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만의 알라딘 등판인지 잘 모르겠다. 글은 닷새 만에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올린 글이 가슴에 관한 글이군. 제목에 가슴 두 개가 떡허니 박혀 있어. , 니가 하는 게 그렇지.

 

 

 

2

 

봄이 오는 것 같다.

 

 

 

3

 

이런 저런 사정과 이런 저런 마음이 만나 조그만 다짐이 되었다.

 

2019년은 탈백수를 해 볼 작정이다. 다짐만 있지 조짐이 있는 것은 딱히 아니지만.

 

 

 

4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5

 

안 읽으려 하는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매번 실패했다.

안 쓰려 하는데, 그건 잘 될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잘 안 쓰는 판인데, 안 읽으면 금상첨화(?).

 

 

 

6

 

같이 읽기로 약속한 것들, 쓰기로 약속한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까지는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한동안은 의무감으로 읽거나 쓰는 일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실 아무도 준 적이 없는 의무를 혼자 받아 설친 꼴이라 관두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정말 읽고 싶어서 몸부림쳐지는 책은 참지 말고 읽고, 정말 쓰고 싶어 칼부림 날 것 같은 날에는 참지 말고 쓰기로 하고,

 

 

 

7

 

2월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3월에는 아마 이런 월말 결산 페이퍼를 올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고. 결산 페이퍼를 다시 쓸 날은 과연 언제 올 것인가......

 

사실 이런 공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닌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꼴값, 이게 당최 무슨 돼먹지 못한 자의식 과잉인지.

 

 

 

8

 

그만하고 가서 공부를 시작하자.

 

 

201902 : 35

 

1.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고대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굉장히 치열한 모양이다. 많이 들여다보지는 않아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재미있는 데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떤 논점을 두고 대립하는 양쪽이 사실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저놈도 다 알면서 모종의 이유로 그걸 모른 척, 사료를 조작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중이라는 태도만큼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yo는 고조선의 위만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지, 백제가 요서에 진출할 만큼 강력한 해양세력이었는지, 발해가 말갈족의 나라인지 고구려인의 나라인지, 가야에 왜놈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위의 사실들이 어떻게 결론이 나건, 그게 오늘 내가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저 치열한 전투가 정말로 어느 한쪽의 의도적 왜곡으로 인해 벌어진 싸움판이라면, , 굳이, 무엇하려 왜곡씩이나 하는 건지, 그 마인드, 혹은 그 뒤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어떤 이권의 맥락이 훨씬 더 궁금하다.

 

2. 몰입 / 패티 스미스 지음 / 김선형 옮김

: 글쓰기를 운명으로 감고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하면서 질투하고, 부러우면서 다행이다 싶고.

: 글쓰기에 대한 소명의식을 드러내는 단단한 목소리를 마주하는 일이 내 안의 무엇인가를 깨워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런 글을 열심히 찾아 읽는다. 아름답기까지 하면 감사한 일이다. 감사하다.

 

3. 전락 / 알베르 카뮈 지음 / 유영 옮김

: 스물 두 살의 syo이방인을 읽고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습한 추억이 있는데, 하등 울 일이 아닌데도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것인데, 그때부터 카뮈를 더 읽었다가는 울보가 되어버릴까 봐 십년이 훨씬 지나도록 더는 카뮈를 읽지 않았다는 거짓말 같은 거짓말이 전해지는데......

: 이번엔 안 울었다. 후후. 이제 카뮈를 읽어도 되겠군.

: 카뮈는 살아생전 말을 얼마나 잘했을까. 게다가 국가급 외모에 탈국가급 글빨.... , 이 사람 이거...... , 잠깐, 지금 이거 눈물인가??!!!!!(깨달음) 으어허허허(해탈)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딴소리)

 


4.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이현우 지음 / 조성민 그림

: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로쟈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러시아 문학에 손을 댈 때가 오면, 프롤로그 느낌으로 이 책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자 이제 러시아문학을 시작할 때가 왔도다!

: , 이 책을 다시 또 읽는 불상사가 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대채 몇 번째 시작이냐. 마르크스건 도스토예프스키건, 너는 어째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느냐, 아이고 syo, syo.....

