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유럽을 죽음의 행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 어떻게 시작됐고 진행됐는지를 정리한 책입니다. 필립 지글러라는 영국 작가가 쓴 이 책은 심오한 이론이나 역사적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쉽고 재미있게 과거의 공포를 보는 것으로 끝입니다. 역사와 소통하는 것이 아닌 역사를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김선달이 현실로 환생합니다.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는 상수도 민영화에 맞서고 있는 공무원노조에서 세계의 상수도 민영화와 그에 맞선 투쟁의 사례를 모아서 정리한 책입니다. 기존의 책들과 달리 투쟁의 성공사례와 대안적 운영방식에 대한 풍부한 얘기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러시아의 혁명시인이라 불리는 마야꼬프스끼의 시집입니다. 혁명을 위해서는 시도 혁명을 해야 한다던 볼셰비키 시인은 혁명 후에도 싸움을 이어갑니다. 직설적이면서도 실험적인 그의 시들은 혁명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자살로 끝난 그의 삶처럼 그의 시들도 발전을 거부한 것은 아닌지...
베네주엘라의 실험은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도 하고, 우려하게도 하고 있습니다. 그 열광과 우려 속에 베네주엘라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고문을 지냈던 마이클 레보위츠가 쓴 이 책은 베네주엘라 사례를 정리하기보다는 이론적 분석을 했습니다. 자주관리 사회주의가 21세기에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서 정리한 책입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변역이 너무 거칩니다.
간첩으로 몰려 장기수가 됐던 서준식, 서승 형제의 동생인 서경석씨의 미술 에쎄이입니다. 재일교포로 자라면서 두 형님은 한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느꼈던 힘겨움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전쟁과 학살로 얼룩진 20세기에 그림으로 저항했던 화가들의 삶과 작품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도 힘을 발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