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혁명으로 세계가 요동치던 20세기 초반을 살아갔던 혁명가들의 삶은 힘과 역동성을 느끼게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지만 성과 출산 문제로 부딪히고, 이어 저널리스트로 혁명이 요동치는 유럽과 인도와 중국을 넘나들면서 혁명을 호흡했던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삶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첨단에서 싸워왔던 혁명가의 삶입니다. 100년 전 그 삶의 열정을 느껴봅니다.
1차 대전 중 미국 연방공보위원회 활동을 한 후 ‘PR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미국에서 성공적인 홍보전문가가 된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책입니다. 선전이란 과대 포장이 아니라 대중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해서 여론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전문가의 역할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책이어서 요즘 선전기술에 비하면 세련된 점이 덜하지만 선전에 대한 기본 정의는 탁월합니다. 물론 대중을 변화시키려는 인텔리주의가 많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좌파 선전가들도 그런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밑바닥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중의 하나가 경찰서와 감옥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구질구질한 잡범의 조서입니다. 작가인 유용주씨 본인이 그런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구질구질함이 정말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하지만 군대와 감옥에서 매 맞거나 여자 따먹는 얘기만 듣다보면 좀 짜증이 나는데, 이 소설도 역시 그런 짜증을 동반하기는 합니다.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공병호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10년 후 한국의 희망을 위한 신자유주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공병호의 목소리를 단호하고 힘 있습니다. 공병호가 좌파정권이라고 얘기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내놓은 이 책이 6년의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떻게 다가올까요? 쉬운 대중적 표현, 단순하고 단호한 주장, 이론적 일관성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추고 있는 공병호의 글은 대중적 글쓰기의 모범임은 분명합니다.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끝까지 투쟁을 이어갔고, 해방 후 분단된 상황에서 조선공산당과 남노선노동당 지도자였고, 한국전쟁 이후 미제의 간첩으로 처형당한 박헌형의 일대기는 근대현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박헌형의 아들인 원경 스님이 10년의 노력 끝에 내놓은 ‘이정 박헌형 전집’의 제1권에 해당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모아서 정리한 역사적 사료들을 중심으로 박헌영의 일대기를 정리한 이 책은 평론은 아니지만 생생한 박헌영의 목소리를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