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일요일부터 우리집에는 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설마 설마 했는데, 고집불통 나의 부모님(엄마는 아닌 줄 알았는데)의 냉한 기운은 어제 낮에 내가 보낸 문자 하나에 싹 녹아버렸다.

"엄마, 나 밥 사줘요."

2. 올케는 지난 번 왔을 때 선물 주고 갔으면 됐지, 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문자를 보냈다.

"형님, 생신 마니 축하드려요."

3. 헤어질 때 그 후로는 연락을 할 일도, 얼굴을 볼 일도 없으리라 예감했던 이로부터 2통의 문자를 받았다. 그 중 한 통에는 예쁜 토끼(괜히 한쪽 귀 접힌 토끼문신 생각나네)가 그려있는 나름 신경 쓴 문자였다.

4. 어제 엄마가 언니가 준 돈을 건네줬는데, 그 돈이 아니었어도 아니, 그 돈이 있기 전 이미 산 팔찌 얘기를 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기분 좋게 돌려줬다.

나  "고마워."
언니 "그 돈으로 영화 보라구..."
나 "아니, 나 그 돈에 조금 보태서 팔찌 샀어."
언니 "그래, 잘했어. 이제 책 그만 사고 차라리 갖고 싶었던 걸 사."

5. 친구가 보낸 문자엔 이렇게 써있었다. "네이트에 언니 생일이라고 뜨던데... 언니 생일 맞아?"

어떻게 네이트에 내 생일이라고 뜨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런 뜻밖의 문자를 주고 받으며 서로 과장된 액션을 취한다.

생일은 좀 특별한 날인 것 같다. 다른 땐 그런 생각 별로 안 해봤는데, 올해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약간 과장돼 있고, 나 또한 약간 떠있는 상태인 양 기분 좋게 상대방을 배려하게 된다. 그래,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모든 걸 고맙게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마음 먹은 것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고 결심하게 되는 스페셜 데이다.

사실, 오늘 오전 전화와 문자 때문에 허송한 시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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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2-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

물만두 2006-02-0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날개 2006-02-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시군요! 축하드려요~^^*

2006-02-09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6-02-0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하루님 저도 축하드려요~~ 해피버쓰데이투유~ !

moonnight 2006-02-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하루님 생일이셨군요. 축하합니다. 페이퍼에서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

urblue 2006-02-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

세실 2006-02-0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생일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클리오 2006-02-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늘 생일이시군요. 저도 좀 숨기고 싶은 생일이 네이트에 떠서 당황스러운 순간이.. ^^ 생일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6-02-0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진심으로 축하드리옵니다^^

로드무비 2006-02-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축하드립니다.
멋진 한 해 만드세요.^^

시비돌이 2006-02-0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신 축하드립니다. ^^

하이드 2006-02-0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셜데이군요. ^^ 올해는 그냥 일년에 한번 말구도 많은 스페셜데이가 있기를 바랍니다. 얍!

실비 2006-02-0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하루님 정말정말 생일 축하드려요^^

하루(春) 2006-02-0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졌어요. 앞으로 더 잘할게요. (__)
 

 

 

 눈의 여행자, 윤대녕, 2003

 

내가 품절도 안 된 윤대녕의 책 감상을 페이퍼에 쓰다니... 이거 제대로 읽었으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 같다. 요즘 머리가 좀 복잡한 관계로 열흘도 더 걸려서 힘들게 여정에 동행했더니, 마구 헷갈린다.

어떤 식당인지 카페에서 매운 커피를 마셨다는, 그래서 다 못 마시고 나왔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얘기가 조금 이해가 된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는 마치 한약을 탄 것처럼 쓰다. 묽디 묽어 커피맛은 약하게 느껴지는데 써서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켁 켁' 밭은 기침을 하게 된다.

 

왜 윤대녕은 그렇게 자꾸 여행을 떠나는 걸까?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이라는 소설은 사막에 다녀와서 쓴 거였고, 이 <눈의 여행자>는 일본의 니이가타, 아키타 등지를 보름간 여행한 후 아키타현의 요코테에 다시 보름간 처박혀서 초고를 완성한 거란다.

