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이니 하는 책들이 많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운동권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것과 함께 해서 이런 신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우파 기독교세력들을 점점 세력을 확장해갔고,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영혼은 황폐해져 갔습니다. 다시 최근 들어 우파 기독교세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좌익과 종교의 새로운 결합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마커스 보그라는 진보적 신학자가 쓴 이 책은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쓴 기독교인을 교리서입니다. 하지만 비기독교인들 역시 자신을 성찰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생태주의 관련한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일 것입니다. 뻔한 생태주의와 공동체주의에 대한 얘기려니 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주 뒤늦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난리지?’하는 생각에서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이 책은 생태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정치적 입장으로 지지하느냐와는 상관없이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줍니다. 그저, 남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주노동자문제는 심각해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 이 책을 보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란주 씨의 풍부한 경험과 쉬운 글쓰기가 어우러져 깊이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후속편인 ‘아빠, 제발 잡히지마’도 나왔는데, 그 책은 나중에 공유하지요.
이 책은 형식상 소설이기는 하지만 저는 역사서로 읽었습니다. 일제시대 식민지 심장부에서 직접 대중을 조직하면서 혁명을 위해 달려갔던 이재유 그룹의 얘기입니다. 소설가인 안재성은 이 책 이후 이재유 그룹과 남노당으로 이어지는 여러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소설과 평전을 쉼 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안재성이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는 것도 그 시대를 살면서 쓰러지지 않았던 그들의 열정을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전향 장기수였던 허영철 선생의 삶을 구술로 정리한 책입니다. 제가 읽어봤던 구술서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책 중의 하나입니다. 해방과 북조선에서의 혁명 이후 그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남으로 내려왔을까? 그리고 상상하기 힘겨운 장기 복역을 견디고 난 후 인생의 끝자락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 분들의 얘기는 아직도 무겁고 깊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