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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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었던 영화를 조금 늦게 봤다. 좀 그런 편이다. 하물며 좋아하는 감독 낸시 마이어스 작품이었는데도. 모험을 못하는 통에 영화 선택마저 느리다. 평이 좋았던 만큼 비꼬는 마음만 없다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인건가..."라는 식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걸로 안다. 나도 영화 보는 내내, 이거 영화라서 이런거 아니야?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했던지. 내용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동화같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40년 동안 일을 하고 부사장으로 지낸 사람이나 되어야 젊은 이들과 섞여 '인턴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지... 조금은 씁쓸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인턴에 대한 의식차는 있을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사회가 팍팍하다 보니 패션부터 시작해서 따뜻함을 찾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가 만들어 준 것 같은 따뜻하고 소박한 니트, 친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밥이나 한 번 먹자의 킨포크 스똬일 등등. 나만해도 거의 매일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침을 흘리면서 보고 있으니.



70세가 된 벤은 직장을 은퇴하고 무료한 생활중에 구인 전단지를 본다. 60대 이상에 정리 정돈을 잘 하는 인턴을 구한다는 것. 지원서는 자신의 동영상을 찍어서 유투브에 업로드 하라는 조건이 있고 파일은 avi 형식이니 뭐니 같은 알 수 없는 조건을 적어 놓았다. 벤은 출근할 수 있는 어딘가가 있다는 걸 순수하게 기뻐하는 인쇄기업의 전 부사장. 게다가 정리 정돈은 자신이 있으니 자신에게 적격이라 생각했다. 꿋꿋하게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간다. 멀끔한 수트를 입고 찾아간 곳은 30대 젊은 CEO가 운영하는 의류업체. 자신있는 태도와 튼실한 체력을 가진 벤은 금방 합격한다.


부서는 비서실. 창업 1년만에 2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한 사장은 보기보다 까탈스럽다. 하지만 전 관리직으로 있었던 벤에게는 깊은 통찰력과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무사히 넘어간다. 하루는 운전기사 술을 마시는 걸 보고 그걸 무마하면서 이제 픽업기사로 까지 있게 되어 사장의 개인사까지 속속들이 알게 된 벤. 


일에서 완벽하고 똑똑한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줄스도 사업 성공으로 인해 유능한 마케팅 담당자였던 남편이 가정주부로 있으면서 죄책감을 갖거나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전업주부들한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 거의 아빠 나이인 벤은 명쾌하게 충고도 하고 그녀를 도우면서 신뢰를 쌓아간다.


특히 젊은 여자 CEO를 믿지 못하는 주주 때문에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게 되면서 남편 대신 벤과 줄스는 다른 주까지 출장을 떠나고 줄스는 남편이 바람피는 사실을 고백하며 고민상담을 한다. 하지만 전 주에 이미 줄스의 딸을 데려다 주면서 밀회를 목격한 벤은 줄스의 고백에 한 시름 놓고 줄스에게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말라며 위로한다. 그리고 사별한 부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털어 놓으며 더 가까워진다. 정말 인상 깊은 대사는 "그녀는 정말 인생의 모든 일을 쉽게 했어요." 그러면서, 혼자 묻힐 것을 두려워 하는 줄스에게 자기 부부의 자리 옆으로 오라는 제안까지 한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도, 출장에서 아무리 나이 든 남자라도 호텔방에서 대화하는 건 아니겠지? 것도 한 침대에서!! 이것은 영화니깐.. 영화니깐 그런 상황인 거겟지?)


줄스가 가정과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결국 줄스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물론 새 삶을 시작한 벤도 예쁜 맛사지사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관전 포인트는 역시 개그 에피소드.


1. 일하는 중에 벤을 상대로 영업하는 적극적이고 섹시한 맛사지사와 배려돋는(!) 동료들의 에피소드.  

2. 동네에서 끼를 부리는 부인("늦으면 안되요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요~")과 맛사지사 사이에서 곤란한 벤. 그리고 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쪽의 화끈한 의사 표시도 짱웃김. (힌트 : -_-ㅗ)

3. 첫 데이트를 장례식장 참석으로.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에서 관계 후 혈압 체크부터 하던 사랑스러운 커플이 떠올라서 빵터졌다. 물론 웃을 일은 아니지만. 


로버트 드니로의 멋진 할아부지 간지가 나는 수트 패션과 고풍스러운 필기구를 정돈하는 모습도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다. 이러니 후줄한 20대들도 이 멋진 할아버지한테 패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따름이다.


한 때의 부사장에서 인턴으로, 이게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훈훈하고 재밌는 이야기 한 편을 볼 심산이라면 추천한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재미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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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뽈쥐님, 좋은 토요일 저녁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1-16 21:0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주말 풍요롭게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