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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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그의 초창기 책들이 그래서 좋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몇 권의 책을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간명하게 주제를 전달해서 좋았고,

<경제학 카페>가 경제학에 대해서 쉽게 알려주어 좋았다.

그리고 <청춘의 독서>는 삶을 치열하게 관통해온 중년의 독서로서 멋진 책이었고,

<나의 한국 현대사>는 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장관까지 만들어준 현대사가 오롯이 살아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글쓰기 특강>이나 이 책은 좀 아니다.

나는 그의 <국가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아주 싫어하는 편인데,

객관적이지도 않으면서 아집에 사로잡힌 부분이 많아서다.

그의 글쓰기 이야기를 들으면, 편안하지 않고 답답한 것이 그런 고집이 느껴져서일지도 모른다.

 

일단, 그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그리고 이전의 <특강>이나 이 책은 어떤 <강연록> 같은 것이어서,

아무래도 글의 체재가 허술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추구하는 작가가 조지 오웰이라는 식의 말을 하는 일은 좀 곤란하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31)

 

이런 오웰의 바람은 훌륭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정치에 몸을 잠시 담군 적 있다고 해서,

자유주의자라는 이름으로 한발 빼고 있는 현실에서 오웰을 운운하는 것은 좀 웃음이 난다.

 

정치적 글쓰기에도 예술성이 중요한데,

문장의 아름다움과 아울러 독창적인 논리의 미학을 요구합니다.

다수학설로 통하는 이론과 인식 방법을 답습하면

상투적이고 진부한 글을 쓰게 됩니다.

현실은 빨주노초파남보인데 흑백필름으로만 사진을 찍어서

현실이 그와 같다는 주장과 비슷하지요.(59)

 

그의 글은 아름답지도 않지만,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는 예술적 글쓰기를 위해 <자유로움>을 이야기하지만,

앞서 <나의 한국현대사>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찌 자유로운 영혼일 수 있다는 말인가.

상처를 안고 가야 그 영혼이 아름답다.

 

그에게 악플이 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도 어버이 부대가 버젓이 설치는 극우파쇼의 시대에

한때 민주주의의 깃발이었던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다면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는 그런 것을 힘겨워한다.

 

권력의 개들을 토론 프로그램에서라도 제압할 줄 아는

자유주의자가 나는 더 좋다.(215)

 

유시민이 Why not? 하면서 자유주의자가 되고싶어하는 것은 나도 충분이 이해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서있던 입지를 생각한다면,

좀더 깊이있는 행보를 보여주면 좋겠다.

 

악플의 근원을 구체적으로 파들어 간다든지,

어버이부대의 근원을 체계적으로 파헤친다든지,

아니면 정치적 아버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전투적으로 대응한다든지,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내가 과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유시민이 살아오면서 왜 글을 쓰게 되었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래서 읽고 나면, 그의 글쓰기에서는 별로 배울 점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시민이 좀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팠으면 좋겠다.

위건 부두를 들이팠던 조지 오웰처럼...

유시민 정도라면 충분히 어버이부대나 국정원도 상대할 만한 지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정훈이라는 만화가의 만화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 책의 편집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하다.

 

최상의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정훈이의 말은 옳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에 관심을 두는가를 제대로 잡아내는 일이

최상의 표현을 위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유시민이 정말 멋진 작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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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6-06-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시민씨가 글쓰기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막연히 `이건 좀...` 했었는데...

북프리쿠키 2016-06-2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유시민 작가를 좋아하지만 글샘님의 의견도 일부 동감합니다!!

하늘고기 2016-06-21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전작 《글쓰기 특강》을 잘 읽었던지라 이 책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저 책만 읽고 ˝맞아 맞아~˝했을텐데, 글샘님은 책 내용을 넘어 인간 ˝유시민˝에 대해 복합적인 시각으로 관찰하셨네요. 한 가지 배워갑니다~

푸른희망 2016-06-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6-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고교시절 첫 댓거리책이었던 추억을 가진 저로서는 요즘 무슨 기획도서같은 걸로 너무 다작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