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싸이월드가 보편화 되고부터 사람들은 참 감성적이게 된 것 같다. (감성적인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지?) 예전 같으면 외면하거나 무시했을 감정들을 가감없이 들어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싸이월드는 큰 공을 세운 셈이다. 뭐 허세니 꾸며낸 행복이니 말이 많아도 말이다. 

서점가에서도 싸이월드스러운(?)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누가 '싸이월드식 자기계발서'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웃은 적이 있다. 대체로 감성이 흘러 넘치다 못 해 읽는 이로 하여금 축축한 기분을 느끼게 하거나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그런 책들을 지칭하는 말이겠다.  

처음 책을 받아서 대충 후두둑 넘겨보면서 이런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감성적인 사진과 그리 많지 않은 글. 특히 로모로 찍은 듯한 사진과 일러스트, 손글씨를 보고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는데,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난 그러고보니 이런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싸이월드는 잘 하지도 않는데!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 어떻게 리뷰를 해야할 지 한숨이 나왔다. 

너무나 사소하고, 소소하고, 사적인 것이다. 난 사소한 얘기에는 잘 귀를 귀울이지 않고, 소소한 얘기에는 금방 지루해지며, 사적인 얘기를 듣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왠지 나도 내 얘기를 해야할 것 같으니까). 게다가 감수성이 심하게 넘치는 글은 무서워한다. 감수성이 넘치는사람들은 대체로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하니까(어디까지나 철철 넘쳐흐르는 사람들 얘기다).   

난 그냥 가벼운 수필 정도를 생각했단 말이야!

책의 첫 장에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사물들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해놓았다. 흠.. 그럼 이제 이 사전적 정의와는 다른 기발한 생각을 풀어내려나..?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사진이 워낙 예쁘고 귀여워서 글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소한 발견1. 사물들을 하나하나 찍어 놓은 걸 보니 참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의외로 글도 괜찮았다. 일단 글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고, 솔직했다. 감정에 충실하다고 해야할까. 저자 소개에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고 하는데 글이 어렵지 않고 일상적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덤으로 따뜻한 느낌이 나는 사진도 볼 수 있고. 이미지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시대에 이렇게 예쁜 사진들을 보는 것 만으로 큰 수확이다. 색감이 너무 예쁘다. 

가끔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 가령 가족의 얘기를 쓰고 주석을 달아놓아 그들을 소개하는 것. 그냥 제 남동생이에요, 제 아이에요, 라고 했으면 그냥 덤덤하게 읽었을텐데. 그래도 당사자들은 애정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겠지?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누나의 바비인형'에 대해 쓴 글이다. 아마 그와 비슷한 일이 생각나서 일 것이다. 특히나 이런 책을 읽을 땐 내 경험도 떠올리며 더 즐겁게 읽는 게 미덕일테니 말이다. 저자는 어릴 때 누나의 바비인형의 머리카락이 자랄 줄 알고 인형 머리카락을 잘라주었다고 한다. 그 날, 누나도 울고 자기도 울었다고 한다.(사진도 빨간 생머리였던 바비인형은 다음 장에선 머리가 잘려서 웃고 있다. 미소는 여전히 아름답다.) 아마 저자는 맞아서 울고 누나는 인형의 머리카락이 잘려서 울었겠지. 바비인형은 머리카락이 생명인데! 머리카락이 짧은 바비인형은 인형 놀이의 가치가 없어진다. 

울 언니도 울 엄마가 잠시 시장에 나간 사이에 미용실 놀이를 하다가 내 머리를 잘라버렸다. 보통 자른 것도 아니고 거의 머리카락에 숨겨진 하얀 살이 보일 정도였다. 다행히 내 머리카락은 자랐고 지금은 그것에 대한 억하심정인지 가슴을 덮는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난 짧은 머리가 싫다.) 

검은 비닐 봉지에 휴지에 잘 쌓여 버려진 머리카락 뭉치를 보고 엄마는 기겁했는데, 난 머리가 거의 밀린채(그래, 밀렸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겠다.) 가만히 자고 있었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그때 엄청 멍청한 아이였으므로 아주 평화롭게 넘어갔는데.. 지금도 그 사진만 보면 웃음이 나온다. 요즘 미용사가 그렇게 머리를 잘라놓으면 거의 고소감인데! 

난 바비인형과 정반대되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갑자기 이 생각이 나서 막 웃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재밌는 추억은 갖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시련이었을지라도. 또 저자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의 젊은 모습을 실어 놓았는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왠지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사소한 발견2. 아, 근데 그러고 보니 나는 싸이월드를 그렇게 애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로 싸이월드이 허세글이나 오글거리는 글을 그리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사소한 데에 목숨을 좀 걸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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