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랜만에 만화책을 샀다. 예전에는 1달에 10~20권 정도는 꼬박꼬박 샀고, 꽤 긴 시리즈물도 겁없이 도전하곤 했었건만, 갈수록 내 방의 수납공간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그런 대량(?) 구입은 거의 못한다. 방바닥에 눕혀 쌓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해서 사던 시리즈물이나 계속 사고 짧은 단편들만 구입하고 있다.
만화책 800권이면 그렇게 많은 권수가 아니고 게다가 얘네들이 전부 내 방에 있는 것도 아닌데(상당수가 박스째로 동생들 방에 있다) 왜 이렇게 공간이 부족한지 원.. 얼마 전에 꼬마요정님 서재에서 퍼온 만화책 보관법 페이퍼를 다시 정독한 후 체계적인 수납 계획을 세워보려고 했으나 내 주제에 그런 훈늉한 일을 제대로 해낼 리가.. 다 본 만화책을 손톱만한 크기로 줄여놨다가 보고 싶을 때 다시 원래 크기로 되돌리는, 동짜몽이나 가능할 법한 그런 일을 꿈꿔보는데..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만화책을 꼭 사야만 했다. 9월달을 넘어 10월 한 달도 내내 일에 허덕이게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나 자신을 좀 다독거려줄 필요도 있었고 또 가물거리는 눈으로 침대에 쓰러지면 그냥 책은 절대 눈에 안 들어오니까 스르르 잠 들기 전까지 만화책이라도 봐야 한다.
예전에는 만화책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샀었다. 홍대 앞의 한양문고나 아님 거기서 좀 떨어진 지하에 있는 서점에서. 근데 전에는 사람이 참 없어서 책 고르기 좋았는데 요새는 어느 시간대에 가도 사람이 버글거린다. 서점이나 만화계 입장에서 본다면 무지 좋은 일이지만 나같은 불량고객한테는 별로 달갑잖은.. 게다가 옛날엔 20~25%씩 할인해주던 것을 정가제 이후로는 딱 잘라 10%, 단골인 경우 잘해봐야 15% 정도밖에 안 해주니 굳이 거기서 사서 무겁게 지고 올 이유가 없어졌다. 자주 안 가니까 잘해주던 아줌마랑도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그래서 요새는 주로 모닝365를 이용한다. 내가 이용하는 인터넷서점 중에서는 만화 재고가 가장 많고, 야오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다 있고, 할인율이나 적립율도 제일 짭짤하니까. 다만 아직까지도 3만원 미만 구입시 배송료를 물리는 아픔이 있다. 지하철 해피샵을 이용하면 되고 또 그렇게 하면 더 많이 깎아주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바람에 책 들고 왔다갔다 하기가 너무 싫다. 그러니 별 수 있나. 무조건 3만원 이상씩 살 수밖에.. 만화책은 가격이 싸니까 3만원 이상이 되려면 최소 9~10권은 골라야 되고, 그래서 이리저리 고르다 보니 10권을 훌쩍 넘어 22권이 되어버렸다.
수납공간을 걱정하는 처지에 한꺼번에 이렇게 사도 되나 싶지만.. 워낙 오래 안 사고 버틴 덕분이니 할 수 없지. 사실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애들도 다 사고픈데, 시리즈 2개만 일단 사도 50권을 훌쩍 넘어버리니 현재로선 곤난하다 곤난해.. 휴우.
이젠 택배가 엄마가 없을 때 와주기를 바랄 뿐이다. 박스 뜯을 때 옆에서 보고 있으면 또 잔소리나 하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