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쉽게 하기 : 인물 드로잉 스케치 쉽게 하기 3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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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보고 싶지만, 자꾸 이런저런 일에 우선순위를 밀린다.

그래서 요즘 지적 허영을 억누르려 그림책을 들척거린다.

학년말이라 바빠서이다.

 

얼굴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드로잉 대상입니다.

 

어린 아이들도 시작은 얼굴로 한다.

그런데, 막상 그려보면,

비례, 균형, 기본적 논리적 표현이 맞지 않게 된다.

 

이 책에는 연습용 워크북까지 딸려 있어서, 초보자도 마음을 낼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음을 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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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고 그림 그리다 - 잊었던 나를 만나는 행복한 드로잉 시간
정진호 지음 / 한빛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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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그리고 새달이다.

해가 바뀌면 사람들이 흔히 새해 소망을 빈다.

건강하기를 가장 많이 빌지만, 사실 건강이란 것은 잃어 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 밖에서 버둥대 봐야 수어지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듯이...

 

그래서 버킷리스트 따위를 만들면서, 죽기 전에 이뤄야 할 것들을 적기도 하는데,

그냥 적어두면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면,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오늘 한다면...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신선하게 느끼면서 살 수 있다면,

버킷리스트 따위와는 상관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예술이다.

오늘 불후의 명곡을 잠시 보는데 가수 '왁스'가 평소 가만 서서 노래하던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머리엔 나비같은 모자를 꽂고, 하늘하늘한 미니원피스 차림으로 약간의 춤을 가미한 노래를 선보였다.

아마 그에겐 오늘 무대가 오래 잊히지 않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죽기 전에 언뜻 떠오르는 수천장의 그림 중에,

평소의 무채색 평범한 분위기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하루. 그런 날을 기억하는 것이 삶의 묘미다.

 

여행이 주는 재미도 그러하다.

주어진 일정에 따라 출퇴근하듯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여행이라 그러기엔 여행의 시간은 참 소중하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그때, 그 장소에서 일상을 떠난 빛깔로 빛나던 그 곳이 마음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추억 역시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시간들이 오롯이 남아있어

모든 연속극의 얼개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호기심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뒤적거림으로 가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서 그림이 뛰어나지는 않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나이들고, 무엇에도 새로운 '하루'를 남기기 힘들 때,

무얼 해도 시들하게 느껴질 때, 그림을 그려 보는 건 어때? 하는 권유가 이 책이다.

 

세상에는 뜻밖에도,

좁아터진 커피집에서 카톡으로 수다를 떨기만 하는 사람 외에도,

틈만 나면 설원으로 나가서 스키나 보드를 타는 데 미친 사람도 많고,(올해는 안 추워서 우짜냐~)

겨울 바다에서도 요트를 연습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방에 술담배가 가득할 것 같은 차림새의 아저씨가 뜻밖에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수첩에 시상을 끄적이기도 한다.

유원지의 배드민턴장에는 숨은 고수들이 가득하고,

곳곳에는 맛집의 숨은 곳을 기가 막히게 꿰고 있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그런 한 세상을 발견하여,

내게 남겨진 날들의 가장 빛나는 '오늘'

그 일을 한다면, 언제 죽는대도 그렇게 후회는 남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 게 잘 사는 일일 것이다.

 

그림 역시 그런 하나다.

돈도 없고, 시간만 많다면...

소질이 없고 솜씨도 없다면, 이 사람의 책을 권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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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트 브렌델 피아노를 듣는 시간
알프레트 브렌델 지음, 홍은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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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을 듣는 일은

작은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공간에 가득한 명랑한 소리를 느끼는 일이다.

 

이 책은 피아노를 전공으로 치는 사람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직접적인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피아노와 연관된 용어들에 담긴 느낌들을 적은 책.

 

그런데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하긴 하지만,

연주자는 전혀 못 되는 나로서는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 독자들에게 피아노를 조금 배운 사람들에게 이런 서술은 좀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로는 <러셀 셔먼, 피아노 이야기>가 참 좋았다.

 

간혹 피아노 연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나오지만,

알파벳 순서로 A~Z까지 나열한 방식이라든가,

좀 뻣뻣한 설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레셴도를 통해 정확히 통제된 호흡으로 점차 물결이 퍼져나가듯 연주할 수 있습니다.

혹은 갑작스럽게 티어나온 지점부터 시작해서 더 끓어오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굴곡은 크레셴도의 긴장감을 특히 높여줍니다.

하지만 높은 정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크레셴도는 날카롭고 뾰족한 것이 아니라 넓고 풍성해야 합니다.(44)

 

난 이런 비유를 사랑한다.

점점 세게 연주하라는 크레셴도를 물결 퍼지듯, 끓어오르듯,

그러면서도 날카롭고 뾰족하지 않게, 넓고 풍성하게... 해야 한다는 느낌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고대의 개념으로 레토르(연설가, 수사가)는 가르치고 감동을 주고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해석자는 곧 레토르입니다.

때문에 청중에게 기준을 제시해야지 그들에게 질질 끌려가서는 안 되지요.

또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지 자신의 감정을 쭉 나열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연주자는 음악이 요구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냉정하면서 쾌활하고,

익살스러우면서 반어적일 수 있어야 합니다.(82)

 

피아노 연주자는 청중에게 대화를 나누듯, 쾌활하고 익살스럽게, 냉정하고 반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말.

