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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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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른이 되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면서 걸었던 길을 아이에게 걸어가라고 등 떠미는 것일까? 그게, 정말 아이에게 좋은 길이라고 믿는 것일까? 왜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일까?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 띠처럼 자꾸자꾸 이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는 나아질 줄 모르고 점점 더 심해진다. '기득권'이라는 게 웬 말인지 황당할 정도로, 아이들의 행복은 그냥 무시당한 채, 행복이라고 믿는 어른들의 욕망에 휩쓸려 그렇게 인생을 계획한다. 사실 인생을 계획 당하는 것인지, 계획 하는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게 다반사.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은 큰 피해를 본다. 

사실 어른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교육이라는 것,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 그 경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려야 하는지 다 안다. 그래서,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해외로 보낸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가 되던지, 독수리가 되던지, 그것도 안 되면 펭귄 아빠가 되어 목 빠지게 가족만 기다린다.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이게 우리 교육 현실이다. 

아이들의 인권은 무시당한 채 어른들이 짜놓은 스케쥴과 계획에 맞춰 굴러가는 쳇바퀴. 그것을 버텨온 사람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던진다. "이제부터 고생 길이 열렸구나."라고. 왜? 라는 의문보다는 '그냥 해'라는 받아들임. 그것이 어떤 악순환을 불러오는지, 그 파급력에는 고개를 돌린 채. 아이가 다 자라서 제 몫을 해주기만 바란다.  

박원순 선생님의 <마을이 학교다>는 이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아느냐고 비판하지 않는다. 그냥 좋은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육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렇게 스멀스멀, 우리의 교육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리고, 바꾸는 게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은 대안학교, 공교육 안 작은 학교, 청소년 교육공동체, 새로운 교육 모델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공교육에 저항하는 사람들, 아이들이 행복하게 꿈꾸는 것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이 나온다. 암기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함께 체험하고 해결해 나가는 교육, 그 속에서 행복한 아이들.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함께 해나가는 공동체. 이 책에 사례들을 읽다 보면, 정말 교육에 또 다른 이름이 공동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런 사례들을 만들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들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이 더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말이다.  남한산초등학교는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 

   
  교사와 아이들이 어떤 관계로 만나는가가 중요해요. 다른 학교와 다르다는 것은 하루의 일과를 보면 압니다. 우리 아이들은 매일 아침 숲 산책으로 하루를 열어요. 꽃을 만지고 나무를 만집니다. 아침 활동으로 이렇게 숲 산책, 책 읽기를 하고 돌아오면 자유 이야기 시간이라고 해서 교사와 아이들이 하루 살아갈 시간 계획을 짜요. 이른바 아침 차 마시기 시간이죠. - 88p  
   

숲을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학교. 아 얼마나 아이들은 행복할까? 학교에 도착하자 가방을 걸고, 자리에 앉아 바로 수업을 시작하는 학교와 놀러 가듯 즐겁게 가는 학교. 지식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바른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중고등학교 가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면서도 학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걱정이란다. 아직 그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교육 실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이들이 지금은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지만 나중에 대학 입시에 떨어지면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작은 학교' 더 나아가 일반 학교에서 어떤 아이라도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 갈 수 있어야 한다. 송산분교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 143p

 
   

고민하는 선생님, 고민하는 학교가 아름답다. 성적을 어떻게 더 올려볼까?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어떻게 더 끌어올릴까? 어떻게 일등학교로 변신하지? 라는 고민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생각하는 학교. 그런 선생님.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없다 하여도 점차 이런 학교와 선생님들이 뿌리를 내리고 뻗어나가. 입시 지옥을 당연하게 여기던 어른들이, 아이의 삶을 먼저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빤한 말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있고, 그들은 우리보다는 조금 덜 미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겪었던 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으면서 우리보다 더 넓고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이 그렇게 클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은 바로 어른 세대인 우리에게 있다. 가정교육도 그렇고, 교육정책이 그렇다. 그들에게 꿈과 미래를 심어 줘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입시 지옥에서 간섭과 공부에 대한 압박에 치여 말을 잃은 아이들, 그들에게 "공부하지 말고, 놀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 청춘, 그 설레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단체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을 찾았다. - 176p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을 들여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놀면서도 공부하는 곳이 있다면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삶을 계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없이 부러워지는 나라들이 있다. 무엇을 향해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년이면 나도 학부모. 어떻게 아이들을 이 험한 교육틀 안에 내놓아야 할까?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과 고민이 거듭되는 사이,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커가는 아이들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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