 

5. 맑스주의 역사 강의 / 한형식 지음

: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통사로는 이만한 게 있을까. 명쾌하다고까지 할 바는 아니지만 쉽고, 균형 감각이 쩐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가려 받아들일 만은 하고, 늘 그렇듯이 함량이야 부족할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겠지만, 대체로 이 정도면 넘치지 않나 싶기도 하고.

 

6. 돈 후안 외 / 티르소 데 몰리나 지음 / 전기순 옮김

: 재미? 없다.

: 의미?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들면 찾아지긴 하는 법이다.

 


7.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페터 한트케 지음 / 안장혁 옮김

: 페터 한트케는 헤맨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순탄한 상황이라면, 내면의 오래 묵은 찌거기를 왕창 뒤집어 엎어서라도 기어이 헤매고야 만다. 누구도 재현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반복할 수 없는 그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방황이 어째서 나의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8.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 / 마이크 곤살레스 외 지음 / 이수현 옮김

: 사실 전기를 읽으면 좋은데, 만만치가 않다. 마르크스만 해도 종류도 다양하고 두꺼운 건 1000페이지. 레닌 평전은 4권짜리고, 트로츠키 평전도 두껍한 책 3. 룩셈부르크의 경우 거의 절판이라 구하기도 어렵다. , 있는 건 너무 있고 없는 건 너무 없다. 결국 이런 요약서를 통해 간이나마 볼 수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 건지, 간이나 보고 말아야 하는 것을 슬퍼해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만다.

 

9. 불교입문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지음

: 입문서 빠돌이가 입문서 떠돌이가 되어 결국 불교입문에까지 흘러들어왔다.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놔서 얼마나 알찬 책인지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형식으로만 보자면 그냥 평범한 입문서다. 특별히 재미도 없지만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만큼 지루하지는 않다.

 


10. 죽어가는 짐승 / 필립 로스 지음 / 정영목 옮김

: 야하다. 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말빨이 되게 좋긴 한데, 별로 설득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이쪽도 별로 설득될 생각이 없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만 기억될 것 같다.

 

11. 전락 / 필립 로스 지음 / 박범수 옮김

: 야하다. 히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조금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죽어가는 그 짐승에 비하면 말빨이 별로긴 한데, 오히려 묘하게 설득되는 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 결국 오래 지나면 두 짐승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한 가지 차이는 있다. 죽어가는 짐승은 살았고 안 죽어가는 짐승은 죽었다...... 스포일러 죄송합니다만, 어차피 둘 다 첫 페이지부터 오늘 내일 하는 인간들처럼 보이는지라,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체는 스포일러가 되지도 않는다구요. 그저 왜 죽었고 왜 안 죽었는지가 중요합니다.

: 그리고 이 두 짐승을 만들고 돌아가신 필립 영감님은 정말 글을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잘 써. 지나쳐. 지나쳤어.

 

12. 물고기들의 기적 / 박희수 지음

: 1년도 더 전에 읽고 좋은 평을 남겼었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띠꺼운 표정으로 띡띡 페이지를 넘기다가 휙 던져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늘의 내가 망한 것일까, 그때의 내가 멍한 것이었을까?

 


13.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 일단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쪽이 더 좋았다는 사실.

: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건, 영화만 보는 케이스와 영화와 이 책 둘 다 보는 케이스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는 것.

 

14.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이병훈 지음

: 좋은데, 도스토예프스키 사진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든가(세상 그 어떤 인간이 그 앞에서 떳떳할 것이냐는 변을 달아놓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말년에 살았다는 집에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하는 대목은 좀 과하게 간지러운 데가 있다......

 

15.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한민 지음

: 박학한 동시에 말에 재간이 있는 이와 나누는 이야기는 즐겁고 유익하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한둘 있으면 왕왕 만나서 3900원짜리 커피 한잔 맥이고 39900원짜리 이야기를 듣고 오고 싶다. 대체로 그런 이들은 이야기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던데.....

: syo가 빌린 책만 그런 거겠지만, 48쪽 다음에 81쪽이 불쑥 나오기에 어어, 하며 읽어갔는데 96쪽까지 읽었더니 그 다음이 65쪽이다...... 결국 49쪽부터 64쪽까지는 오리무중이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 얼마나 위대하냐면요. 피라미드가 파라오의 무덤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었다.....



