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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평점 :
요즘엔 B급이 대센가? 대세라기 보다는 이제 좀 B급에 관심을 가졌다는 편이 옳겠다. 사실 A급 보다는 B급인 사람이 많은 것이 세상의 이치니 이제 그들이 자아를 찾았다는 게 맞겠다. 사람에게 A급이니 B급이니 하는 것도 넘 웃기는 일이다. 특히 스스로가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참... 이상하다.
7명의 여인의 처절한(?) 연애담을 읽고 있자니, 나 이렇게 해서 하바드 갔어요~ 하는 책들을 읽고 있는 듯이 숨이 막혔다. 아니, 이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사실 이들의 연애담은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이다. 조금 인기 있는 사이트만 들어가도 이런 류의 연애 고민은 참 많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공감하는 사람도 많지만, 한 때 가장 유행했던 답변은 이거였다. 헤어지세요...
헤어지는 것이 연애 고민의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일 수도 있겠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깔끔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장난같은-실제로도 질투가 섞인 장난일 경우가 많았는데-리플에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웃기긴하다. 그 사람들도 그냥 툭 던진 말일 뿐이다. 인터넷에선 괜히 얽힐 일도 없으니 진지하게 상담해 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왠만해선 헤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게 쉬우면 왜 그런 고민을 올려 놓을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은 연애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여자는 더 많은 고민을 한다. 연애란 여자에게 더 불리하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연애 공식과 싸우며, 자아를 찾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인데, 요즘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이런 책을 읽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예전같으면 연애로 자아 치유까지나? 하며 눈을 껌뻑였을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그냥 헤어지세요.. 아님 말고, 라는 식의 기분으로 읽었달까. 물론 공감이 가는 것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괜찮은 남자를 만나도 결국 자신들의 열등감이나 과잉된 자아로 헤어지는 것에는 씁쓸하기 그지 없었고 힘도 빠졌다. (열등감은 여자고 남자고 상관없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만.)
겪어보고 이 남자는 아니야, 능력있는 남자는 능력있는 여자를 원하지 않아, 일단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여자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아.. 등을 깨닫고 그녀들이 한 일은 거의 헤어지는 것 뿐이었다. 물론 연애를 한 후, 자아를 찾았거나 자신을 소중히 하는 법을 알았거나 하는 것은 큰 소득이지만, 글쎄 어째 뒷맛이 씁쓸하다. 처음부터 문제 있는 남자를 만나는 여자들도 있었고.
어차피 연애라는 건 당사자끼리 하는 것이라 제3자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연애라는 형식을 빌어 남성중심 사회의... 이라고 하는 정치적인 문제로 바꾸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라고 본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모토도 있지만, 책이 어째 너무 무겁다. 순수하게 B급 연애에 탈출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재에 낚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질문. 7명 중 유일한 나쁜 여자인 '초인'과 같은 여자를 팜므파탈이라 규정하고 그녀의 욕망은 인정하는 것은, 여러 다리 걸치는 남자들에 대한 욕망도 같이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혹시 이 책이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우호적인 입장에서 썼다면 '남자'인 그들에 대해서도 비난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사실 아직 나도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쓴 것이라면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 간주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