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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뉘앙스 사전 - Kodansha's Effective Japanese Usage Dictionary
마사요시 히로세 외 지음, 오현숙 엮음 / 넥서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아니,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정말 엄청시리 힘든 일이다. 이미 등록금으로 쏟아 부은 게 얼마냐 싶다가도 좋은 책이 있으면 살 수밖에 없는 이 콤플렉스같은 현실. 특히 뉘앙스를 알아차리기란 외국인에게 힘든 일이다. 모르는 사람은 잠시 초급 일본어만 배우고선 엥? 일본어는 쉽자너? 라고 속터지는 소리를 할 때도 있어 속이 상한다. (뭐.. 진짜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쩝)
입소문으로 칭찬하는 뉘앙스 관련으로 국내에 출판 된 도서는 2권. 하지만 모두 절판되었다.
중고책 시장에서 절판이 되면 무조건 정가보다 가격이 올라가게 되지만 사실 고운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리 절판되어도 중고책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도 그런 거 상관없이 알라딘 추천대로 가격을 붙이기 때문이다. 돈 버는 재주같은 게 원체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왠지 얄미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너무 비난하지 마시길..
정가 25,000원 가량을 형성하고 있는 요 책. 어쩔 수 없이 중고를 샀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아주 감동적인, 알라디너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문구는 훌륭한 문제집 앞에서도 통한다.(왜 당연히 문제집은 문학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건가!)
최저가가 39,000원인 중고책을 보니 장바구니에 넣었다 담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습관성 외국어 학습자인 나는 이미 일본어 단어집이 여러 권이나 있는데! 하지만 요 뉘앙스 책은 꼭 필요하지 않나? 그리고 정가보다 비싼 중고책을 보자니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15,000원의 요 책. 게다가 등급도 '중'이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얼른 장바구니에 담고 오전에 결제를 뙇! 오호, 당일 상품을 준비하는 이 신속함이란. 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감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야근하고 가서 집에 온 책 꾸러미를 보니 피곤이 사르르 풀렸다. 됐어, 이제 나도 승승장구 할 수 있어!
신성한 마음으로 뾱뾱이 봉투 위를 자르고 조심조심 꺼내든 책, 질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행복도 몇 초 가지 않았으니....ㅠㅠㅠㅠ
책이 더럽지는 않지만 형광펜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습관성 외국어 학습자가 그렇듯 에이, (당신도)앞부분만 그렇겠지, 음하하하! 라고 승자의 기쁨으로 후루룩- 넘겼는데...............
헉.. 끝까지 공부한 흔적이...ㅠㅠ 심지어 공부한 날짜도 적혀있었다. 어떻게 이게 '중'일수가 있냐!!
실망감에 풀썩- 주저앉았다. 항의를 해야할까 책을 물릴까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책갈피처럼 껴 있는 얇디 얇은 서울대 중앙 도서관 자리 배치증이 중력을 거부하며 핑글핑글 떨어졌다. 꼭 서울대생이 공부했다는 근거는 아니지만 갑자기 '중' 등급이 이해가 되었다. 아... 이런 사람에게는 이 정도가 '중' 일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절판된 책은 아무 욕심없이 저가에 판 것을 보면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아닐 터!
중고책은 아무래도 새 책이 아닌 까닭에 등급 메기는 것이 무척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갑자기 그 날 밤, 나도 이 책을 다씹어 삼키며 소화시켜 버리리라! 하며 공부 열의에 불타 올랐지만... 역시나....... 우쒸...
한 번 쭉- 훑고 필요한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공부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필요한 부분만 책 뒤쪽 색인에서 찾아서 얌생이 공부만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
흑. 진짜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습관성 외국어 공부자에게 얼마나 더 절박한 사연이 필요한 건지.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