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를 만나고, 고전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그녀의 주장은 언제나 명쾌하고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한다. 그렇지만, 고루하지 않다. 설득력 있다. 그녀는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언제까지나 공부를 할 사람이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가 아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내달리는 공부의 끝은 결국, 부의 축적을 위한, 부의 노예가 된 공부일 뿐이다. 나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부를 나누어야 한다. 말하자면 미친 듯이 공부해서, 미친듯이 남에게 줘야 한다. 그게 공부의 올바른 길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비이상적이고 기형적인 요점정리 책읽기는 벗어던지고, 물음을 던지고 생각을 하는 책읽기를 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일지 모르는데, 이런 것들을 주장해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불운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12년 동안 비슷한 교과 과정에 시달리는 학생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공부만 한다. 외우고 시험 보고, 시험 보고 다시 외우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대학에 가면, 이제 공부로부터 해방이다! 라고 외치기도 전에 취업 시험이 발목을 잡는다. 피 터지게 영어에 목을 매고, 학점 따려고 외우고 또 외운다. 졸업하고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하면 또 다시 승진 공부다.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고, 돈을 벌어야 하고 계속되는 공부는 내게 행복을 주는지도 불행을 주는지도 모른 채 지속된다. 아, 뭐가 이렇게 허무한가.

진정, 나를 위한 공부는 없는 것일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커가는 공부. 그런 공부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연구공간 수유 + 너머>에 모여든다. 그녀에게 설득당하는 건, 그녀가 주장하는 것들을 실천하고 살기 때문이다. 공부 공동체를 만들어, 모두가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밥 먹고, 알고. 그녀가 꿈꾸는 공부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마다지 않는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론.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실척적 공부를 경험한 그녀가, 공동체를 꾸려오며 터득하고 깨달은 공부론도 보인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의 근원은 독서다. 예술가가 될 감성이라나 이제 AQ에 열을 올리는 시대가 왔다. IQ, EQ에 이어 AQ까지. 부모들은 창의력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며, 그림, 음악, 운동 좋다는 건, 뜬다는 건 뭐든지 가르친다. 돈이 들어도 상관없다. 내 자식이 잘되기만 한다면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데? 바로 독서다. 그녀의 말처럼 7년간 책만 보던 허생은 세상에 나와 경제 능력을 보여줬다. 그가 읽은 책 속에 힘이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 가득한 IQ, EQ, AQ는 보지 못하고, 돈으로, 기형적인 학습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다. 그녀는 그런 부모들의 공부론이 한심스럽다. 쉽고도 재밌게 근기를 키울 수 있는 공부인 독서가 있는데, 애먼 곳에서 헤매는 사람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무엇이 공부인지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해 온 암기식 공부에 지쳐 있던 나는, 대학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12년간 암기식 공부에 지쳐 있는 내게 휴식을 주는 거라고 위안하며, 어영부영 학점을 따고 리포트를 쓰며, 어찌어찌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을 만나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내가 놓친 것들이 많다 싶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다면, 공부하며 즐거울 수 있다면 내가 놓친 시간들의 아쉬움은 깨달음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인생 끝까지 내달릴 공부를 해야겠다. 천천히, 그리고 길게, 즐겁게. 온몸을 다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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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6:58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