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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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정치인, 재력가보다도 강한 힘을 가졌다. 돈과 권력의 힘으로 만들어낸 억지 힘이 아니라, 나눔과 실천으로 만들어낸 자연스럽고 따뜻한 힘이다. 강한 것은 구부러지고, 깨지고, 박살 나기 일쑤다. 하지만, 그의 힘은 부드럽고, 보들보들하고, 훈훈하고, 따뜻하기에 쉽게 깨지고 부서지지 않는다.

그를 인터뷰한 책 <희망을 심다>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과 신념, 지나온 시간들, 현재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러워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을 해야 한다거나, 온몸을 불태우도록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 그 고정관념을 깨주고, 소극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을 밖으로 밖으로, 안으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그의 노력.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큰 기적. 그것은 권력과 재력으로도 맛보지 못할 달콤하고 구수한 맛인 듯싶다.

공부하느라 석 달 동안 양말도 벗지 않았다는 말만 들어도, 그의 열정과 집중력과 신념이 얼마나 센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다산 선생처럼 어디 박혀서 책이나 썼으면 좋겠다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그는 쉽사리 은둔할 수 없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역사를 만들었던 그는, 아직도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까지. 물론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희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의 자세가 부럽기만 하다.
자료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국외로 나가기만 하면 자료를 바리바리 싣고 돌아오며, 행복했을 그가 상상이 된다. 시민 활동에 대한 사례들을 공부하며 벤치마킹해서 내놓은 결과들. 노력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뒤돌아보지 않으며 새로운 길을 여는데 온 힘을 쏟는 그는 하루를 갈갈이 쪼개서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위해 쓴다. 그의 눈에는 자꾸만 하고 싶은 일들이 나타나나 보다. 지칠 법도 한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니,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니.

'세상은 버린 만큼 얻는다. 작게 버리면 작게 얻고, 크게 버리면 크게 얻고, 다 버리면 다 얻는다.'고 말하는 그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헤매지 말고 블루오션인 시민운동, 비영리운동에 뛰어들라고. 부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내 것을 1%만 주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꼬시는 박원순. 쓰지도 않을 물건, 팔아서 이웃돕기에 쓸 테니 안 쓰는 물건만 내놓아도 이웃을 돕는 곳이라고 꼬시는 박원순. '21세기 실학운동'을 하겠다고 희망제작소의 문을 연 박원순. 왜 우리는 그를 좋아할까?는 이제 식상한 물음이다.
그가 바꿔가는 세상에, 내가 얼마만큼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라는 물음이 필요한 때이다.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모아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는 그에게 우리가 힘을 실어줄 때이다. 더러운 포식자들에게 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때이다. 그가 그동안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과 행복과 아름다움을 주었으니, 우리도 그에게 어떤 믿음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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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 씨 하나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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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잘 읽지 않던 내가, 남편과 나보다 4살 많은 친구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은, 잘 만들어진 만화가 찌질한 책보다 훨씬 낫다는 거다. 얻을 것도 많고 생각도 하게 되고.

오늘의 네코무라 씨는 어디서 추천을 받았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어디선가 평을 읽고 샀다. 슥슥 그어진 선과 오종종하게 쓰인 글씨. 알고 보니, 번역된 한글을 작가가 직접 필사해 주었다고 한다. 

헤어진 주인집 도련님과 만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가정부가 된 네코무라 씨. 그(?)는 가정부이다. 가정부를 찾는다는 구人광고를 보고, 찾아간 무라타 가정부집. 고양이 네코무라 씨는 한 집에서 가사일을 돕는 도우미가 된다. 만약,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 가정부가 되었다면 별반 흥미로울 것도 없지만, 고양이가 가정부가 되었다니, 이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네코무라 씨는 순진하다. 인간 세계를 잘 알지 못하니, 실수도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을 깨우치기도 한다. 네코무라 씨의 하루는 바쁘다. 장도 보고, 음식도 하고, 청소도 하고. 거기다가 일하는 집의 가족들도 걱정해야 한다.
도련님 그리워하랴,  집안일 하랴, 일하는 댁 가족들 걱정하랴, 오지랖이 넓어서 여기저기 참견도 많이 하다 보니 피곤해서 쓰러져 잠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다. 고양이 가정부의 고충이란.
밥 안 먹는 불량 아가씨 밥 먹이기 프로젝트, 사이 안 좋은 주인 내외 부부 화목하게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뒷방에 조용히 사시는 할머니와 강아지 방문해서 기쁨조 해주기 프로젝트,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는 도련님에게 꿈과 목표를 깨우쳐주기 프로젝트.

음식과 청소만 잘하는 고양이 가정부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네코무라 씨. 그가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네코무라 씨는 불륜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취업, 학벌, 공부라는 것도 잘 모르고, 성형이라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인정해준다. 처음에는 냉정하고 차갑게 굴던 가족들도 점점 네코무라 씨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게 변화다.

