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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렇게 잘 쓸 수 있는 거지?
[나무]를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터지는 감탄과 함께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는 매일 저녁 한 시간을 단편소설을 쓰면서 보낸다고 한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작가는 작가적 기질이 분명 필요하지만, 하루에 한 시간 매일같이 소설을 쓸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직업도 다 그렇겠지만.
내가 가장 감탄하며 보았던 작품 세 개는, [바캉스] [조종] [완전한 은둔자] 였다.
[바캉스]는 시간을 여행하다 그 시간에 갇힐 뻔하는 가슴 철렁한 이야기다.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30년대, 70년대가 나오면 그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에 반해, 뭐랄까, 현대는 매정하고 차가운, 허상의 시대인 것 같다. 근대의 분위기는 낭만적이고 순수하고 교감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여행자들도 그렇게 생각해서 루이14세의 시대로 여행을 간다. 지금은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페스트를 예방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니....
읽으면서 나는 상상했다. 내가 조선시대로 여행을 가면 궁녀들의 이야기, 혹은 성곽 주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 참 재밌겠다고. 그렇지만 조선시대도 온갖 예방접종이 필요하겠지. 사람들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날거고. 도대체 왜 이런 현실적인 생각은 안 해본걸까...하하하
바캉스의 주제 : 여행을 할 때는 여행자 보험은 필수!!
[조종]은 읽으면서 내내 불안했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뇌'는) 내 몸에 대해서 만큼은 전지전능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왼 손이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오른 손에 있는 반지가 질투나고 애정없는 주인한테 화가난다. 그래서 정말 정말 나쁜짓까지 한다. 해결책은 왼 손과 협상하는 것.
남을 잘 믿는 성격이기에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아주 잠시 생겼다. 그러나 사례가 없었으니 안심!!
조종의 주제 :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랑하자. 반항할 때는? 협상하시라.
[완전한 은둔자]는 획기적이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는 믿음으로 그는 모든 걸 자신에게서 얻고자 한다. 계속 생각해내면 모든 것을 그가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다. 모든 걸 얻기에는 그는 생명이 너무 짧다. 그는 영원히 살기로 결심한다. 물론 신체는 필요없다. 생각에 필요한 '뇌'만 있으면 되니까.
그는 의사였음으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갈라 뇌만을 꺼낸다. 그리고 영양액에 담근다. 이로써 그는 영원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그는 자신의 가정보다 그 목표가 더 중요했다. 이런$^&%^&568&*(&*자식!!)
그의 최후는 뭔가 우스꽝스럽다. 그의 입장에서는 매우 슬프겠지만.
완전한 은둔자의 주제 : 평범하게 살아라. 혹은 중요한 물건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