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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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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위 쪽에는 부제같이 달려 있는 문장.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파리지앵, 파리지앵, 파리지앵!!! 

파리라는 도시가 뭐길래 이리 난리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콤플렉스로 파리지앵을 이렇게 칭송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경계(?)하였다. 사실 나도 당장 파리에 갈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모든 일을 박차고 가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긴 하다. 그렇지만 패션 잡지에서 파리지앵, 파리지앵하면서 온갖 허세를 부리게 되는 바람에 이상하게 반감이 생기고 말았다.(이건 콤플렉스인가?) 

잡지에서 묘사되는 그들은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는 지상 천국이란 말인가? 나는 어차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 사는 모습도 거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묘사에 반감이 들었다. (가끔 외국 나갔다 온 사람들 중에 모든 사소한 것에도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거기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잡지에서 묘사되는 파리지앵이었다.(그러니까 책도 낼 수 있는 거겠지만)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인생을 적당히 즐기며 사는. 그리고 참 씩씩하다. 타인의 행복을 감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글에서 느껴졌다. 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잠시 느꼈던 반감과는 다르게 책은 참 사랑스럽다. 머리를 탁치게 깨달은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의 대화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가장 공감갔던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딸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말을 했던 것인데, 나도 어릴 때 그 동화를 읽고 비슷하게 생각했다. '이게 왜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남김없이 뺏는 사람>이지!!'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안도가 들었다. 진짜 사람은 나무에게 너무 나쁜 짓을 한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연륜이 녹아서 인지(이런 에세이류에는 저자의 생년월일을 써주는 게 좋지 않을까. 난 항상 머리를 탁 치게 하는 글을 보면 도대체 몇 살이 돼야 이런걸 깨달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말이 나오는 글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요리할 줄 아는 여자에 대한 얘기. "못생긴 여자랑은 살아도 요리 못하는 여자랑은 못 산다." 글을 읽기 전에는 이런 말에 반감이 있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밥에 집착하는 것인가! 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에 나도 행복감을 느끼지만 말이다. 저자에 의하면, 요리를 잘 하는 여자를 '센스 있는 여자'인 동시에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자'이다. 한 마디로 어느 부분에 심한 결핍이 있는 사람은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인생의 미묘한 맛을 느낄 수 없고, 식탐도 없고, 생각에도 유연성이 없을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  그러고 보니 음식을 지나치게 가리는 사람들의 성품이 생각났다. 그리고 머리를 탁 쳤다. 아아 그렇구나..... 난 아직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 거지..?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일러스트 또한 책을 보는 재미이다.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또, 프랑스 문화를 아는 재미도 있다. 영화<베티 블루>를 보면서 달걀과 유제품을 파는 사람이 하얀 가운을 입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그런가보다. 어릴 때 이를 뽑으면 지붕 위로 던지는 것 처럼(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인지,난 한 번도 이런 것을 한 적이 없다.), 그쪽에서는 머리 맡에 두면 쥐가 이를 가져가고 돈을 준다든지.....(돈은 결국 엄마 주머니에서 나온다.)

 

 

생각1. 어쩌다 잠깐 본 <미녀들의 수다>에서, 독일에서 온 누구누구가 거기선 "애교부리는 여자들을 (관자놀이 옆에다 검지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이거처럼 생각해요" 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과하게 애교를 부리는 여자를 말하는 거겠지만 애교 있는 사람을 싫어하는 곳이 있나? 하고 머리를 좀 갸우뚱 했다.  

유머러스한 푸줏간 아저씨, 싹싹한 아랍인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것은 애교는(유머도 개방성으로 따져서 애교라고 본다면) 어디에서나 통하는 인간 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나 역시도 무뚝뚝한 사람보다는 나긋나긋한 사람이 좋으니. 

생각2. 정말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파리의 워킹맘들도-아무리 복지가 좋다지만- 우리나라 엄마들만큼 번뇌하며 사는 구나. 

생각3. 그래도 확실히 문화 차이는 있구나. 가본 적이 없어서 직접 느낀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정, 제테크에 목숨을 거는 것 처럼, 파리지앵들은 왠지 바캉스와 인생을 필사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어찌 보면 강박이 아닐까. 인생을 즐겨야해, 즐겨야해, 즐겨야해.... 그래도 제테크보다는 훨~씬 세련됐긴 하다.

 

여기서 의문. 파리에 사는 사람은 파리지앵, 뉴욕에 사는 사람은 뉴요커, 도쿄에 사는 사람은 도쿄 피플. 그럼 서울에 사는 사람은? 그냥 서울사람, 인가?? 서울에 사는 사람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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