연주에는 '고요' 역시 포함된다.

 

고요는 음악의 기본입니다.

우리는 음악의 앞, 뒤, 안, 아래, 뒤에서 고요를 발견합니다.

많은 작품들은 고요로부터 음악적 형상을 빚어내고 고요 속으로 회귀하지요.

고요는 모든 음악회의 근간을 이루기도 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지요. 영어에는 listen = silent  라는 흥미로운 글자놀이가 있습니다.

청취와 고요는 동일하다는 의미지요.(162)

 

악보를 연주하는 것과 쉬는것(휴지)의 관계는 상보적이다.

연주 시간과 고요는 서로 아름답게 녹어들어야 한다.

고요로부터 나와서 고요 속으로 회귀하는 음악적 형상.

 

트릴은 우아하거나 불안할 수도 있고, 신비하거나 무시무시하고,

미소짓거나 위협할 수도 있고, 순수하거나 매혹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트릴에는 천사의 트릴과 악마의 트릴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트릴의 속성에 대해 파악을 한 다음에 분명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절대로 우연에 내맡겨서는 안 되지요.(175)

 

꾸밈음 같은 트릴의 속성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식물, 성장하여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 발전해 나가는 식물을 떠올려 보세요.

아니면 찰흙으로 빚은 한 인간의 맥박이 뛰고 숨을 쉬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그의 박동은 계속되고 숨은 이제 생명을 지탱하는 수준을 넘어 몸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이어줍니다.

이처럼 큰 호흡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연주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과제랍니다.

우리는 첫 음부터 마지막 음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인도해가는

작곡가의 능력을 드러냄으로써 그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203)

 

연주는 창조다.

마치 생명체가 호흡을 시작하듯,

무기물인 음표와 쉼표들 사이에, 생동하는 유기적 생동감을 주는 일.

이것이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일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일,

그리고 듣는 일은,

모두 창조의 순간에 관여하는 일이어서 환희를 느끼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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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사랑했다 - 카피라이터 윤수정의 카피 노트
윤수정 지음 / 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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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꾸라고 말해줘~(여기보다 어딘가에)

 

그가 웃었다. 세상이 환해진다. (내 마음의 풍금)

 

윤수정의 카피 제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처음엔 동어 반복 같아서 시들해 뵈다가도,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를 빛내는 한 마디,

그 촌철살인을 줍기 위해 머리를 얼마나 숫돌에 갈았을지 생각하면서,

다사로운 애정이 묻어남을 느꼈다.

 

한 마디로,

주제를 드러내야 하고,

거기다가 관객의 감정을 일렁여야 하고,

호기심을 품게 해야하고,

급기야 영화관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하는,

감정의 연금술사여야 그 한 마디를 발견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겠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언어 감각까지... 영화 카피의 세계가 얼마나 절절한 '직지인심'의 세계인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그가 애착을 가지는 작품들은

블록버스터처럼 컴퓨터 그래픽이나 대형 스타에 기댄 것들보다는,

작은 작품들, 저예산 작품들에 대한 애정들이어서,

그 애정이 참 곱다.

 

그의 건투를 빈다.

한국 영화계의 건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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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1-0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 촌철살인의 한줄은 우리 일상에서도 필요하죠.
기안할때, 대화할때~~~~최대한 간결했으면 합니다! ㅎ
방학이라 좀 한가하신가요?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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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살다 간 비운의 천재

 

일본에서 그림을 공부하다 마사코를 만나고,

해방된 조국에서 마사코와 사는 일은 '친일파'로 규정되어

부산에서 제주도에서 비극적 삶을 살다가 마흔에 별은 진다.

 

영양실조와 간염, 정신 이상으로 인한 거식증...

한 시대가 천재를 삼킨 것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려있다.

작지만 그의 그림들도 많아서,

이중섭의 그림이 지닌 색감들, 필선의 살아있는 역동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의 황소 그림들은 오래 지켜보게 된다.

슥슥 그은 선들이 아주 속도감이 느껴지는데,

그 힘찬 선들과 면들이 어우려져

벅찬 생명력이 약동하는 그림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

 

제대로 된 화구가 없던 시절에도,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을 보면,

그의 그림이 도달한 한 경지를 읽게 된다.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이런 것들을 가녀린 영혼 한 포기를 시들게 해버린 시절.

 

만나지 못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그는 '나의 살뜰한 사람, 나 혼자만의 기차게 어여쁜 남덕 군'에게 편지를 쓴다.

결국 그는 죽어서나 유골의 반쪽이 일본의 아내에게 전해진다.

 

나만의 남덕,

이 대향이 힘껏 안아 줄게.

조용히 눈을 감고 나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며

나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 노래하는 사랑의 노래를 들어 주오.

남덕은 이 대향의 것이오.

나는 당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해야 좋은지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소.

나는 소중하고 소중한 당신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있소.

그 포동포동한 당신의 손으로 대향의

큰 몸뚱아리 모든 곳을 부드럽게 몇 번이고 어루만져주오.

더욱 힘껏 꼬옥 안읍시다.(59)

 

만날 수 없어 편지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런 절절한 편지를 쓰는 한 남자의 심사가 어떠하였을는지,

생각만 하여도 심장이 저린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부분)

 

한 화가의 고독한 영혼이 시에서도 읽힌다.

크기도 맞춤하고 그림도 멋진 이 책을 한동안 쓸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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