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에 취직한 친한 언니이자 베프의 은총으로 3개월 간 잡지 [그라치아]를 공급받고 있다. (고맙단 말로 입 싹 씻은 게 미안해서 방금 기프티콘을 날렸다.)
잡지도 가볍고 헐리우드 스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괜찮은 듯. 스타들이 운동하는 사진에 자극도 받을 수 있다. 부쩍 필라테스에 관심이 가서 이런 것만 보인다.
이번 달 기사 중 눈길이 가는 기사 두 개. 하나는 파워블로거에 관한 거였고(회사를 때려치고 하려면 결국 더 힘들게 된다는 요지... 하긴 세상에 쉬운 게 있긴 할까.)
그리고 또 하나는 SPA 브랜드의 비윤리적 경영에 대한 기사였다. SPA 브랜드를 무척 애용하는 나로서는 읽고 나서 찝찝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facebook에서 H&M과 Bershuka를 구독하면서 멋진 아이템이 나오면 매장을 들를 궁리를 하는게 일상이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made in Vetnam의 망고 셔츠를 입고 있으니.
어제 H&M에서 셔츠를 샀더니 made in Bangeladesh 라고 적혀 있는 표딱지. 방글라데시 하면 '가난하지만 국민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로만 기억되는 곳인데 이제 내가 입는 옷을 만들다가 공장이 무너져 내린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제법 부유하게 사는 나라들은 면직 공업으로 산업화를 시작해서 그런지 마음이 더 아프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불과 50년도 안된 일인데!
디자인도 가격도 '리즈너블'(그냥 '싸다'고 읽으면 된다.) 하다고 해서 주말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가볍게 한 두벌 사는 생활을 버리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벌써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 불쌍하게 사육되는 동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도 육식을 끊지 못하는 것 처럼.
이미 유럽 곳곳에서 문제의 SPA 브랜드를 입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소비자들은 있지만, 그들도 나같은 나약한 마음의 일반인인 걸 감안할 때 기업윤리를 잃은 SPA 브랜드가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 않다.
노동을 하든 데이트를 하든 특별한 날이든.. 항상 옷은 입어야 하는 법이고 디자인도 가격도 그럭저럭 괜찮은 옷을 외면하기란 쉽지가 않으니까 말이다. 1차적으로는 공장을 그 따위로 지은 기업이 잘못이긴 하지만 분명 소비자도 2차적인 책임은 있으니까.
이미 1000 명이 넘게 죽은 엄청난 산업재해를 알면서도 Made in Bangeladesh 를 외면하지 못하는 얄팍한 인권주의자인 내가 밉다.
사족. 아메리칸 어페럴은 처음부터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한다는 경영이념을 갖고 있다는데.. 그래서 옷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비쌌구나. 인건비는 정말 부르는 게 값일 수도 있지만...
매일 마시는 커피도 그렇고.. 비폭력적인 삶이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