가족이 해체되고 개인주의적인 풍토가 만연한 시대. 일본은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지? 가족이라는 것은 삶의 근원이고 행복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그에 대한 담론은 만화, 소설, 철학에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늘 언제나 서로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 모른 척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말이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늘의 네코무라 씨. 셋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가족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줄까? 네코무라 씨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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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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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이 되어서야 여행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다. 금기된 욕망이 더 강하다고 하던가? 아이들이 자라고 일을 하게 되면서 혼자 여행을 하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면서부터 여행의 유혹은 심해졌다. 목적지에 대한 공부 없이 떠나는 여행은 자칫 관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아무렇지 않다. 솔직히, 관광이면 어떤가.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를 눈에 담고 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짜릿하며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삶의 활력소 이상인 것을.

겨울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아이슬란드, 핀란드,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이라니.
끝도 없는 겨울의 고요함, 아이슬란드.
피오르의 겨울이라니.
눈 덮인 고요함이라니, 백야라니, 오로라라니,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라니.
듣기만 해도 흥분되고 떨리지 않는가.
금방이라도 달려갈 수 있을 만큼, 들뜨는 마음을 어찌 해야 할 지 모른 채 한 장 한 장 넘긴다.

외로움을 기꺼이 즐기면서도 사람을 찾고 있는 여행자,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도 즐겁지만 벤치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자, 발 딛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려는 여행자.
사진 속에 담은 것들은 기억뿐만 아니라 감동과 시간, 존재를 의미하리라. 

레이캬비크, 헬싱키, 모스크바, 코펜하겐, 에테보리, 오슬로, 송네피오르, 스톡홀름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렘이 가득한 도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겨울에 그들의 일상과 한가로움을 한없이 만끽한 여행자가 부럽다.
눈 쌓인 자작나무 숲을 걷다니, 개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다니, 아무도 없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내는 외로운 밤이라니, 추위를 이겨내고 얻어낸 오로라의 감동이라니.
북구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하얀 눈만큼 투명하다. 깊은 밤 조용히 내린 눈의 공기를 새벽에 맞닥드린 기분이랄까? 코끝에 시원한 차가움이 자꾸 묻어난다.

떠도는 삶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돌아갈 일상이 있기 때문이라는 여행자의 말이 와 닿는다.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채우는 여행,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될 수 있는 여행. 사람들은 여행의 맛에 미쳐간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 친구가 되고, 나의 추억이 되고, 한 장의 그림이 된다.
아, 귀에 들리는 가슴에 느껴지는 여행이라니. 겨울 여행이라니. 

나는 짐짓 아닌 척, 하지만 간절히 겨울 여행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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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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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고, 고전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그녀의 주장은 언제나 명쾌하고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한다. 그렇지만, 고루하지 않다. 설득력 있다. 그녀는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언제까지나 공부를 할 사람이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가 아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내달리는 공부의 끝은 결국, 부의 축적을 위한, 부의 노예가 된 공부일 뿐이다. 나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부를 나누어야 한다. 말하자면 미친 듯이 공부해서, 미친듯이 남에게 줘야 한다. 그게 공부의 올바른 길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비이상적이고 기형적인 요점정리 책읽기는 벗어던지고, 물음을 던지고 생각을 하는 책읽기를 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일지 모르는데, 이런 것들을 주장해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불운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12년 동안 비슷한 교과 과정에 시달리는 학생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공부만 한다. 외우고 시험 보고, 시험 보고 다시 외우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대학에 가면, 이제 공부로부터 해방이다! 라고 외치기도 전에 취업 시험이 발목을 잡는다. 피 터지게 영어에 목을 매고, 학점 따려고 외우고 또 외운다. 졸업하고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하면 또 다시 승진 공부다.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고, 돈을 벌어야 하고 계속되는 공부는 내게 행복을 주는지도 불행을 주는지도 모른 채 지속된다. 아, 뭐가 이렇게 허무한가.

진정, 나를 위한 공부는 없는 것일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커가는 공부. 그런 공부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연구공간 수유 + 너머>에 모여든다. 그녀에게 설득당하는 건, 그녀가 주장하는 것들을 실천하고 살기 때문이다. 공부 공동체를 만들어, 모두가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밥 먹고, 알고. 그녀가 꿈꾸는 공부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마다지 않는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론.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실척적 공부를 경험한 그녀가, 공동체를 꾸려오며 터득하고 깨달은 공부론도 보인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의 근원은 독서다. 예술가가 될 감성이라나 이제 AQ에 열을 올리는 시대가 왔다. IQ, EQ에 이어 AQ까지. 부모들은 창의력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며, 그림, 음악, 운동 좋다는 건, 뜬다는 건 뭐든지 가르친다. 돈이 들어도 상관없다. 내 자식이 잘되기만 한다면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데? 바로 독서다. 그녀의 말처럼 7년간 책만 보던 허생은 세상에 나와 경제 능력을 보여줬다. 그가 읽은 책 속에 힘이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 가득한 IQ, EQ, AQ는 보지 못하고, 돈으로, 기형적인 학습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다. 그녀는 그런 부모들의 공부론이 한심스럽다. 쉽고도 재밌게 근기를 키울 수 있는 공부인 독서가 있는데, 애먼 곳에서 헤매는 사람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무엇이 공부인지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해 온 암기식 공부에 지쳐 있던 나는, 대학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12년간 암기식 공부에 지쳐 있는 내게 휴식을 주는 거라고 위안하며, 어영부영 학점을 따고 리포트를 쓰며, 어찌어찌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을 만나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내가 놓친 것들이 많다 싶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다면, 공부하며 즐거울 수 있다면 내가 놓친 시간들의 아쉬움은 깨달음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인생 끝까지 내달릴 공부를 해야겠다. 천천히, 그리고 길게, 즐겁게. 온몸을 다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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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6:58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부모와 아이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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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자격증이 있고, 유치원 교사 자격증이 있는 것처럼 부모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자식을 막 대한다거나 방치하거나 학대하고 심지어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여러 가지 환경과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지 방법론적인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모는 돈이 많다고, 학벌이 뛰어나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되었거나, 아이를 낳았다면 이미 부모이다. 부모는 어른이지만, 아이보다 어리석은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 실수를 줄이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부모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는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책이다.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아이가 난폭한 행동을 보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의 하루를 어떻게 지도하고 끌어 주어야 할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법,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 얼마나 부모가 사소한 잘못들을 저지르고 있는지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기술해 놓았다. 

