함이 없고, 나이 먹으면 변하지 않겠어 하고 뒷장으로 진도가 나가도 똑같았다. 한마디로, 책을 읽고 있으면 짜증이 마구 몰려오는, 아주 성질 엿같은 소설가라는 인간의 욕설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책의 전체 분위기이다.

도시를 벗어나, 아내와 개 한마리를 데리고 시골에서 집필활동에만 전념하는 이 괴팍한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떠나, 제대로 된 소설을 쓰기 위한 전반적인 필수 자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거의 수도승같이 욕심을 끊어버린,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욕심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천박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라고 단언한다.

약 70페이지 가량을 남겨놓고 이런 성격이상한 인간의 소설도 아닌 글을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출판사나 편집자의 아량으로 마지막 제대로 감흥되는 글을 만난다.

작가의 자세, 그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린 것이 없지만, 문제는 우리가 실천하기 너무나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이 작가도 이미 이런 잡필로 문단을 공격한 이상, 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위험함 때문에 그의 글이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감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글을 쓸 것이라면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어떤 자세로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본인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 높여 욕할 수 있는 자신감. 비록 그의 사상의 일부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 할지라도, 다원성의 세계에서 이런 사상을 가진 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책이라고나 할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타고난 소질이 있는 것 같아 보이고 그런 이유로 쉽게 쓸 것 같고, 그래서 왜 다작을 하지 않는가, 왜 빨리 쓰지 않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겠지만, 글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 사상과 인격이 정립되지 않은 채로 쉽게 기교만 부려 쓰는 글은 언젠가 그 쉰내가 나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수양이 따로 필요없다던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그런 길을 가야하는 것이 텍스트의 범람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양심있는 작가론일 것이다. 적어도 이 작가는 소설이 아닌 쉬운 에세이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감점이 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려는 후배들에게 자기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했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의 여성비하적인 (상당한 수위다) 사상은 절대 옳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도 일종의 시대와 사상의 희생자가 아닌가 싶은,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문학준비생들의 책이다.

200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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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현대의 지성 118
다케우치 요시미 지음, 서광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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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 문학과 지성사 저자 : 다케우치 요시미 역자 : 서광덕

현대의 지성 시리즈 제 118편

서장 : 죽음과 삶에 관해서
제 2장 : 전기에 관한 의문
제 3장 : 사상의 형성
제 4장 : 작품에 관하여
제 5장 : 정치와 문학
결어 : 계몽가 루쉰
부록 : 사상가로서의 루쉰

이 책은 루쉰이 죽은 지 얼마되지 않았던 1943년에 일본 루쉰연구의 1세대인 다케우치 요시미가 집필한 책이다. 그 책이 일본에서 2002년에 수정판으로 재출판되었고, 2003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번역 출판했다. 루쉰에 대해서 더 이상 어떤 표현이 필요할까, 중국에서 평가받는 루쉰은 사상가, 혁명가, 문학가, 계몽가로 불리워지고 있고, 아직까지도 중국문학계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마 중국에서 루쉰을 이렇게 높게 평가하는 것은 문학으로 계몽했고, 그 문학작품이 지나치게 공리적이지 않았고, 문학작품내에서의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지 않았으며 그의 작품과 행적이 모두 동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듯 고노와 분노, 반성과 회의에 가득차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논쟁을 좋아했고 신념이 있었으나 그의 신념은 늘 스스로 고민했고 늘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의문의 연속이었다.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그것이 루쉰이며 루쉰의 작품들이다. 청나라말을 지나 백화문이라는 현재의 중국구어체를 구사하던 작가들중에 현재 중국문학계에서 백화문을 가장 유연하게 구사했던 사람으로는 루쉰과 모택동이 꼽힌다. (모택동도 문장을 잘 쓰는 것으로 학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루쉰을 그 시대에 동시대 지식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다케우치 요시미가 정말 “열심히” 읽어냈다.

중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접근하기 어려운 작가에게 한걸음 다가서게 하고 그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루쉰연구 입문서. 늘 수업시간에 들어왔던 조각조각 부서져 있던 사고들을 한데 묶어주는 기능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을 보내준 친구는 충격에 휩싸였다지만, 아무래도 내 입장은 그정도는 아니었고, 루쉰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중국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루쉰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야할 필독서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일본의 인문사회과학 연구는 과연 어디까지 인가하는 존경심과 질투심이 동시에 발생하곤 한다.

200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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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대담 시리즈 3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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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의 소설의 제목을 딴 오만과 편견.
그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있다.
제인오스틴의 소설이 남성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여, 남성은 오만으로 여성은 편견으로 사로잡혀있다는 점을 표현했다면, 이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넘어선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오만으로 점철된 서구사회와 편견으로 점철된 동양사회(강자와 약자)의 존재를 표현하려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역사학 연구자 임지현과, 사상사 연구자 일본의 사카이 나오키의 대담록이다.

동서양과 제국주의, 그리고 민족주의에 대한 두 사람의 3년에 걸친 대담을 글로 옮긴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기준이 어디에 있으며,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세계의 구도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까지도 깊게 고찰해보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우 복잡할 듯 한 내용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읽힌다.

한국과 일본,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두 나라, 그리고 아직도 극복할 수 없는 전후의식, 탈오리엔탈리즘, 탈콜로니즘, 탈제국주의등이 횡행하는 현재의 복잡한 사회에 대해서 우리가 강조하는 민족이란 무엇이며 애국이란 무엇이고, 그 개념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한다.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나 "문화와 제국주의"를 읽지 않았아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책,

특히나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읽었을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편견은 역시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한국은 옥시덴탈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점, 경제성장을 이루고 난 뒤 한국의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의 오만한 옥시덴탈리즘을 뒤돌아 보고 중국이 보유하려는 오리엔탈리즘까지의 연구를 해 볼 수 있는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라와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어 무엇을 끌어안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경현이가 선물해 준 책. 고맙다.

200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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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와 삶 읽기 3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조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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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 하노이에서 신촌까지
조혜정 지음
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 펴냄

오래전에 참 좋아하던 책의 스타일인데, 사회학과 문화인류학이 짬뽕된 조헤정교수의 글모음이다. 몇 년전에 친구가 준 책인데, 아마 그녀가 대학시절 스터디 하느라 읽었던 책인듯..ㅋ

몇 년전 한국에서 한참 유행이 되었던 문화비평, 탈식민지시대의 담론 등등의 주제에 어울리는 글들인데, 지금 읽어도 별 무리는 없다.
어차피 90년대를 거쳐온 것이 지금의 우리들이므로, 그리고 그 때 걱정되었던 이야기들이 사실 아직까지도 아무런 해결방책이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탈식민지 시대를 자각하던 9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들이 가득한데,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성찰, 자본주의 사회의 성과 사랑, 입시 문화의 정치 경제학, 문화적 자생력 기르기, 공간 읽기와 문화 만들기에 이어 일본과 하노이를 다녀온 저자의 여행기가, 어쩔 수 없는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자로서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48년생인 저자의 편협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은 관념을 그대로 보여주는, 90년대 담론에 있어서는 필요할 만한 책.

여튼..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ps. 그랑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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