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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란 소설은 처음이다. 크게 세계 정세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동에 대한 편견에도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원래 잘 모르고 관심없는 사람이 편견을 갖는 거지만서도..) 누구의 잘못인지... 중동 사람들을 보면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며 짖궂게 편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테러리스트 이즈 아메리카!" 라고. 미국이 중동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양쪽 다 확실히 잘 알지 못하므로, 판단은 보류. (이래서 편견이 무섭다는 걸까. 근데 난 딱히 중동이란 지역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우선 배경이 이란이라 매우 이국적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세계화 시대라고 하면서도 모르는 문화들이 넘 많다.) 그렇지만 너무 낯선 풍경이라 지붕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건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찾아봐도 이게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누가 설명 좀! (사실 리뷰 쓸 때부터 이미지를 첨부하고 싶었는데 당최 어떤 지붕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암울한 뉴스도 많이 나와서 슬퍼졌다.)

처음 읽는 이란 소설에, 표지에 "미국독립서점연합 '2009년 놀라운 데뷔작 6편'에 선정" 이라는 문구를 보고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실망이 크다. 작가의 처녀작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용 파악은 잘 되었지만 가독성과 흡입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페이소스도 감정도 풍부하다 못해서 철철 넘칠 지경이었으니까.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테헤란의 한 골목에서 익살맞은 아메드와 우정을 쌓으며 살던 영리한 소년 파샤는, 자신의 집 지붕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자리라는 소녀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소녀는 파샤가 존경해 마지 않으며, 그와 우정을 쌓고 있는, 닥터라 불리는 지식인이자 정의로운 동네 형(?)의 약혼자이다. 합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전통적인 의식이 강한 이란에서는 다른 남자의 여자를 탐하는 건 완전한 죄악이고(이건 어느나라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이란 의미는 자유연애보다는 집안끼리 혼약하는 걸 말하는 것이다.), 경외하는 닥터의 여자를 넘본다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에서도 당연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친구 아메드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그러나 이미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가 있었던-파히메와 우여곡절 끝에(그녀의 오빠들한테 두들겨맞는) 그들의 의지로 연애를 하게 된다. 정의로운 청년 닥터는 마침, 농민을 계몽시키고 생활의 개선을 도와주는, 나라에서 금지하는 일을 하러 없어지고, 넷은 자리의 집에서 자주 모여 우정을 쌓는다.  

암울한 사회에서 정의로운 행동은 항상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것. 닥터는 결국 비밀경찰 시바크의 손에 죽게 되고, 자리는 큰 슬픔에 빠진다. 게다가 장례식도, 애도도 드러내고 할 수 없게 만들었다.(총알 값을 내야 시체를 돌려준다는 정부기관의 악랄함은 어느 곳에서도 치가 떨린다.) 그치만 '그것'을 가진 파샤는 아메드에게도 돈을 빌려 '빨간 장미나무'를 심는다. 자유를 뜻한 빨간 장미나무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사랑하는 감정을 막을 길 없이 커져, 파샤와 자리는 아주 가까워지지만, 결국 망자와의 추억과, 모순된 현실, 전통 앞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자리는 국왕의 생일 날, 큰 결심을 한다. 바로....(여기서부턴 직접 읽어보시길.) 

 

이란이라는 생소한 배경에 매력을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처음에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암울한 시대와 환경에서 더 불타오르는 사랑이라는 소재는 좋았는데... 더 잘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서 맴돌았다. 작가가 글을 쓰고 싶은 의지보다 말하고 싶은 의지가 더 커보였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문화를 몰라서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 표지 앞뒤에 써 있는 '2009년 최고의 소설 25편에 선정', '2009년 놀라운 데뷔작 6편에 선정' 이라는 문구가 정말로 선정적이게(물론 정욕을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느껴질 정도로 의아스러웠다. 

마지막에 파샤가 미국으로 떠나서 골목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 처럼 저자도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저자의 약력이 그런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말하고, 알리고 싶은 게 목적이었다면 그는 목적을 이룬거겠지?  

그래도 저자의 용기있는 글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이란의 문화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것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처녀작은 처녀작이니...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부끄러운 얘기1.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배경이 이란이었구나. 지금까지 인도인 줄 알았는데...(부끄부끄) 그럼 영화를 다시 보면 되겠다. 어떤 지붕인지 알려면.

부끄러운 얘기2. 뒷 표지에 진한 '페이소스'라 해서 페이소스란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간단한 단어도 몰랐다니! 부끄부끄..)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수고를 덜어주는 차원에서 네입어 용어사전에서 찾은 결과를 적겠습니다. 여러분을 과소평가하는 뜻은 아니니 아무쪼록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페이소스 [ pathos ] : 고통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극중의 연기자에게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극적인 표현방식. 이때의 주인공은 선천적인 성격상의 결함이 아니라 운명이나 일반적인 주위상황의 불운한 희생자이다. 

아아 그렇구나. 좋은 단어를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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