사실 나 같은 경우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윽박지르거나, 무조건 안 된다고 하거나, 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는 문을 세게 닫고, 문을 잠그고 방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또, 무조건 사달라고 생떼를 부리기도 하고, 자기 뜻대로 들어주지 않는 일에는 방방 뛰며 화를 낸다. 처음에는 도대체 아이의 성격이 잘못된 것인가? 아이는 무엇 때문에 저러는 것일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아이와 나 사이의 소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에 숨어 있는 아이의 속마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이는 자기 생각을 돌려서 말한다. 역으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 숨은 뜻을 찾는 데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정말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아이가 슬퍼하거나 무엇인가 잘 되지 않는 다고할 때 함께 짜증을 내거나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아이가 어떤 일로 화가 났을 때 부정적인 말보다는
"엄청나게 당황했겠구나?, "그것 때문에 무척 화가 났겠구나.", "무척 기분이 상했겠구나.", "네겐 기분 나쁜 하루였구나."라는 말로 아이를 위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부모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자신을 위안할 수 있다고 한다. 

칭찬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칭찬과 바람직한 칭찬이 있다고 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해서 무조건 칭찬을 했다가는 아이가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넌 참 훌륭한 아이야.", "넌 엄마의 좋은 심부름꾼이야.", "네가 없으면 엄마가 어떻게 살겠니.", "세상에서 네가 제일 똑똑해.", "네가 최고야."라는 말은 아이의 위협이 될 수 있고, 아이에게 걱정을 안겨줄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이 잘못한 점이 있음에도 이러한 말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일부러 나쁜 행동을 해서 부모에게 상처를 주려고 할 수도 있단다.
그보다 구체적인 칭찬인 중요하다. "자동차를 닦아줘서 고마워. 새 차 같은데.", "네 편지는 내게 큰 기쁨을 주었어.", "오늘 설거지를 도와줘서 고마워." 등 행동과 어떤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이 아이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부모의 행동이 결국 아이를 버릇없게 만들거나 보상을 받으려 하거나,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거짓말을 하게 하기도 하고,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를 대할 때 조심스러워야 하며,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한다.
강하게 제지한다거나, 금지하게 되면 설득력을 잃고 아이는 나쁜 행동을 계속 하게 된다. 또한, 조건을 붙여 어떤 행동에 보상을 해주기 시작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보상은 사전 예고 없이 해주어야 하며, 조건은 위험한 방법이다.
빈정거리거나 형제들이 싸울 때 함부로 끼어드는 것도 위험한 방법이다. 아이는 부모의 빈정거림에 자신감도 잃게되고 반발하며, 소통을 단절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야 할 표현, 하지 말아야 할 표현에 대해서 알려주며, "너는 왜 그러니?",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책임감을 보일 때 아이도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에 대해서 외면한다고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 성을 지키며, 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올바른 성교육도 필요하다. 무조건 금기시하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라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역할은 방대하며, 조심 해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이 책을 쓴 기너트는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아이의 상처는 부모로부터 온 것이며 부모를 먼저 교육해야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아이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으며 이상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큰 꿈을 품는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계획하기도 전에, 아이의 삶을 계획해버린다. 아이가 선택을 하기 전에, 부모가 선택을 해서 아이를 공부시킨다. 사실, 부모는 아이에게 뭐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 채 많은 것을 해준다. 아이는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입이 막힌다.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 생기는 욕심이 어떤 건지 알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느냐이다. 즐거움을 찾으며 살 수 있느냐이다.
대화와 행동에도 이렇게 많은 방법이 필요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건지, 부모의 말과 행동은 아이에게 나비효과 같은 것인데, 우린 부모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걸 마음대로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에게 하는 행동, 아이에게 건네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한 말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쉽지 않다. 부모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한다면, 아이도 자신의 아이를 낳았을 때 노력하지 않을까? 

부모의 자격증은 필수 자격증이다. 노력하는 부모에게 아이의 행복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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