16.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지음

: 이 지혜롭고 아는 것 무한한 양반들조차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심지어 4차라고 불러야 되는지 아닌지도 합의 불발 상태)의 특징이 아닐까. 그래도 인터뷰 대상자들의 네임 밸류가 워낙 떠르르하여, 어쩐지 손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책이다. 내 마음 자동문과 같이 활짝 열리니, 그대여 천천히 오오..... 제발 천천히 오오......

 

17. 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지음 / 김인순 옮김

: 근래 들어 읽은 책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이 베껴 적은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래란 반년 안짝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놓고 볼 것인지는 아직 좀 더 망설일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산도르 마라이는 현역 시절 되게 현란하면서도 뜻깊은 플레이를 펼쳤던 전설적인 축구선수이며, 현재 그의 모든 기술을 내게 전수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인데, 정작 내 꿈은 농구선수인 상황 비슷하달지.

 

18. 슬픈 인간 /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 정수운 옮김

: 나쓰메 소세키가 마음먹고 웃기려 들면 나란 놈은 별 수 없겠구나.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마음먹고 쓸쓸하게 하면 나란 놈은 꼼짝 못하겠구나.

: 고바야시 다키지가 마음먹고 현실몽둥이로 후려치면(사실 그는 매번 그런다) 나란 놈은 고추짬뽕 먹은 늙은 쌈닭처럼 볼품없는 깃을 세우고 깝치겠구나.

 


19.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조주관 옮김

: 고골의 웃긴 미친놈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슬픈 미친놈은 차이가 있다. 그 중 어느 미친놈을 더 아끼느냐는 짜장면 짬뽕 수준의 인식론적 칼날로 독자의 성향을 가른다. 그러나 결국 좀 더 읽다보면 웃기게 미친놈이 슬픈 놈이고 슬프게 미친놈이 웃긴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웃지도 슬프지도 못하고 미치겠다. 그럼에도 syo가 보건대, 도스토예프스키는 애를 써도 고골만큼 쓰리게 웃기지 못하고, 고골은 애를 써도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선명하게 비참한 인생을 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둘이 같은 운동장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두 운동장이 그리 멀찍이 떨어져 있지는 않아서.

 

20.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유숙자 옮김

: 이 인간 군상들의 마음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 뒤표지에는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라고 쓰여 있지만 난 이 말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한 척하고 싶은 충동에 못이겨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름값 높은 작가/작품들. 다자이 오사무도 이름 값으로 보면 충분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해하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책이다.

 

21.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지음

: 이 책 바로 직전에 나온 김금희의 다른 책에 대한 평을 달면서, 나는 언젠가 김금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할 당시에는 언젠가는 그럴 것이라는 어렴풋한 느낌, 기대와 당위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타기하는 흐릿한 감정에 기대어 예언 같은 방언을 툭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권을 더 읽고 나자, 어쩐지 김금희가 모두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조금 감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두세 권을 더 읽고 나면 또렷한 정신으로 당당하게 떠들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김금희가 이긴다.

 


22.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지음

: 첫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박준의 시는 이런 것임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 두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이런 것은 박준의 시임을 세상에 각인시키려한다.

: 세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반쯤 기대한다. 나머지 반쯤은 피곤하다.

 

23.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 코 흘리던 시절(정말 오래도 흘렸다, 그놈의 코)syo가 이 책을 읽고 생각건대, 와 이 모모 되바라진 어린노무식혜 참 몹쓸 놈일세, 하였다. 그걸로 땡. 고만고만한 책이네, 이러고는 상실의 시대연금술사니 뭐 이런 것들을 읽으러 후다닥 달려갔겠지. , 그랬던 코흘리개 걔가 코 닦고 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24.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 한눈에 알아보았다. 만약 이 사람이 알라딘에 나타난다면, syo는 그길로 장사 접고 은둔해야 한다....


 

25.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경덕 옮김

: 이런저런 입문서를 불필요할 정도로 중복해서 읽는 것으로 알라딘에 이름이 떠르르한 syo가 보건대, 우치다 선생님은 정말 최고시다, 무대를 다 뒤집어놓으셨다......

