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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혁명 -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
이민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4월
평점 :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그리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다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한다. 나 또는 내 가족이 암, 뇌졸중, 치매 같은 중대 질병에 걸렸다면 심리적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많은 고통을 겪는다. 자녀가 ADHD나 자폐증 판정을 받았거나, 크론병 같은 희귀 질병에 걸렸다면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까? 특히
유전에 의한 질병일수록 부모로서 느끼는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원인
불명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관계로 혹시 내 자식에게 유전되지는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 일컫는 100세
시대가 목전이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기대 수명은 증가한 반면 건강 기간은 오히려 줄어든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장하자면, 생명 유지 장치의 도움이나 요양원에서의
생활이 1~2년 더 연장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고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의사로부터 "당신은 40살에 암에 걸릴 확률이 80%이고 50대부터 75%의
확률로 치매가 시작될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라는 안타까운 통보를 듣는다면.
『게놈 혁명 -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에서는 개인 유전체 분석에 대해 소개를 하고, 이를 통해 다가올 100세 시대 준비하라고 한다. 책에서 인간 유전체 연구의 역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1차 혁명을 시작으로, 집단 유전체 분석으로 다양한 질병 유전체를 발견한 2차 혁명,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의 보급으로 분석 가격을 다운시킨 3차 혁명, 그리고 분석 가격이 100만 원대로 하락한 현재를 4차 혁명이라고 구분 지어 설명한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Bio-IT 기술을 기반으로 진정한 개인 유전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다면 개인 유전체는 누가, 왜 분석할까? 약이나
수술로 직접적으로 환부를 치료하는 서양식 접근과 달리 사상의학과 체질을 바탕으로 질병을 다루는 동양적 접근은 다소 차이가 있다. 개인마다 다른 특질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예방 및 치료법을 제시하는 동서양 의료 기술의 융합이 바로 개인 유전체
분석의 목적이라고 본다.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경우 상관관계에 놓인 비유전적 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발병 확률을
낮추는 훌륭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 (p.113)
고혈압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에게 "짠 음식 많이 먹지 마시구요, 꾸준히 운동하세요"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한 번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아부지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면 자기 스스로 100여만 원의(비록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부담되는 수준) 개인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보여주면 조금이라도 의사의 처방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그러나 개인 유전체 분석이 만능이거나 무조건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쌓인 데이터가
어떤 이익과 불익을 줄지, 또 데이터 해석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롭거나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이런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치명적인 질병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은 날부터 노심초사하며 지내다 오히려 우울증에 걸린다면
그것은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아마도 개인 유전체 분석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라는 물음에 힌트 정도로 활용해야 되지 않을까?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경우 상관관계에 놓인 비유전적 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발병 확률을 낮추는 훌륭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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