 

아무튼... 인상깊은 한 구절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련다.

나는 요코테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남원집 청년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여러 날을 머물다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가 조용하고(슈퍼마켓의 블루 펑크는 빼고) 말들이 없었다. 얼굴은 대개 무표정해 보였으나 사나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처럼 한결같이 뭔가 절대적인 것에 의지하고 또 수긍하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바로 눈이라는 걸 나는 깨달았다. 눈이 꺼끔할 때면 도시 전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곤 했다. 무슨 소린가 싶어 나가보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일제히 사람들이 몰려나와 눈을 치우고 있었다. 그렇듯 일 년의 반을 이들은 눈과 함께 살아야만 했다. 좋든 싫든 이들은 눈이 없으면 존재하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애초에 그렇게 눈사람들로 태어난 것이다. 에스키모나 가마쿠라 눈사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들은 자연에 순종적일 수밖에 없다. 사나울 수가 없는 것이다. 요코테에 와서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이들은 눈의 침묵 속에서 그 헤아리기 힘든 신성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 눈을 닮은 순수한 아이들만이 그 침묵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재잘거리며 깔깔대고 있음이었다. - 200쪽

하고 많은 구절 중에서 정의를 내리는 듯한 답답한 글귀에서 내 눈이 멈춘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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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2-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방금 주문 마쳤는데, 부르르르르

하루(春) 2006-02-0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책이 전반적으로 평이 아주 좋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저는 그저 윤대녕이라면 껌뻑 넘어가니까 좋다고 입 헤, 벌리고 있는 거죠. 그러니 다음에도 사실 마음이 생긴다면 그 때 하심이 좋을 듯하군요.

하이드 2006-02-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눈'에 껌뻑 넘어가겠는데요

하루(春) 2006-02-0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가 많아요. 제가. 하하하
며칠 전 하이드님이 일본 다녀온 후에 페이퍼 쓰신 것 중 제가 인용한 구절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을 말하지 않은 걸 후회했었죠. 하지만, 이제서야 말하자니 그래서 미루다 보니까... -_-ㅋ
 

어제와 그제 이 드라마를 봤는데, 이거 꽤 재밌다. 정확히 말하면 신성우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지하게 재미있었다. 배우들 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연기력과 외모를 지닌 뛰어난 사람들.

김승우 - 연기를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기대 중.

명세빈 - 역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재작년엔가 했던 드라마 이후 조금 좋아함. 역시 계속 기대 중.

김뢰하 - 드디어 드라마에 진출. 짝짝짝~!!! 축하.

성지루 - 무지하게 모자라 보이는 약간 바보 성향의 충성심 끝내주는 버림받은 동구.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에 감탄했다.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난다. 김승우의 상사로 나오는 나이 좀 많은 배우. - 이 배우 역시 다른 모습.  

붕 떠버린 '늑대'보다 스토리 면에선 훨씬 나은 듯. 재미 면에서도 물론.

내가 나서서 차 선전해주는 것 같아 그렇지만, 좌충우돌 명세빈(윤세라)의 연기가 웃기다.

또한, 사전제작한 드라마라 보기에도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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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6-02-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

인터라겐 2006-02-0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화는 서동요에 목숨 겁니다..^^

하이드 2006-02-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거 보는데, 재밌더라구요 >.<
정동환이던가요? 김승우 상사.
대사도 웃겨죽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암튼, 기대작입니다. ^^

하루(春) 2006-0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재밌죠? ^^ 계속 보려구요.
인터라겐님, 저는 서동요 한 번도 안 봤어요.
하이드님, 그 분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정동환. 대단한 연기력의 소유자. 이런 드라마는 연기력 되는 분들이 탄탄하게 받혀주니까 든든해요.

chaire 2006-02-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잼나겠어요. 한번 봐줘야겠는데요? 그리고 하루 님... 스페셜한 날, 스페셜하게 보내시길 멀리서나마 기도합니다. 축하해요^*^

