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궁상스럽지만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 마쓰모토 하지메라는 사람이 쓴 가냉뱅이들의 반자본주의 생활지침서입니다. 가난뱅이로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방법, 경찰과 가진 자들을 갖고 노는 방법, 가난뱅이들의 창조성과 자발성을 통해 반자본주의 거점을 확대하는 방법 등이 자신의 경험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기발하고, 재치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그 정도의 기발함과 재치와 열정은 충분히 널려있습니다. 그래서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만만치 않은 글쓰기의 내공을 보여주는 소설가 윤영수의 소설집입니다. 자리고비 이야기, 선녀와 나무꿈, 토끼와 거북이 등 우리가 잘 아는 옛날 얘기들을 재해석해서 단편소설로 만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소설들은 발랄한 상상력으로 글장난만 치거나, 세태를 풍자하면서 앙상한 도덕관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윤영수의 소설에는 삶이 녹아있습니다. 삶을 제대로 바라볼줄 아는 소설은 읽는 재미를 줍니다.
권윤주라는 카튠작가의 카튠집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성찰 등이 간결한 카튠 그림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하나 하나씩 지워나가는 지우개를 통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우다만 낙서와 지우개 찌꺼기만 남게 됐으니...
베트남 사람들의 눈으로 쓰여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얘기를 접할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 소설을 쓴 반레는 젊은 시절 직접 총을 들고 싸웠던 경험과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그 전쟁으로 죽어간 친구와 동지들의 죽음을 소설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 아픔과 자긍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베트남 작가의 흔지 않을 소설이기는 하지만, 반미 계몽영화를 보는 듯한 식상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아주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서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그 속에서 생명과 사회와 우주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약간은 과장된 스케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글쓰기 능력은 역시나 뛰어났지만, 신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그의 상상력을 가둬놓아 버린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