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오래되서 열악하다. 불땅한 얘기는 여기까지 해두고.

 

그래서 저번 주에 난리가 났다. 행사 때 쓰려고 둔 몽x 상자가 누군가가 갈기갈기 뜯어 먹은 것이 판명 났기 때문. 많이 갈아댄 것과는 다르게 그 폭신한 초코과자는 조금만 맛을 보고는 돌아갔다. 사람이 그랬을 리는 없으니, 그건 '쥐'로 판명이 났다.

 

아니, 이게 무슨 7,80년대 아니고, 쥐라니 쥐라니!!!

 

여자들만 있는 곳이라 대부분은 질색을 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곤충류를 제외하곤 따뜻한 피가 흐르는 동물은 별로 혐오하지 않는 나로서는 매우 즐거웠다. 왠지 즐거운 소동인 것 같아서.

 

환경 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분한테 전화를 해서 쥐 덫 두개를 설치했다. 초코과자가 있던 구석에 하나, 내 발 주변 히터 밑에 하나. 쥐가 꼭 내 발 밑에 있는 덫에서 잡히기를 기도했다.

 

오전은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갔다. 잊을 만할 때쯤 책상 한 곳에서 비명이 나왔다. 이거 혹시.. 혹시!!!!!

 

책상에 올려져있던 커피 믹스 하나에 또 누군가의 이빨 자국이 있었고, 또 다시 그건 '쥐'로 판명이 났다. 신이 난 나는 이빨 자국으로 이빨의 크기, 쥐 몸통 크기를 유추하며 목장갑까지 끼고 CSI놀이에 집중했다.

 

수프리모 커피믹스를 먹을 까닭에 그의 이름은 '수프리모'로 붙여졌다. (특정 브랜드를 홍보할 목적은 없습니다.)

 

옆에 과 얘기를 들어보니 거기는 초코파이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쥐가 좋아할 법한 맛밤과 호두같은 은근 고급의 것들은 도둑맞지 않았다. 그의 취향은 초콜렛과 커피를 좋아하는 '된장남'임이 확실해졌다. (성별은 왜 수컷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렇게 되었다.)

 

오는 사람마다 얘기를 해주고 쥐 덫을 보여줬다. 그만큼 신이 났다. 사실 난 초등학교 때도, 제일 열악한 건물이었던 중학교 때도 학교에서 쥐를 본 적이 없었다. 쥐의 몸통 크기로 내기를 했고, 커피 믹스는 증거물로 보관되었다. 그만큼 형사 놀이에 심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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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다음 날, 출근하고 나니 쥐 덫이 쑥 앞으로 나와 있었다. 쥐 덫은 덮여있었다. 한참을 보니 움직이기 까지 했다. 놈은 잡혔고 살아 있었다. 그런데 어두워서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꺼내보려했지만 주위의 반대로 무산.

 

결국 누가 플래시 터지는 사진을 찍어 그 놈의 거대한 엉덩이와 꼬리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놈의 분비물도... 엄청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어제 그 분에게 전화를 했지만, 관련 부서는 서로 미루느라 바빴다.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하니 오후 3시가 되서야 왔다. 난 CSI처럼 먼저 개봉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아저씨는 10초도 안 되서 신문지를 싸서 나가셨다. 아 허무한듸!

 

근데 좀 짠하다. 잡힌 걸로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 발 밑에 있어서 묘한 승리감마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놈의 똥. 이었다. 그 넘이 그것만 싸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애만 안 썼더라도!

 

괜히 이름까지 지었다. 그 넘이 정말 그 넘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서두.. 괜히 짠하다.

 

 


그래서 밀란 쿤데라는 말했지. 메타포, 메타포를 조심하라고! 

(꼭 이 사연과 관련이 있진 않지만.. 난 이 말에 가장 끌렸다.)

 

 

 

 

 

 

 

오늘의 교훈 : 죽을 X을 싸도 안 될 넘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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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5-2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이 교훈과 엮이니 한편의 이솝우화를 본 느낌이네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2-05-29 16:29   좋아요 0 | URL
재밌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부끄럽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