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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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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는 거잖아요!" 라는 유행어가 그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몇 개월을 풍미했다. 배우의 발음 문제로 회자되었지만 실은 괜찮은 대사다.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니까.

 

반 고흐, 프리다 칼로, 까미유 클로델... 생각하면 그렇게 유쾌한 작가들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불구가 되고, 감금 당하고. 이들 때문인지 예술가의 이미지가 가난하고 불행하다는 인식도 굳혀진 것 같다.

 

이들이 예술가라서 불행했던 건 (당연히) 아니었고, 이들의 불행이 작품에 미친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에 삶도 조명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 단순히 미쳤거나, 고통을 당당히 이겨낸 여신처럼 그려진다는 것에 시동을 걸고 싶은 마음에서 책은 탄생한다.


백남준, 앤디워홀, 로스코처럼 작가로서 성공한 이들의 고통, 소외, 콜플렉스는 너무 생소한 것이어서 갑자기 작품들도 심각해보이기 시작했다. 평생 유목민처럼 떠돌며 냉소적이 되었던 백남준, 자존감이 낮았던 로스코와 앤디워홀... 특히 로스코의 명상적인 그림과 남의 시선에 편집적으로 집착했던 그의 모습은 정말 상상이 되질 않는다.

 

 

누구나 살면서 불행한 일은 겪는다. 그건 '필연적'이다. 이들 작가들은 필연적인 불행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형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작품은 슬픔을 비워내고 대면하게하였고 삶의 원동력이었으며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확실히 그들의 작품은 진실해 보인다.

 

 

현대 미술은 작품 자체의 의미나 아름다움보다는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의 작품처럼 의미도 온기도 없다. 그래서 진실성이 느껴지는,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삶의 실패가 성공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작품에 작가의 생애로 의미를 유추해보는 것을 반대하는 편이다.(특히 소설은 더더욱!) 그림보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몇몇 특이한 사람 말고는 그들의 인생에 특별난 관심도 없었다. 고흐와 프리다 칼로의 다사다난했던 삶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카미유 끌로델은 어째 작품보다 그녀의 인생사가 더 알려진 것 같다.) 몇몇 생소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읽고 있자니 어쩐지 우울해졌다. 아마 나도 이제 타인의 슬픔까지 돌볼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리라.

 

단지 폐해라면 이제 그들의 작품이 순수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좀 아파보인다는 것.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들의 작품이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 듯, 그들의 삶에 얘기만으로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작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아픔을 대면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지만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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