 

26.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 하상복 지음

: 지난 번 읽었을 때 그랬다. 이번에는 푸코 때문에 읽었지만 다음 차례는 하버마스라고. 1년도 더 전이었다. 그랬으나 이번에도 역시 푸코 때문에 읽었다. 하버마스로 나아가기는커녕 그나마 알고 있던 푸코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 syo 이 못난 놈.....

 

27. 지하에서 쓴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김근식 옮김

: 골방 생활자들을 싸잡아 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나도 그리 다른 인간은 아니기에), 자기만 인정하고 자기에게만 인정받은 자기만의 사상을 잔뜩 키워놓고서는 그 되먹지도 못한 걸로 횡설수설 세상을 가르치거나 고려치려 하고, 그게 성공했다고 혼자 착각해서 도취되었다가, 그게 아니었단 걸 깨닫고 나면 이 미친 세상이 또 나를 배신했다는 한탄과 함께 침 한번 퉤 뱉고는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럴 줄 다 알았다고 자위하면서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는 패턴. 그런 패턴을 반복하는 인간은 솔직히 피하고 싶다.

: 언제나 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찌질이 멘탈 묘사는 설득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찌질이 찌질이 상찌질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까지 현실적이다. , 극사실주의라 어쩐지 더욱 정 안 가는 찌질이들....

 


28.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 차은정 옮김

: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도표들은(특히 레비스트로스 파트에서) 별로 쓸모가 없다. 다른 프랑스 현대철학 개론서들과 비교해봤을 때, 굳이 흐름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박아넣을 만큼 특출나게 흐름스러운데는 없다.

 

29. 수학의 감각 / 박병하 지음

: 수학, 물리(중에서도 양자역학), 그리고 건축. 이런 분야에 몸담아 사상을 갈고 닦은 이들의 손에 어느 정도의 글솜씨까지 주어지면, 그들은 늘 독창적인 방식으로 syo를 무장해제 시킨다.

 

30.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 저자의 신작 진화한 마음을 어쩌다보니 구입하게 되어, 프리퀄 느낌으로 한 번 읽어 보았다. 진화심리학에 흥미는 있으나 애정은 없고 신뢰하지만 신임하지는 않는지라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겠다.

:진화한 마음은 과연 여기서 얼마나 진화하였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꽂이에 꽂힌 그 책을 바라만 보고 있다. 원래 멀리서 바라만 볼 때 가장 설레는 법이지......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설마 영원히 안 보진 않겠지???? , 그러고 보면, 사기 전에는 탐내다가 사서 꽂아놓으면 읽지 않는 심리의 진화심리학적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다!



 

31.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 HOW TO READ 시리즈에 자리 잡은 책들을 소개할 때마다 늘 하는 말을 또 반복하지만, 얘네들은 결코 입문서가 아니다. 굳이 말하면 난이도를 낮추지 않은 요약서에 가깝고, 그 중에는 저자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대상 철학자들을 재해석한 책들도 속속 있다. 애 책의 경우 푸코의 재해석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겠으나, 이 책으로 푸코를 시작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똑똑치 못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입문서 두어 권쯤 꼼꼼히 읽고 돌아와 이 책을 만나면, -하고 장탄식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가 대충 다 그렇다. 1학년은 모르고 2학년은 아리까리한데 3학년은 갑자기 감동의 눈물이 난다.

 

32.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 내가 애들 보는 책 그만 뺏어 보라 그랬지!?

 

33.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 고의관 지음

: 뭐왜뭐, 애들 보는 책이 뭐가 어때서!?

 


34.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 얇은데도 의외로 내실이 있어서 놀랐다. 작년에 다섯 쪽만 읽고 반납했었는데......

: 각자의 권력론을 전개한 사상가들이 밤하늘 별처럼 많은데 그 중 누구든 다섯 명 정도만 먼저 숙지하여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미리 찍어놓고 그걸 기준점으로 하여 이 책을 시작하면 좋겠다. 사실 꼭 그렇지 않아도 죽 읽어나갈 수 있을 만한 책이긴 하지만 밑천이야 언제나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것이니까.

 

35.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지음

: 처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가 승하다고 생각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라도 이 정도면 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정말 이게 그저 기교일 뿐인지 의심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필요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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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2-2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기다리다 읽게 된 글이라 좋아요~ 를 누르지만.... 난 반댈세!!!!

syo 2019-02-27 21: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반대에 나도 찬성하지만,
인생이란 참 무엇일까요.

