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틸유아마인 언틸유아마인 시리즈
사만다 헤이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일화 1> 방학 때마다 우리집 세 모녀는 같이 주부를 위한 아침 프로를 즐겨봤다. (요즘은 '실제상황'에 흠뻑빠졌다.) 주부들이 좋아하는 주제는 요즘과 변함이 없다. 살림의 달인이 될만한 유용한 살림살이 방법, 시집 스트레스 토로, 바람피는 남편, 말 안 듣는 애들... 최대한 자극적인 문구로 시청자를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잡아 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별 것(?) 아닌 그런 이야기가 아침 한 시간 정도 방송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제목은 '세번째 부인의 눈물'. 하긴 주 5일 매일 한 시간씩 시청률을 온전히 유지시키는 것도 힘든일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 매번 쇼킹한 일이 일어날리도 없으니까.


완전한 타인의 인생이라고 '에이 이번 건 별로네~', '완전 낚였구만!' 같이 신나게 입방아를 함부러 찧으면서 마른 빨래를 열심히 접으면 아침 일과가 대충 끝나곤 했다. 


이것도 꽤 몇년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때 였으니 거의 십년 전일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한선교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핫 했던 정은하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프로젝트로 난임부부 클리닉을 지원해주는 코너를 꾸렸다. 요즘이야 인공 수정이니 뭐니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비교적 흔한 수술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쉬쉬하는, 생소한 일이었던 것 같다. 광고인지 뭐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술비를 지원받은 몇 커플이 사생활을 어느 정도 공개하고 힘겹게 아이를 갖는 모습이 몇 주에 걸쳐 방송을 탔다. 나는 별 생각없이 담배 피는 남편 하나에 뜨악했고, 엄마는 혀를 찼다. 여자가 고생을 얼마나 하는데 지는.. 이라며 인상을 팍 찌푸리던 엄마 뒤에서 난데없이 성이 난 언니 왈,


"세상에 사랑을 못 받고 자라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몸 고생 마음 고생하면서 자기 애를 낳아야 돼? 그냥 입양하면 서로 좋은 일이잖아."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로취, 그로취를 연발하고 있었는데 엄마도 갑자기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성을 팍 냈다. 그 후에 따발따발 반박이 이어졌는데 기분이 상한 엄마의 얼굴이 너무도 험악해서 그날 분위기가 아주 엉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논리로는 완벽한 언니의 승리. 엄마는 "임신을 하고 싶을 때 못하면 여자로서 자괴감이 드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에 왜 여자로서의 가치를 거기서 찾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사실 지금도.  


일화 2>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유모'대신 우리를 봐줄 파출부 아주머니를 고용했다. (어느 표현이 정확한 줄은 모르겠지만 왠지 유모는 낯간지럽다. 실제로 젖은 엄마가 다 먹였으니.) 아이보는 일은 중노동이라 아주머니는 자주 바뀌었다. 가끔 아무 말없이 안 나오거나 끼니도 안 챙겨주는 책임감 없는 아주머니도 있었고, 손녀를 잘 돌보는지 감시하러 자주 오는 울 할머니 때문에 울분을 토하며 그만두시는 분도 있었다. 그만큼 고용인-피고용인의 관계란 상대적이고 어느 시대나 일이나 가정이나 워킹맘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그 분들도 힘들게 일하셨겠지. 애 봐주는 일이 보통 까다로운 일도 아닌데. 


그 많은 아주머니 중에서도 잘 해줬던 아주머니는 생각나는 법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 아주머니만 내 기억 속에 남아 나를 돌봐줬던 사람하면 지금도 그 분만 딱 떠오른다. 왜냐면 그 분은 언니랑 나랑 사이에서 나를 유독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워낙 소심한 성격 탓에 유치원을 늦게 간 나는 아주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맞벌이 자녀가 그런 경향이 있듯이, 나는 항상 조금씩 주늑이 들어있었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애정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맙고 힘이 나는 일이다. 나도 그 아주머니를 참 좋아했다. 


최근에 엄마한테서 들은 얘긴데 그 분이 나를 너무 좋아해서 어느 날, 나를 하루 데리고 가서 자도 되냐는 청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도 순진했는지 그냥 날 예뻐해줘서 고마워서 그래도 된다고 흔쾌히 승낙했는데 그 얘길 들은 할머니가 노발대발해서 다시 물렀다고 했다. 엄마도 순간적으로 무서웠다고 한다. 그 아주머니한테는 아기가 없었다고 했는데 남편 쪽이 문제가 있다가 아예 판정을 받은 상태였단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나는 시큰둥하게 모든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하여튼 할머니가 유난스럽긴 했구만, 하고 혼자말만 하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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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냐하면 이 작품이 스릴러인 까닭에 자칫 스포일러를 흘릴까봐서다. 간이 원체 작아서 공포같은 걸 잘 보지도 못한다. 추리소설 매니아한테는 본 작품의 트릭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임신에 대한 미저리같은 열망을 알아야 몰입해서 공포를 배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족 간의 끈적한 관계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용보다는 설정이 무섭고 몰입이 힘든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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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살아 돌아왔다!
독자를 속이는 맥거핀 기법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

클라우디아는 간절히 바라던 아기를 임신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멋진 집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수상한 가정부 조가 그녀의 삶에 끼어든다. 조는 장차 태어날 아기를 돌보며 클라우디아를 도와주러 왔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조가 미덥지 않다. 조가 자신의 침실에 있는 모습을 보고 클라우디아의 불안감은 점차 두려움으로 바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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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출판사에서 뒷 표지에 쓴 줄거리. 저자 소개에 맥거핀 기법을 설명하면서 던진 '떡밥' 이야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후루룩 읽어 버렸다. 원래 추리 소설을 읽는 맛이란 게 내 뒤통수를 얼마나 퍽퍽 때려줄 지 기대하는 맛도 있으니깐. 머리 굴리지 않고 열심히 읽은 덕에 마지막에 몰아치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어쩌면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일 수도 있었지만 나는 겁이 많아 추리소설을 못 읽는 탓에 마지막 페이지는 숨가쁘게 넘어갔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지만 킬링타임용으로 하루이틀이면 읽을 수 있다. 문체도 무겁지 않아 술술 읽히는 편이다. 비교적 남자보다는 여자가 조금이라도 몰입하기 쉬울 것 같다.


클라우디아, 조, 로레인 경장 3인 여성의 서술 시점을 열심히 따라가보면 추리극 중간 중간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텁텁함 심정 묘사도 아주 잘 된 편이다. 작가 사만다 헤이즈는 아카데미형 작가라기 보단 체험형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체험형 작가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글을 오랜만에 읽어서 기뻤다.  


워낙 드라이한 인간이라서 그런지 인생경험 부족인지 아이한테 미친듯이 집착하는 것 자체가 몹시 의아스러웠다. 그래서 읽는내내 위에 일화가 생각이 났다. 아직도 내 식견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가지만 두 번째 일은 이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이래서 남의 애는 봐줘봤자..라는 거겠지?) 아주머니께 내가 너무 죄송하다. 


*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해두고 싶다. 그 아주머니는 그 일로 우리집 일을 그만두시진 않았다. 그만두고도 우리집 한 번 놀러 오신 적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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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8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뽈쥐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