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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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여행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다. 금기된 욕망이 더 강하다고 하던가? 아이들이 자라고 일을 하게 되면서 혼자 여행을 하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면서부터 여행의 유혹은 심해졌다. 목적지에 대한 공부 없이 떠나는 여행은 자칫 관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아무렇지 않다. 솔직히, 관광이면 어떤가.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를 눈에 담고 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짜릿하며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삶의 활력소 이상인 것을.

겨울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아이슬란드, 핀란드,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이라니.
끝도 없는 겨울의 고요함, 아이슬란드.
피오르의 겨울이라니.
눈 덮인 고요함이라니, 백야라니, 오로라라니,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라니.
듣기만 해도 흥분되고 떨리지 않는가.
금방이라도 달려갈 수 있을 만큼, 들뜨는 마음을 어찌 해야 할 지 모른 채 한 장 한 장 넘긴다.

외로움을 기꺼이 즐기면서도 사람을 찾고 있는 여행자,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도 즐겁지만 벤치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자, 발 딛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려는 여행자.
사진 속에 담은 것들은 기억뿐만 아니라 감동과 시간, 존재를 의미하리라. 

레이캬비크, 헬싱키, 모스크바, 코펜하겐, 에테보리, 오슬로, 송네피오르, 스톡홀름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렘이 가득한 도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겨울에 그들의 일상과 한가로움을 한없이 만끽한 여행자가 부럽다.
눈 쌓인 자작나무 숲을 걷다니, 개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다니, 아무도 없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내는 외로운 밤이라니, 추위를 이겨내고 얻어낸 오로라의 감동이라니.
북구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하얀 눈만큼 투명하다. 깊은 밤 조용히 내린 눈의 공기를 새벽에 맞닥드린 기분이랄까? 코끝에 시원한 차가움이 자꾸 묻어난다.

떠도는 삶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돌아갈 일상이 있기 때문이라는 여행자의 말이 와 닿는다.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채우는 여행,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될 수 있는 여행. 사람들은 여행의 맛에 미쳐간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 친구가 되고, 나의 추억이 되고, 한 장의 그림이 된다.
아, 귀에 들리는 가슴에 느껴지는 여행이라니. 겨울 여행이라니. 

나는 짐짓 아닌 척, 하지만 간절히 겨울 여행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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