어허허허허허.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겹치는 책이 한 두 권 보여 반갑습니다.
그 중 하버마스에 공감합니다.
현실적으로 그의 말이 실현되길 어렵지만, 그의 말이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올해 원하시는 바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syo 2019-02-27 22:03   좋아요 1 | URL
입문서를 통해 만나면, 하버마스는 너무 순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이게 바로 입문서의 대표적인 폐해겠죠? 후려치기......

언제 한번 하버마스를 꼼꼼히 읽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2:08   좋아요 1 | URL
입문서만 읽은 제 폐단이군요. ㅠ
그의 원본을 읽을 실력은 아직 안 되고...
조만간 그의 깊이에 빠져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syo 2019-02-27 22:12   좋아요 2 | URL
북다님께 원전 읽으시라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저도 입문서 밖에 못 읽었는데 그렇게 보였다는 말씀이었어요 ㅠㅠ

저도 말로는 ‘언제 한번‘ 이라고 폼나게 해놨지만 사실 엄두가 안나요......
그냥 폐단 속에 평생 살까 싶은 지경입니다;;;;

이렇게 써 놓고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저 진짜 싸가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언제 한번‘ 이라니 ㅋ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폐가 많았습니다;;

다락방 2019-02-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다 히히

하는 거 귀엽다 히히 🤗

syo 2019-02-27 22: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야한 게 좋은거라,
제가 아마 키보드로 ‘히히‘ 치면서 현웃으로 히히 그랬을 걸요? 안 봐도 비디온데 봤어.

카알벨루치 2019-02-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군 역쉬 만세!!!🍗

syo 2019-02-28 00:5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닭다리 잘 먹겠습니다.

잠자냥 2019-02-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저도 야하다 히히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말입니다....

syo 2019-02-28 01: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대목이 눈에 잘 들어오긴 하나봐요ㅎㅎㅎ 것참, 어쩐지 쑥스럽습니다.

이하라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신 책 중에 불교입문서가 있길래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 언뜻 떠오르는군요. 각묵스님의 <초기불교이해>라는 책과 범일스님의 <수트라 여시아독>이라는 책입니다. 불교에 입문하기로는 역시 초기불교이고 초기불교 가르침을 잘 전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수트라라는 책은 저도 아직 읽고 있는 중입니다만 저자이신 범일스님의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법이 딱 syo님과 맞는 부분이 있을듯해서 적극 권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안 읽고 안 쓰겠다고 선언하셨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권하는 이유는 syo님께 독서와 글쓰기를 끊는다는 건 숨 안쉬고 오래 참기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참고로 숨 안쉬기(?) 기네스 기록이 30분이 넘는다더라구요. 그래도 결국엔 숨을 쉬어야 했겠지요^-^;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당장이 되진 않겠지만 두 권 다 반드시 읽어보겠습니다.
이하라 님께서 권하시는 건데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숨을 엄청 오래 참고, 아주 잠깐 쉬고, 다시 엄청 오래 참는 식으로라도 버텨 볼까 싶습니다^-^

psyche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올해는 탈백수하여 떳떳하게 내 돈 주고 책 사 읽어보겠습니다!

2019-02-2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9-02-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뮈,맑스,에밀 아자르등 또한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도 읽어야 할 것인가?
김금희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저렇게 대놓고 편애하다니???
궁시렁대면서도 늘 눈에 들어오는 책들 많았어요.결국 언젠간 읽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얼마전, 서점에서 나도 모르게 필립 로스 책 한 권 사들고 와서 읽고 있더라는~~^^
야하다고 추천해준 대목 때문만은 아녔.....는데 야한 대목은 확실히 야했습니다.
야하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
님의 표현이 맞았어요.
묘하게 설득되어 다음 책을 찾게 되더라는~~~
이런 페이퍼 자주 볼 수 없다는건 아쉽겠지만...늘 건투를 빕니다^^

syo 2019-03-01 00:54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야한 할아버지도 감사합니다ㅎㅎㅎㅎ