하루(春) 2006-02-0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 번 봐보세요. ^^ 상큼하더라구요. 어린 스타에 의존하지도 않고... 그리고, 고맙습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하려는 게 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나와 별 상관없는 곳에만 집중력을 발휘한다. 이 고민이 조금 심해지니까 알라딘에 하루 1-2회 접속해서 이글 저글 읽는 것도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번개 같은 즉흥모임에 나가는 것도... 당장은 내게 불필요할 수도 있는 책이나 CD를 사들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계속 고민중일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곳은 나 혼자 주절주절 떠들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다른 분들과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도 나의 패턴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세히 말하면, 중간중간 확실한 여가를 가질 것이냐 아니면 커다란 여가 하나로 만족할 것인지를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문제는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그렇고, 가족한테 물어보는 것도 다 내키지 않는다.

참, 얼마 전 도시락에 무료 스트리밍파티를 신청했었는데 어제 약간 정신없이 보내는 바람에 잊어버리고 계약해지를 안 했다. 무료에 이어서 유료(3,300원)로 스트리밍 파티에 가입한 꼴이 돼버렸다. 별로 원하지 않는 건데....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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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보면, 어쩐지 바보 될 것 같죠?
하려는 게 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 등등의 고민은 어차피 평생의 숙제랍니다. 시간과 돈을 헤프게 쓴다고 자책하시는 거 맞죠? 너무 가혹하게 조여놓아봤자, 시간이 지나면 반동 작용으로 더 느슨해질 수 있으니, 의식적으로 약간만.
이런 댓글 달 자격이 있나 모르겠어요. 어이구. 저나 잘할 것이지,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하루(春) 2006-02-0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혹하게 조여놓아봤자, 시간이 지나면 반동 작용으로 더 느슨해질 수 있으니, 의식적으로 약간만. --> 이 부분을 보고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어요. 글을 이렇게 설렁설렁 써도 이해하시는구나, 싶어서요. 좀 더 고민해 봐야 겠지만, 많은 도움이 되는 답이에요.

하루(春) 2006-02-0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11411
 

사실 영화나 다큐만 아니면 TV를 안 보고 사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딱히 없는 차에 '신돈'을 보기로 2주 전에 마음을 먹었다. 시청률은 낮은 축에 속하지만, 스스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일종의 선전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었지 그 시간에 TV 앞에 앉아있게 되질 않는다.

어젯밤 베스트극장을 볼까, 세계의 명화를 볼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두 프로그램 모두 놓쳐버렸다.

오늘 잭 웰치가 말하는 리더십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유키 구라모토 때문에 놓쳤다.

예전에 아는 언니네 집에 갔더니 메모판에 TV 시청계획을 적어놓은 게 있었는데, 나도 여기서만 이러지 말고 포스트잇에다 써서 붙여 놓아야 할 것 같다. 오늘 제대로 건진 건 '마음'인가 하는 프로그램뿐이었다. 그나마도 처음부터 본 건 아니다.

이왕 보는 거 내가 진짜 보고 싶었던 걸 보는 게 훨씬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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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6-02-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돈을 재미나게 보고 있는 축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신돈께서 정치개혁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제가 정작 궁금한 것은 작가가 신돈을 '요승'이라는 보수적 관점에서 어떻게 진정한 개혁가로 자리매김시키는가, 그리고 신돈과 노국대장공주와의 관계를 어떻게 묘사할지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끝까지 봐주려고 해요. 좀 지루한 감은 있어도 그럭저럭 볼 만하지요. 새로 시작한 사랑과 야망으로 채널을 옮길까 하다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냥 신돈을 계속해서 시청해주기로 했다는... :)

moonnight 2006-02-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하는데 ^^; 요즘 자꾸만 깜박깜박하는 저로서는 포스트잍이 정말 필요해요. ㅠㅠ 저도 어제 <마음> 건졌다며 좋아했거든요.^^

하루(春) 2006-02-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aire님, 늘 토요일 일요일엔 뉴스가 끝나면 '신돈'을 한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시사매거진' 같은 게 생각난단 말이죠. 그래도 이번주부터는 봐야 겠어요.
moonnight님, TV를 과잉시청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포스트잍(잍인가요? 아무튼)을 활용해야 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