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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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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루누아르의 '독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주황빛 화폭의 집중, 정밀함은 나를 선의 세계로라도 끌어주는 느낌이다. 이주헌씨도 나만큼이나 그 작품을 좋아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일관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적 미술 공부를 한 작가로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그림들을 다루었겠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설명듣기 원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조금 난삽한 내용이 많았다.

다만 그가 지면을 많이 할애한 경계 허물기의 이철수 판화, 3*3인치의 그림의 강익주, 오브제의 장인 안규철에 대한 애정어린 해설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의 일대목이 감동적이다. 무릇 고인의 어록 문자를 읽을 때, 일문 일답과 일념 일송의 기봉이 날카롭고 언어가 미묘한 것으로 내 마음에 흡족히 여겨 이야깃거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요, 반드시 저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크게 깨달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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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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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홍준이 끼친 해악이 있다.유홍준이 본의 아니게 소개한 많은 문화 유산들이 20세기의 어리석은 답사객에 의해서 파손되고 훼손되었다는 것이다.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세 시간 만에 읽으면서, 정말 개운하게 한 편의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원화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작은 흑백 사진에 보조선을 긋는 편집방식이라든지, 부분부분의 그림을 페이지마다 삽입시킨 방식은 새로운 비쥬얼 세기의 책의 양식을 선도할만 하다 하겠다.그리고 오주석의 독특한 강의 방식, 어렵지 않게 정리해 가면서 설명하는 것도 책 읽기에 즐거움을 심어 주었다.우리 그림과 우리 문화,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랑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을 보면,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등에 따라, 우리 나라는 원래 그렇지 뭐, 우리 나라가 제대로 하는 게 뭐 있나 이런 자기 비하적 문구가 만연하고 있다.그러나, 우리의 것을 우리는 다 빼앗겨 일본의 대학박물관에, 천황가의 진열장에, 프랑스에, 독일에 다 빼앗기고, 정신마저 혼미해져서 깨어진 사금파리 몇 조각에 우리 혼을 담는 서글픈 현실을 딛고 이겨낼 수 있도록, 김홍도의 그림이 훌륭하지만, 그 풍속화가 우리 그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아는 많은 것들이 편견이고, 잘못된 생각이고,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입된 것들이란 것그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다.우리의 것을 연구했기 때문에, 우리 것이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정말 우리의 말, 우리의 정신,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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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윤석인 지음 / 오늘의책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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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 침잠했던 시절이 있었다.폭풍과 같던 격정의 청년기, 그 어둡고 불안하던 시절에 환한 해살 비친 앞마당 꽃밭을 가꾸던 누님같은 수녀님의 진솔한 글들은 내 마음의 불안을 거두어 주기도 하는 듯 했다.그러다 스물 안팎의 시절엔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들의 사회주의와 한국 경제, 세계 경제, 힘의 논리와 사회주의, 끝없는 시위와 주의 주장, 결국 패배하고 다시 울다가 일어서 승리하고, 다시 패배하고... 사회주의 는 무너져도 뭔가 희망은 있어야 하는데박노해씨는 노동 해방을 이름으로 삼았으면서,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했고, 김지하는 생명의 사상을 부르짖었다.세상이 격동하고, 삶과 죽음이 희비가 엇갈리고 의미조차 불투명할 때, 역시 세상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대통령 당선자는 1면에서 갖은 행보를 보이는데, 현재의 대통령은 레임덕의 심한 덫에 걸려 헤매는 모습이 안쓰럽다.윤석인 수녀님의 치열한 삶에 대한 갈구와 노력이 사랑스런 책이었다. 누군들 좌절하지 않았으랴. 그러나 수천, 수만의 사람이 좌절할 때 주변의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일어선 꿋꿋한 손들을 본다.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가 있고, 윤석인 수녀님의 그림이 있다.수녀님의 인제에 대한 소묘를 보면 눈물이 난다.얼마나 앉고 걷고 뛰고 약동하며 소용돌이치는 동작들이 그리웠으면 그리도 열심히 그려봤을까.이젠 조용히 하느님과 조응하며 살고 있을까.아님 아직도 왜 저를 이런 그릇에 주셨느냐고 원망하실까.수녀님, 열심히 생활하세요.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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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웬디 베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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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텔레비전에 새로운 교양 문화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우리 방송계가 국민 교양을 조금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도올 선생의 논어 강좌가 그렇고, 김홍경 선생의 동양 의학 강좌가 그렇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전부터 웬디 수녀님의 미술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요일 해가 저물 무렵 정말 멋진 미술품과 느긋한 수녀님의 설명은 몇 해 전 유홍준 선생의 문화유산답사 붐을 일으킬 때의 심정과 비슷했습니다.

그 미술품들을 책으로나마 다시 보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살다보면 이런 고마운 일도 있는가 봅니다. 책갈피마다 몇 년 전의 저녁무렵을 회상하며 놀이 질 무렵에 책장을 넘깁니다.

그러면 몇 백년, 천 여년 전으로 마음과 눈이 자유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 속에는 인간의 투쟁의 역사도 있고, 고귀한 정신도 담겨 있고, 평범하고 때론 건강하지만 비속한 삶의 모습도 비칩니다. 그 여러 인물들의 군상을 재미있는 웬디 수녀의 독특한 입담으로
시대와 예술과 인간을 아울러 삶의 한 모습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읽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여행은 인간을 이해하는 여행입니다. 그림을 이해하고, 더불어 마음까지 따뜻이 데워지는 책 참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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