저는 이제 덜 읽겠지만, 책나무님의 굳건한 독서생활을 기원할게요^-^

목나무 2019-02-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보는 syo님 글에 앞으로는 syo님 글을 더 보기 힘들거라 하니... 기운이 쫘악 빠집니다. --;;
그래도 탈백수를 향한 syo님의 다짐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
간간이 소식은 전해주실거죠?

syo 2019-03-01 00:52   좋아요 0 | URL
그럼요, 살아 있는 티는 내려고 생각중이에요. ㅎㅎㅎㅎㅎ
그러고보면 작년에도 이렇게 설레발은 쳐놓고 엄청 읽고 쓰다가,

망해서 올해의 제가 되었지요.....-_-

stella.K 2019-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이렇게 치고 빠지는군요.ㅠ
하긴 저도 장사를 좀 하게될 것 같아 예전만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스24에서 미션 수행하면 4만원씩 주는 파워블로그 활동도 이번 달로 쫑내기로 하고.
3월은 뭘 다시 시작해도 좋은 달 같습니다.
뭘 하던 다 형통하길 빕니다. 스요님은 잘 할 겁니다. 응원합니다.^^

syo 2019-03-01 00:52   좋아요 0 | URL
장사를 하신다구요? ㅎㅎㅎㅎㅎ
뭔가 신변정리를 하시는 분위긴데, 스텔라님도 새로운 도전 흥하시기를!! 저도 응원합니다 ㅎㅎ

독서괭 2019-02-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결산페이퍼 참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보기 힘든 건가요.. ㅠㅠ 두세달에 한번이라도 올려주시는 건..?
그래도 syo님의 결심이니 응원하겠습니다. 너무 참다가 병나지는 않게 조절하셔요~~

syo 2019-03-01 00:50   좋아요 0 | URL
결산페이퍼를 쓰려면 적어도 달에 스무 권은 읽어 줘야 하는건데, 그렇게 되게 두지 않으려구 해요 ㅎㅎㅎ
뜨문뜨문 읽다가 두 달이 됐건 세 달이 됐건 얼만큼 쌓이면 써 올리긴 할건데, 얼마나 읽게 될지....

응원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2-28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이 빠질 뻔 하다 읽은 책 이야기 새 소식은 ...울지 않을테다. syo님의 결심과 시작 모두 응원합니다. 이제 (syo님 덕에 느지막히 깐)북플 앱 켜고 새로고침 하는 일도 줄어들 듯...엉엉

syo 2019-03-01 00:4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울지 않을테다 재밌어...... 알아뒀다 써먹을테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구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들어와서 글 남기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안 읽을테니 책 이야기는 거의 못할 테고, 그냥 잡설 같은 거......

사실 잡설이 본분이니 그렇게 따지면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군요;

tintin2506 2019-03-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은 책을 읽으시는 데 전부 구매하시나요? 도서관도 이용하시나요? 꾸준히 서재글 올려주시는 데, 이렇게 다독 및 감상평을 통해 얻고자하는 바,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syo 2019-03-05 03:34   좋아요 0 | URL
1. 안녕하세요, tintin2506님, 반갑습니다^^

2. 정말 많은 책을 읽는다고 까지 할만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권 페이스입니다.

3. 저는 백수여서 제가 읽는 책의 1할 정도만 구매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다 도서관 덕이구요. 정말 슬프기 그지 없는 일이네요 ㅠㅠ

4. 꾸준히 서재글, 올리지 못할 것 같은 요즘입니다...... 흐규ㅠ

5. 제가 이 서재질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손에 꼽기에는 너무 많지만, 부차적인 것들을 다 쳐내고 나면 결국 제일 원하는 건 아마도 ‘관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답변이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9-03-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카뮈 <전락>은 순전히 얇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
네요.

먹고사니즘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
나 좋을까요 ㅇㅇ

syo 2019-03-20 20:35   좋아요 0 | URL
세상에 두 주나 지나서 댓글을 확인하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이런 사태야말로 먹고사니즘의 어마무시한 폐해군요....

공쟝쟝 2019-03-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왔는데...어디가셨어요? ㅠ_ㅠ

syo 2019-03-20 20:34   좋아요 1 | URL
여기요, 여기......
그러나 이제 곧 다시 저기, 저기로.....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